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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36 937회 0건
25..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다.

날 마주하고 안긴 채 바동대는 신이.
그런 신이의 반항에도 난 짓궂게 똥꼬에 반마디나 들어간 손가락을 빼지 않은 채로 현관으로 걸아가 어렵게 버튼을 누른다.

‘삐리링~~’

“진짜 화낼 거예요!! 방으로 가요!”
“쉿~.. 옆집 할머니 깨겠다.
“아씨.. 윽!!.”
“크크크..”

‘덜컹~~’

“자..잠깐... 흑!!”

문이 열리자 신이가 다급히 날 밀어내던 팔을 내 목을 두르며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다.
남들이 보면 미친년 놈처럼 알몸인 채로 뒤엉켜 빌라의 복도로 걸어 나간 우리는, 정확히는 신이를 안고 걸어 나간 난 그렇게 계단을 반 층 올라 본격적인 펑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난간에 신이의 엉덩이를 반쯤 걸터앉게 하고는 자세를 잡는데. 당연히 신이가 또 반항을 시작했다.

“그만해요.. 빨리 들어...읍~”

신이의 조잘거리는 입을 입으로 틀어막고는 완전히 자세를 굳힌다.
그리곤 엉거주춤한 자세에서도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이의 부드럽고 따뜻한 보지 속을 자극하듯 아래에서 수직으로 엉덩이를 치켜세우는 형태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반항을 하던 신이도 차라리 빨리 끝내는 게 답일 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반항보다는 내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흔들어주기 시작했다.
아니면 몸이 서서히 반응을 시작한 것 일수도 있었고 말이다.

“하아~..아...읍읍..”

입술을 때어내자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온 탄성을 손으로 다급히 막는 신이었다.
연신 깜빡거리며 들어오는 센서등에 신이의 출렁이는 가슴과 잘록한 허리, 내 자지에 서서히 젖어가는 신이의 보지를 만끽하듯 맛을 보며 조금씩 허리를 빨리 움직여 본다.

“아~... 흡..흡흡~..흡~~”

신이가 내 목에 팔을 두르며 난간에 걸터앉은 엉덩이를 좀 더 앞으로 뺀다.
더 깊숙이 들어가는 자지를 느끼듯 점점 더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는 신이가 가빠오는 호흡을 참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흑~흡~~아~~..아아~~..아~~”
“좋아??”
“하아~~.아~~..그..그런 건 묻지... 말고.. 아~~”
“헉헉.. 당신 보지가.. 계속 날 깨문다..”
“아~~..조..좋아서... 그랭.. 아~~..더.. 더 빨리.. 아~~”

신이가 한 손을 내려 난간을 붙잡고는 스스로 엉덩이를 빠르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런 자세는 처음인 듯 거북스럽게 날 받아들이던 신이가 본능적으로 손을 내려 몸을 지탱하며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움직임은 내 리듬에 역으로 움직이는 신이의 허리로 인해 더 빠르고 깊은 삽입을 보여주며 점점 허리를 굽히는 아름다운 여체의 모습을 내 눈 바로 앞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헉~~헉... 아..젠장.. 방금 쌌는데.... 또 쌀..거 같아..헉..헉헉..”
“아하아~~..하악~~ 아앙.. 하..하고 또.. 하면.. 아앙~~”
“헉헉.. 하고.. 또 하자고? 헉.. 또 하고 싶어? 학학..”
“아아~.. 계속.. 계속 박아...줘요.. 아앙~~”

신이의 몸은 이미 내 사정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듯 더 빠르고 깊게 움직였고 더 강한 조임으로 내 자지를 구석구석 깨물기 시작한다...

꼭 보지 속에 수많은 돌기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조임을 느끼는데.. 하필 이 순간 강한상이 말했던 명기란 게 머릿속을 때리듯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그런 강한상의 얼굴이 오히려 내겐 이 순간엔 도움이 된다. 급격히 밀려오던 사정의 기운이 순간 주춤하며 내게 평점 심을 되찾게 만들었다.

잔뜩 휘어진 자지를 허리를 더 세워 신이를 일으켰고 난간위에 걸터앉은 신이는 결국 다시 내게 매달리는 형태가 되어버렸는데.. 난 그대로 자지를 빼내며 신이의 발바닥까지 더러운 계단 반 층위의 공간에 내려놓는다,

“하아..아~~....응?”
“헉헉..헉.. 뒤로 돌아..”
“...응?”

말 대신 행동으로 신이의 몸을 180도 돌려 창문을 향하게 세운 뒤 그대로 엉덩이를 두 손으로 벌리고 이미 젖어있는 신이의 구멍을 찾아 자지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아~~~~~”

신이가 까치발로 내 삽입을 도왔다.
더 깊게 자지가 보지 속을 밀고 들어가자 신이가 창문에 팔을 기대며 ㄱ자처럼 허리를 숙였고, 더 도드라지게 동그란 신이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고 본격적인 펌핑을 시작한다.

“아아...아하악~~ 아앙앙앙앙~~~~”
“오~.. 더 꽉 물어댄다. 으...”
“하아~.. 여..여보... 더.. 세게.. 아~”
“헉헉..헉...”

‘퍽퍽~..퍽퍽퍽퍽퍽퍽퍽..

신이의 애간장을 녹일 듯 한 신음소리가 작지만 분명하게 계단을 적시기 시작했고 그 신음소리는 내 움직임을 자극하며 더 빠른 부채질을 자연스럽게 유도했고 난 그런 신이의 기대에 부응하려 엉덩이를 움켜쥐던 손을 신이의 콜라병 주둥이처럼 잘록한 허리를 잡고는 더 빠르고 더 세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헉헉~~헉~~헉헉~~”
“악악.. 아악~~..조..조금..만 더.. 조..금...아앙~~ 악..학학~학~~”

이젠 서늘해져 가을 날씨가 완연한데도 내 이마와 등에 땀방울들이 맺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건 나만이 아니었다. 엉덩이를 잔뜩 치켜 올리고 허리를 굽힌 신이 또한 새하얀 등에 땀방울들을 맺어내기 시작했다. 엄청난 스피드에 덜렁이는 가슴을 주채하지 못한 채 잔뜩 헝클어진 긴 머릿결을 보여주며 점점 내 리듬에 가속도를 붙여주기 시작했다.

“아앙~.. 아.. 여..여보.. 아~~~ 나... 나..아~~”

신이가 발가락에 힘을 주며 잘록한 발목을 더 높이 올리며 새카매진 발바닥을 드러낸 까치발로 내 자지를 좀 더 깊숙이 받아들였고 허리를 앞뒤로 내 리듬에 맞춰 빠르게 움직이며 사정을 유도한다. 아니.. 본인이 느끼는 쾌락에 몸을 맡기듯 자연스럽고 격렬한 움직임으로 오르가즘을 찾으려는 본능처럼 신이가 신음소리를 난발하기 시작하는데..

“아악악~~흑흑흑~~흑~~..자..자기야.. 여..여보...아~~ 여..여보.. 나.. 나 지금.. 나 지그....”
“나도.. 나도 싼...”

‘철컹!!~ 끼이익~~~~’

“헉!!!”
“아.. 더.. 더 빨리.. 멈추지 말고....... 아~~~~~..”
“...”
“왜 갑자?.....악!!”

‘털퍼덕..’

“악!!.자..자지..!! 자지!!!!! 내 자지!!”

바로 아래에서 들려온 철문 소리에 순간 얼음처럼 굳어져버린 나.
그리고 멈춘 내 행동에 영문을 모르고 계속 더 해달라며 안타까운 신음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리던 신이..

그리고... 문을 열고 이 믿기지 않는 풍경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날 똑바로 올려다보는 백발의 할머니....

이렇게 셋은 얼음처럼 굳어진 채 순간을 보냈고, 그 찰나가 지나자마자 몸을 손으로 가리며 갑자기 주저앉는 신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난 자지가 떨어져나가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이. 염병할 년 놈들!! 발정 난 개새끼들 마냥! 어디 할 데가 없어서..”

갑자기 문 속으로 사라졌던 할머니가 빗자루를 꺼내들고는 노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스피드로 계단을 뛰어 올라오며 빗자루로 날 때리며 휘두르는데..

“하..할머니!! 저에요 저!!”
“이 염병 같은 개잡년들아!”
“저에요.. 저.....옆집.. 옆집 태규에요”
“태규고 지럴이고 누가 남의...태규?”

소란스러운 계단의 반 층위는 순간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구석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앉은 신이와 자지를 덜렁이던 나.. 그리고... 그 덜렁이던 자지 끝에서.. 줄을 그리며 떨어진 정액...들......

“옆 집 총각이여?”
“........”
“저 년은 누구여.. 어라..”
“아... 안녕...하셨어요..”
“....”

좀처럼 가시지 않는 창피함에 고개조차 못 들고 있던 그 순간 신아가 후다닥 도망가듯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여는데..
긴박한 순간엔 오히려 손가락이 잘 안 움직인다고 하더니.. 몇 번이나 비밀번호를 틀리며 신이가 동동거리는 모습으로 잔뜩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겨우 열린 문으로 번개처럼 사라진 신이의 모습을 나와.. 그리고 할머니가 멍하니 쳐다보다가.. 곧 할머니의 시선이 내 아랫도리에 머물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황급히 손으로 자지를 가리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위층은 거의 비어있어 이런 소란에 할머니만을 신경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위층이 비어있어 신이와 장난스럽게 좀 놀아보려 반 층 위의 이곳으로 온 것인데.... 할머님도 귀도 어두우셔서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스릴을 좀 즐겨보려 했는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정말 창피함에 고개조차 못 들고 한시라도 빨리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게 된다.

“고놈.. 참 실하네..”
“네?.....”
“이 미친놈아! 지 색시가 돌아왔으면 조용히 살 것이지 왜 이 지럴이여!”
“죄..송합니다....”
“난 또 어떤 미친놈들이 술 먹고 들어와서 난장판을 만드나 했잖여!”
“......하하하..하..”
“웃지 마 이 미친놈아! 비싼 침대 놔두고 이게 뭔 지럴이여!.. 빨랑 들어가!!”
“하하.. 네.. 정..말 죄송합니다.”
“쯧쯧쯧...”

두 손으로 자지만을 가리곤 벽에 바짝 붙어 할머니를 피해 계단을 내려온 난 신이처럼 몇 번의 실패 후 겨우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휙~~~ 퍽~“

곽티슈가 내 바로 옆으로 날아와 벽에 부딪힌다.
시커먼 발바닥으로 거실에 주저앉은 신이가 눈물까지 흘리며 울먹이다가 내 등장에 옆에 있던 곽티슈를 잡아 던진 것이다.

“진짜!!! 이게 무슨 창피야!! 아씨.. 난 몰라!!! 아.... 나 어떻게 해!!!”
“......큭큭...크크크크크..”
“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요!! 저 할머니가 날 얼마나 귀여워 해주셨는데! 나...아이고.. 내가....”

울먹이며 화를 내는 신이의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여울까....
거실 바닥에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무릎을 바닥에 대고 구부린 채 주저앉아 축 처진 어깨로 울먹이고 있는 신이의 화를 내는 모습이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유달리 귀엽게 보인다.

“그래도 웃어!!”
“하하하하 하하하하.. 그..그러게.. 왜 이렇게 웃기냐...”

깨물어주고 싶은 신이의 모습에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나도 배를 잡고 폭소를 터트리게 된다.

“허....미..쳤구나.. 진짜 미쳤어..”
“하하.. 그러게... 내..내가 크크크.. 미.쳤나 봐..크크크..”
“허~~~~~”

주저앉아 웃고 있는 내 모습을 기가 차다는 듯 신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본다.
그러나 쉽사리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 황당함 상황 속에서도 신이를 알아본 할머니의 얼굴과 그리고 우리를 대했던 할머니의 태도.. ‘발정난 개새끼.’ 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기에 더 크게 웃게 된다.

[띵똥~~~띵띵띵.. 똥..]

“크큭..큭... 자..잠깐만요..”

갑자기 울린 벨소리에 겨우 웃음을 참으며 벗어놓은 옷을 주워 입으려 현관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옆집 할망구여.. 문 좀 열어 봐!”
“네? 아.. 자..잠시 만요..”
“됐으니껭.. 언능 문만 열어 봐!”

문 너머에서 들려온 할머니의 날카로운 윽박지름에 옷보다 먼저 문을 작게 열고 고개만 배꼼 내미는데..

“옷도 아직 안 입었남?”
“....네. 그런데 무슨..”
“뭔 일은.. 남자가 오줌 쌀 때도 알음다워야 한다는 말 멀러?”
“예? 그게 무슨..”
“계단 닦으라고 이 넘아!!”
“아!!....예.. 알겠습니다.. 금방..”
“쯔쯧.. 금방은 개뿔~ 오랜만이라고 아주 시원하게 싸질러 놨더만.. 쯔쯧... 새댁!”

“네..네!????”

말릴 틈도 없이..할머니가 날 밀어내며 불쑥 문 안으로 고개를 디밀었다. 그리곤 신이를 부른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내 윗도리를 황급히 집어 대충 몸을 가린 신이가 얼떨결에 대답을 했지만 이내 할머니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인다. 엄청나게 창피한 지 귀까지 새빨개진 신이가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잘.. 생각했어..”
“...네?”

그런 신이의 모습을 쳐다보던 할머니는 예상과는 달리 부드러운 목소리로 신이에게 말을 이어갔다.

“혼자 낑낑대는 모습이 얼마나 안쓰럽던지.. 내가 좋은 중매자리 놔주려고 몇 번이나 말을 하고 물어봐도 이 사람이 거절만 하더라고.. 난 아예 헤어진 줄 알았지 뭐..”
“.....네.”
“그래.. 어디 한 번 맺은 인연이 쉽게 끊어지나.. 정말 잘 생각했고 또 놀러 와. 나 심심혀 죽겄어..”
“..네.. 찾..아 뵐게요. 할머니..”
“찾아 올 땐.. 꼭 옷 입고 오고..”
“네?.................네.”

“크크크크크크..”

“에라이 미친늠아. 그만 처웃고 옷이나 입어. 다시는 복도에서 헛짓거리 하기만 해봐! 아주 그냥 다리몽둥이를 다 뽀사버릴테니께!!”
“...네..크크..”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또 조강지처 버리면 벌 받아!! 두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어! 무조건 빌라이 이등신아! 내 말 알지!!”
“그럼요... 제가 저 사람을 어떻게 버려요.”
“말은 잘해요.. 얼른 계단이나 닦아!”

마지막까지 호통으로 끝을 낸 할머니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잔뜩 골을 내던 신이가 문을 닫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는 날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한다.

“왜?”
“그냥요.... 할머님은 아직도 정정하시네요.”
“응. 가끔 반찬도 해주시는데.. 오실 때마다 당신 소식 묻더라.”
“....그랬어요?”
“응.”

신이가 고개를 들어 현관문을 지그시 바라본다. 내 윗도리로 몸을 가리던 손을 무의식중에 천천히 내리며 추억을 회상하듯 멀뚱히 현관문을 바라보는 신이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난 그제야 찾아온 고통에 허릴 숙이게 된다.

“으으.. 그렇다고 낀 채로 갑자기 주저앉냐.. 진짜 끊어지는 줄 알았잖아.”
“그러니까 왜 쓸데없이... 에휴~. 괜찮아요?”
“좀 봐주라.. 핏줄이라도 터져나..”
“..”

자지를 잡고 시커먼 발바닥 그대로 거실로 들어가 신이 앞에 선다.
주저앉은 그대로 신이가 고개를 들어 아직도 젖어있는 내 자지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탁!’

“괜찮네요.”

따귀를 때리듯 꼼꼼히 살펴보던 신이가 내 자지를 손바닥으로 소리 나게 쳤다.

“윽!.. 진짜 아프다고.”
“아프긴 멀쩡하네.”
“진짜 아픈데...”
“빨리.. 씻기나 해요.”
“같이 씻을까?”
“..”
“저번에도 씻겨 준다고 해놓고는 그냥 갔잖아.”
“....집요하면 여자들이 싫어한다는 거 몰라요?”
“집요한 게 아니지.. 억울한 거지!”
“할머니 말씀대로 말만 잘해요!! 알았으니까 들어가요.”
“크크~.. 으윽.. 근데 진짜 아프다.”
“치~..”

신이가 걸레를 찾아 방바닥을 닦으려다가 욕실로 걸어갔다.
하복부에 느껴지는 고통에도 난 그런 신이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욕실로 등 떠밀 듯 가벼운 발걸음을 연신 재촉했다.

“얼능 씻기나 해요! 장난 좀 그만치고!!”
“아잉~~, 아까 싸다가 말았단 말이야.”
“됐거든요! 나 그럴 기분 아니에요. 괜히 할머님한테 못 보여드릴 꼴만 잔뜩 보여드리고....”
“와.. 그런데 자기 엉덩이가 이렇게 업이 됐었나?”
“....빨랑 씻어요!”
“그렇지 않아도 아까 잡았을 때 유달리 탱탱하다고 느꼈는데.. 힙업인지 뭔지 하는 운동 했지? 맞지?”
“아! 쫌!!! 헉!!!!”
“하던 건 해야지~~”
“아씨!!!”





“뭐 좋은 일 있냐?”
“좋은 일은.. 결산서 받으러 온 거지. 여기..”
“그것보다 박미지씨가 경리과에서 이번 달 회계전표 때문에 너 좀 올라오라던데.”
“...그래?”
“난 전해 줬다.”

경리과에서 근무하는 내 입사동기가 말을 전하곤 결산서를 받아갔다.
요즘 가뜩이나 상사의 눈에 찍힌 나였기에 눈치를 보며 회계전표를 들고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곧 경리과로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미지가 날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절 찾으셨다고..”
“네. 회계전표에 수정할 게 있어서요. 지금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요. 저 화장실 좀 갔다가 사무실로 가요.”
“...네.”

3분? 5분?
생각보다 긴 시간을 화장실 앞에서 뻘줌히 기다리고 나서야 나온 박미지와 경리과로 이동하게 된다.
평소라면 항상 사람들로 분빌 경리과엔 미지의 말대로 아무도 없었다.

“다 어딜 가셨나 봐요?”
“금요일이잖아요. 지금 회의실에서 결산처리 준비하고 있어요.”
“미지씨는요?”
“사무실엔 한 명이라도 남아있어야죠. 이번 당번이 저에요.”
“아~~..”
“서류는 핑계고.. 몇 시에 만날 거예요? 모임은 8시부터 시작한다고 하던데.”
“어디서 모인데요?”
“OO펜션이라고 하던데요.”
“....”
“왜 그래요?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시네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6시까지... 어디서 만날까요?”
“문자로 주소 보내드릴게요. 그리로 픽업하러 오세요.”
“....네.”
“그리고 명심하세요. 태규씨랑 저랑 연인이라는 거.”
“.....그런데 그 연인이라는 게.. 무슨 설정을 준비하거나.. 좀 더 말을 맞혀야 되는 거.. 아닌가요?”
“말을 맞혀요? 아~.. 호호호.. 첩보영화만 많이 보셨나 봐요. 그냥 섹파정도로 얘기하면 될 거예요. 저번 모임 때 보니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던데요. 물어보지도 않고.”
“미지씨는 이런 모임을 했었어요?”
“저번에 신이씨랑 저랑, 태규씨랑 같이 놀기 바로 전에요. 그냥.. 모임이라고 하기도 뭐한 세 커플만 모여서 놀았던 때가 있었어요.”
“아.... 혹시.. 누구누구 나왔는지... 기억하세요?”
“말했잖아요. 누군지도 말하지 않고 그냥 놀기만, 즐기기만 했었다고요.”
“...네.”
“그리고.. 저 옷 좀 사러가야 되는데. 오늘 끝나고 회사 앞에 있는 핑키에 같이 가줄 수 있죠?”
“오늘이요? 옷을 사는데.. 제가 같이 가드려야 되요?”
“그럼 누구랑 갈까요? 그래도 내일은 제 연인이 태규씨 아니에요?”
“...알겠어요.”
“혹시 약속 있어요?”
“아닙니다. 신이랑 저녁 먹기로 했는데. 조금 늦는다고 전화하죠.”
“그래요. 핑키에 섹시한 원피스도 많으니까 취향대로 골라 봐요.”
“...네,”

원래의 예정대로라면 퇴근 후 집으로 가자마자 신이를 태우고 춘천으로 날아갈 생각이었다.
신이가 좋아하는 춘천 닭갈비를 생각하며 어제의 발산했던 에너지를 몇 번 갔던 닭갈비집의 홍삼막걸리로 보충도 할 겸 말이다.

“난데.”
[네. 밥은 먹었어요?]
“아직. 이제 11시 좀 넘었는걸.”
[아.. 청소하다보니 시간을 잊었어요. 왜요?]
“오늘 저녁에 좀 늦을 거 같은데..”
[많이 늦어요? 그냥 밥할까요?]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한 3~40분? 정도..”
[별로 늦지도 않는데. 어차피 내일 토요일인데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 오늘 저녁에 가야 되잖아.”
[아니에요. 내일 가도 상관없어요.]
“그래?? 그럼 오늘 춘천에서 자고 올까?”
[....]
“그건.. 좀 아닌가? 하하....”
[잠만 잘 거죠! 다른 짓 안하면... 생각 좀 해보고~~]
“그럼! 이 오빠를 못 믿냐! 크크크~”
[알았어요. 준비하고 있을게 운전조심하고, 너무 서두르지 말고요!]
“내가 애냐! 알았어.”
[애니까.. 문제지..]



퇴근준비를 마치고 서둘러 회사 로비로 간다.
이미 내려온 박미지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순차를 두고 회사 건물 밖으로 나갔고, 아까 말했던 핑키가 있는 방향으로 가다 미지와 합친다.

갑자기 미지가 팔짱을 껴온다.

“사람들 보면 어떻게 하려고요...”
“뭐 어때요? 태규씨도 솔로고 저도 솔론데. 그냥 사귀나 보다 하고 말겠죠.”
“그래도.....”
“우리 연인이 설정이잖아요.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지.”
“.....”
“핑키가 어딘지는 알아요?”
“그럼요. 저도 지하철 족이었는데.. 저기 지하철 역 지나서 바로잖아요.”

박미지가 낀 팔짱을 벗어나려다 그냥 둔다.
어차피 설정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고 강한상이 통화로 말 한 대로 일지 모를 지금 삐쳤을지 모를 박미지의 심기를 굳이 건드릴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신이씨랑 깨가 쏟아지나 봐요.”
“네? 왜요?”
“아까 복도에서 보니까 입 꼬리가 아주 귀에 붙었던데.. 괜히 질투까지 나네.”
“질투는요.. 그냥 게임이니까... 그런 거지.”
“정말요? 게임이라서 기분이 좋은 거예요?”
“....”
“에이~. 아직도 미련이 많이 남은 것처럼 보이던데!”
“그래도.. 전 와이프였으니까..그렇죠.”

여자의 변덕만큼 무서운 게 없다고 했다.
신이라면 모를까.. 이 박미지란 여자가 우선은 날 도와준다고 다짐을 해주긴 했지만 혹시나 변할지 모를 여자에게 굳이 내 속내를 다 드러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조금은 거리를 두게 되는데..

“어!.. 신..이씨???”
“신이??”

지하철역 코너에 막 다다랐을 때..
청색 꽃무늬 블라우스와 하얀색 스커트. 진회색 세무 하이힐과 검은색 스타킹 그리고 즐겨 입는 흰색 가디건을 팔에 걸친 채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서있던 여자가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신이야...”

난 신이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지금 박미지와 팔짱을 끼고 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여긴 어떻게.."
"마중으로 당신을 놀래켜 주러 왔는데... 너무 오랫만에 왔나봐요. 지하철에서 내리니까 헷갈리네요."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는 신이의 시선이 내 팔꿈치를 향하고 있다는걸 보고서야 팔짱을 끼고 있다는걸 깨닫게 된다.

"아..."

--계속--

오늘도 바빠서 이제야 올립니다.
늦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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