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무통증이면.. 통증이 없다고 해서 무통증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던 창구가 멋쩍게 입을 연다.
내 얘길 듣고도 믿기지 않는 듯 얘기하던 창구도 김의원과의 대화 내용에 모든 것이 사실이고 현실이라는 걸 인정하고는 중간까지 돌아오던 차안에서 침묵만을 이어갔었다.
“나도 잘 모르겠다.. 무통증이란 게..”
“인터넷으로 찾아 봐. 네이년에는 별게 다 있더만..”
“아.. 맞네.. 핸드폰 좀 줘봐라.”
“내 핸드폰?..잠깐만...”
창구의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넷에서 ‘무통증’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본다.
통각상실증..
뇌로 전달되어지는 감각 기능에 이상이 생겨 통증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 통각상실증이란 병이라기보다는 통각 자체가 없어진 상태를 말하며 뇌의 감각영역에 이어지는 경로 중 어디선가 이상이 생겨.....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며 대게 신경손상에 의한 것이기에 그 증상이 지속적이고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진단 및 증상도 다양하며 신경손상의 부위에 의해 상실부위도 결정될 수 있다...
“강한상은 자지만 그런 건가?”
“....뭐?”
“그 부위란 거 말이야..”
글을 읽으며 중얼거리던 내 말을 듣던 중 창구가 엉뚱한 질문을 한다.
“아닐 걸.. 아마 몸 전체가 아닐지 모르겠네..”
“몸 전체?”
“응.. 김의원이란 남자가 한상이가 권투를 그만 둔 이유에 대해서 얘기 했잖아.. 주먹에도 감각이 없다는 말인데.. 그럼 목 아랫부분은 다 그런 게 아닐까?”
“그럼 몸뚱이 전부잖아.”
“손과 발이 가장 신경이 끝이잖아.. 그리고.. 팔과 연결 된 부위까지를 말하는 거고.. 사정이란 걸 못 해봤다면 하반신도 마찬가지란 얘긴데.. 팔과 하반신까지 다 연결 된 부위라고 하면 목 아래가 아니겠냐?”
“아~ 맞네.. 와.. 그런 병도 있냐?”
“나도 처음 본다.. 통풍이란 건 텔레비전에서 몇 번 봤는데.. 무통증이란 건....”
“지루랑 다른 거지?”
“지루??”
“조루의 반대말이야. 씨발.. 난 인테리어 치면서 조루 수술까지 받았는데.. 좀 부럽기도 하네..”
“부러워?”
“그렇잖냐.. 이건 아무 느낌도 없으니까 죽어라 박아댈 수 있는 거고.. 천하의 명기란 년이 찾아와서 아무리 방중술까지 부린다고 해도 어디 끄떡이나 하겠냐!? 고론 년 하나 붙잡고 곡소리 날 때까지 껴안아 주면 환장하면서 달라붙는 거 아니냐고...”
“그게 말이냐 방구냐.. 참나...”
“솔직히 말해서 안 부럽냐? 누군 칙칙이까지 뿌려대면서 안 느끼려고 발악하는데.. 그러고 보니 천연칙칙이를 자지에 내장하고 사는 거네.. 와~~~”
“그게 자지에만 그런 거냐? 생각해봐라.. 고통이란 게 없으면 삶이 얼마나 끔찍하겠냐고..”
“끔찍해?”
“고통이란 게 없으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알 수 있겠냐? 냄비가 뜨겁게 달궈져 있다면 보통의 사람이라면 잡는 순간 엄청난 고통에 깜짝 놀라서 손을 떼서 그나마 적은 화상을 입겠지만, 고통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냐? 아픈지도 모르고 그걸 그냥 들고 있다가 살점까지 다 타들어 갈수도 있잖아.. 지나가다가 유리조각에라도 크게 베였다면.. 통증에 지혈이라도 할 텐데.... 그 통증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냐고.. 이 빙신아..”
“아~~.. 그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네... 그럼 일상생활이 가능은 한 건가?”
“그래서 조심에 조심을 하면서 살겠....”
문득 강한상에 집의 구조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 나였고 50평이 넘어 보이는 강한상의 집의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가구들.. 유독 곡선의 미가 잘 살아있던 가구들과 테이블의 형태에 대한 미적 감각이 아닌 현실적인 그 구조에 대한 이유를 이제야 깨닫게 된다.
“왜 갑자기 말을 하다가 마냐?”
“잠깐만...”
손에 쥐고 있던 창구의 스마트폰 화면 속에 인터넷을 끄고 전화버튼을 누른다.
현민에게 전화를 건다.
[웬일이냐~?]
“나다.”
[어.. 네가 왜 이전화로 전화를 걸어? 창구랑 같이 있냐?]
“지금 어디냐?”
[나야~ 뚱돼지 같은 마눌이랑 집..윽!! 아파 이 돼지야!! 악!!]
“...”
[크크.. 미안. 왜?]
“집으로 갈게. 잠깐 보자.”
[지금?]
“응.. 얘기할 게 있어.”
[어딘데?]
“15분..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그래. 오면 전화해라.]
“창구야. 현민이 집으로 차 좀 돌려.”
“어떻게 됐어? 오늘 만나기로 한 거 아니야? 그런데 왜 갑자기 창구랑 같이 오냐?”
“창구한테도 다 얘기 했어.”
“뭐? 창구한테?? 왜?”
“네가 그러고도 친구냐!? 불알친구라고 딸랑 셋 있으면서 이런 중요한 사건을 어떻게 감쪽같이 속이고 있었냐고!”
“넌 좀 조용히 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집 앞 호프집에서 우리를 미리 기다리고 있던 현민은 내 말을 듣고는 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야이 미친놈아! 넌 제수씨 얼굴도 몰라보냐!!”
얘기를 듣던 현민이가 갑자기 창구에게 버럭 화를 낸다.
“이러니까 너한테 말을 안 한 거 아니야!”
“아니.. 난 그냥... 솔직히 이혼한 전 와이프하고 다시 만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냐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척보면 딱 알아야지! 이 새끼는 지 마누라가 며칠 여행 간다고 하고 몰래 성형수술하고 오면 몰라볼 새끼네.”
“제발 성형 좀 했으면 좋겠다.”
“.....”
“아니.. 말이 그렇다고...”
“그럼.. 그 무통증병인지 통각상실증인지가 강한상이 걸린 병이란 말이야?”
“응.. 아마.. 어릴 때 받은 충격 때문일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건 자세히 모르지..”
“몸이 모르니까.. 이런 게임이란 걸로 조금이라도 느껴보려는 건가?”
“글쎄.. 나도 그 생각은 했는데... 한상이 놈이 자기 엄마에 대한 애증을 이런 식으로 풀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더라.”
“아!!”
“...왜?”
“너 나랑 잠깐 어디 좀 가자.”
“뭐? 지금?”
“지금가야지 핸드폰 집에 놔두고 왔지?”
“...응.”
“차는?”
“창구 차로 움직였다.”
“그래 잘했네.. 일어나자.”
“난? 나도 같이 가.”
“됐다. 넌 집에 들어가라.”
“아씨! 나도 좀 끼자고!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알았으니까.. 지금은 우선 집으로 돌아가라. 우르르 몰려가봐야 괜히 일만 틀어지니까.. 연락할게.”
투덜거리는 창구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현민이가 운전을 하는 차로 다시 강남 쪽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운전하는 동안 조용히 운전에만 집중하던 현민의 모습에 나도 조용히 앞만을 바라본다. 지금 순간 신이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새로 알게 된 강한상의 상태에 대한 문제가 더 크게 느껴졌기에 그 불안을 우선 접자 생각을 한다.
“공칠 수도 있지만.. 우선 만나보자.”
“누굴?”
“박소민이 남자친구..”
“박소민은 누군데?”
“......”
“누군데?”
“우리 도와줬던 박과장님이라고 기억해?”
“박과장?? 그게.. 누구냐?”
“은행직원. 금고에서 널 도와줬던 그 박과장 말이야.”
“아~.. 그런데?”
“그 분 따님이다.”
“따님?? 박소민이 박과장님 따님이라고? 그런데 지금 박소민은 왜 만나?”
“박소민을 만나는 게 아니고 그 여자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지금 시간이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을 거야. ”
“남자친구???”
현민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이해를 못한다.
갑자기 은행 금고 건에서 우릴 도와줬던 박과장이란 남자의 딸이 우리 일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 여자가 아닌 그 여자의 남자친구를 왜 이 시간에 만나러 가는 건지도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도 처음 만나러 가는 거라.. 최대한 조심해서 얘기하자..”
“그러니까 왜 그 친구를 만나러 가냐고..”
“연관이 있으니까.. 그리고 여권은 화요일쯤이면 나오겠더라. 비자가 문젠데 우선..”
“아.. 현민아..”
“...응? 왜?”
“여권만 나오면 중국에 들어가 줘.”
“뭐? 비자가 나와야지.. 중국 비자는 금방 나올걸.”
“생각보다 일이 급박하게 돌아갈 거 같아.. 오늘 마지막 한상이 새끼 표정을 봤는데.. 무슨 사고라도 칠 게 분명할 거 같아.”
“....”
“최대한 빨리 들어가서 아이라도 확보를 해야 할 거 같아..”
“..알았어. 한 번 더 알아볼게.”
“미안하다. 친구라고 괜히..”
“됐어 새끼야. 일만 잘 되면 거하게 술이나 한 잔 사라.”
“...”
현민이에게 미안함을 더 느끼게 된 그 순간.. 차는 강남의 한 편의점 앞에서 인도를 반쯤 물고 주차한다.
그리고 차안에서 편의점 내부를 훔쳐보듯 관찰하던 현민이 안의 남자 직원 두 명을 확인하고 고민을 한다. 조사를 하며 박과장이라는 조력자를 구하게 된 현민이었지만 그 딸의 남자친구의 얼굴 사진까지는 확보를 못 한 듯 보였다.
“저기 아르바이트생 중에 한 명을 만나러 온 거야?”
“응.. 조사한 내용대로라면 저 둘 중에 하난데..”
“그냥 그 박소민이라는 여자를 만나는 게 더 빠를 거 같은데.. 박소민이라는 여자가 관련이 있다면 말이야..”
“병원에 있어. 정신병원.”
“병원??”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봐. 다녀올게.”
“무..뭐?”
차 문을 열고 나간 현민이 그대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편의점 안의 냉장고에서 병맥주 세 개를 꺼내 든 현민이가 계산대로 걸어간다. 그리고 계산을 하며 직원과 뭔가를 얘기를 하는 듯 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현민이의 태도에 아르바이트생 중 한 명이 얼음처럼 굳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몇 분이 더 흐른 후에야 현민이 편의점에서 나와 차로 걸어온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차에서 내가 내렸고 현민이도 그런 날 손짓으로 불러 편의점 바로 앞에 있는 야외 테이블로 앉힌다.
“금방 나올 거야.”
“도대체 뭐냐고.. 저 남자랑 한상이가 무슨 상관이냐? 그리고 박소민?? 그 여자는 무엇 때문에 병원에 입원을 한 거고?”
“네가 은행에 들어갔을 때 박과장이 다른 말은 안 했냐?”
“얘기?.. 글쎄... 아!!!”
“왜?”
“박과장이란 남자가.. 그때 위험을 경고하면서 한방애한테 타격을 줄 수 있는 게 확실하냐고 물어보긴 했는데...”
“...”
“그땐 너무 긴박한 상황이라서 그냥 듣고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박과장님의 따님이라는 박소민이가 한상이 놈과 연관이 있는 게 분명해. 그리고 무슨 사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지금 만날 친구의 집안까지 풍지박살이 난 거 같고..”
“풍지박살??”
“아.. 나온다.”
쭈삣거리며 나온 아르바이트생은 날 발견하곤 한 번 더 발걸음을 멈칫 멈춘다.
괜찮다는 듯 미소를 보이며 손짓을 하는 현민이의 모습에 용기라도 낸 듯 다시 걸음을 옮긴 아르바이트생이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와 의자에 앉는다.
“아..안녕하세요.”
“네..”
“그런데.. 소민이 일로 할 얘기가 있다는 게 뭐에요?”
“강한상이라고 알고 있어요?”
“........”
현민이의 입에서 나온 한상이의 이름에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이 새하얘진다. 백짓장처럼 하얘졌던 얼굴은 곧 분노로 가득한 시선과 부들거리는 주먹의 움직임으로 이 남자가 강한상에게 결코 호의적인 반응이 아닐 거라는 걸 확신하게 된다.
“한방은요?”
“.....네? 한방이요?”
“아닙니다.. 그럼 강한상이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경찰이세요?”
“아니요. 피해자입니다.”
“피..해자요?”
현민은 우리를 스스로 피해자라 칭했고 더 진지한 표정으로 상체를 바짝 붙이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런 현민의 태도에 아르바이트생의 표정과 행동이 아주 조금이지만 적대심을 없애는 듯 보였다.
그리고 현민의 부드러운 설득과도 같은 얘기 속에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경험담을 우리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친구였습니다.”
“친구??”
나도 모르게 현민과 아르바이트생의 대화에 끼어들게 된다.
“네... 같이 대학을 나온.. 동기였고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왜?”
“네?”
“아니... 동기라면..한상이처럼 명문대학교는 진작 졸업했을 텐데... 왜 이런 곳에서 일을 하는지..”
“...........”
“괜한 걸 물어봤나?... 미안하네....”
“아닙니다..................... 처음엔 한상이란 놈도 괜찮은 놈이었어요. 그냥 또래의 대학생 중에서 조금은 낯가림이 심하고.. 말수가 적은... 유난히 몸을 사린다고 해야 할까?? 겁이 많은 놈이라는 인상의 친구일 뿐이었는데.... 소민이가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혹시.... 소민씨란 분의 사진을 볼 수 있을까요? 있다면 말이에요.”
“...네.”
잠시 망설이던 아르바이트생이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우리에게 건네줬다.
혹시나 하는 내 예상은 적중했다. 소민이라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 잠시 동안 침묵을 이어가게 된 나였고 바로 옆에서 그 사진을 지켜보던 현민이도 놀라게 된다.
신이와 너무도 닮은 소민이라는 여자의 얼굴에 놀란 것이다.
아니.. 강한상의 금고에서 봤던 사진 속 인물과 흡사한.. 신이보다는 덜 했지만 분명 박소민이라는 여자의 얼굴 속엔 강한상의 엄마라는 여자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왜..요?”
“아닙니다. 그냥... 그럼 소민씨를 만나고 난 강한상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접근을 했다는 건가요?”
“...네. 정확힌.. 저랑 소민이가 사귀고 나서부터.. 오티를 갔다가 한 눈에 반해서 제가 대시를 했고 거의 반년동안 친구처럼 지낸 후에야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했던 그 순간부터 한상이 놈이 달라졌어요..”
“어떻게요? 폭력적이거나.. 아니면....”
“사실 그 전까지는 한상이 놈이 유명 국회의원의 아들이란 것도 몰랐어요. 그리고 그렇게 대단한 집안의 자식이란 것도요. 어느 순간부터 고급외제차를 끌고 학교에 등교를 하질 않나.. 술도 안 마신다고 참석도 하지 않던 과모임에도 술값까지 쏜다며 모습을 드러내질 않나...”
아르바이트생이 말하는 강한상의 인상은 철없고 돈 많은 양아치대학생의 표본이라고 할 정도로 유치하게 들렸지만,, 들려주는 얘기는 점점 더 과격해졌고 상식을 넘어선 내용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강한상이 왜 이렇게 철저히 준비를 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웃긴 얘기겠지만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소민이라는 여자는 정말 공부밖에 모르는 학생이었단다.
40대에 이미 순탄대로를 달려 은행지점장자리까지 넘보는 아버지의 밑에서 곱게 자라 명문대학교를 입학했고 난생 처음 만나게 된 동기들과의 교류 속에서 뒤늦게 노는 재미를 알게 된 여자. 박소민이라는 여자의 일반 대학생들과 같은 흔한 패턴이었고 흔한 연애 담으로 시작을 했었다.
이 아르바이트생과의 만남도 풋풋함을 그리는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고 남자를 전혀 몰랐던 소민이라는 여자의 모습을 들려주고 있었으며 아주 작게 그려진 첫 관계의 대해서도 파격적임이 하나 없는 오히려 지금의 내겐 밋밋함을 그리게 되는 평범한 연예담과 같았다.
그러는 동안 그 둘의 뒤에서 남몰래 소민을 지켜보던 강한상이란 존재를 당연히 아르바이트생도 눈치조차 채지 못했었고 어느 순간부터 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을 때에도 소민이란 여자가 목적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생의 얘기를 들을수록 이것이 창구에게 설명까지 들었던 진정한 네토라레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과 사귀기 시작했고 둘 다 첫 관계였던 두 남녀..
아르바이트생과 박소민의 첫 관계는 자세히 듣진 않았지만 그 얘기만으로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풋풋했고 평범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학생들과 더 어울리기 시작한 박소민의 행동에 화를 내며 짜증을 부린 아르바이트생의 태도에 짜증으로 대응하는 행동까지..
결정적인 건 학교 내에서 정식으로 CC로 인정받고 같은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을 때 본격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강한상의 행동에 곤욕스러워하면서도 화려한 불빛에 이끌려가듯 박소민이라는 여자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눈치 채게 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은 처음엔 달래기도 했고 화를 내기도 해봤지만 점점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직시했고 엄청난 부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강한상이란 남자 앞에서 점점 작아지기만 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동조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반 년 정도가 지났을 때..
어중간한 사이로 지내며 끝까지 친구일 뿐이라던 박소민의 행동에 거의 포기상태로 접어든 시점에서.. 박소민이 울며 아르바이트생의 집으로 찾아왔었단다.
동성의 과 친구들과 평소처럼 강한상이 연 클럽의 파티에서 술에 취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다른 남자와 춤을 추게 되었고 그 순간 화를 내긴 커녕 오히려 더 독려를 했던 한상의 모습에 쿨하다는 감정을 느낀 박소민이었다지만.. 그 춤판은 곧 음란하기 짝이 없는 룸 안에서의 섹스파티가 되어버릴 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도망치듯 나와 버린 박소민이 아르바이트생을 찾아와 후회하듯 사과를 하기 시작했는데..
강한상은 그 이후 숨겨 왔던 악마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독 박소민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기 좋아했던 강한상의 취미에 섹스 신까지 거부하다 마지못해 촬영을 허락하게 되었고 그것이 자신의 목을 조여 올 줄은 생각도 못했던 박소민은 결국 강한상의 협박과도 같은 집착을 못 견디고 경찰에게 도움까지 청하게 되었지만...
“그럼.. 너도.. 아니.. 알바생인 당신도 그걸 다 봤다는 말입니까?”
“......네. 경찰한테.... 증거로 제출할 때.. 어쩔 수 없이 다 봤어요.”
“.........”
“그.. 새끼가 어떻게 소민이를 괴롭... 괴롭혔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겠네요.. 같이 미친놈 년들처럼 즐긴 거니까...”
“.....”
“그 새끼 물건을 당장이라도 잘라버리고 싶다는.......”
말을 하다 말고 아르바이트생이 그때의 기억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는지 입술을 꽉 깨물며 주먹을 부들부들 떤다.
“신고를 했는데?”
“...... 유출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접수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뭐?”
“여자가...... 소민이가 반항을 하는 모습이 담긴 것도 아니고.. 같이 즐긴 모습이라고..... 동의하에 촬영된 영상이라고... 안 된데요.”
“그래도 협박을 했다며.. 협박죄가 얼마나 무서운 건데..”
“오히려.... 소민이를 창녀취급 하던데요.”
“....뭐?”
“즐길 땐 좋았으면서... 왜 이제 와서 신고를 하냐고.... 돈이라도 뜯어 먹을 생각이 아니냐고..”
“이..미친 새끼들이.... 경찰이 그런 얘기를 했다고?”
“..........네. 정작 문제는.. 그 이후였어요.”
“그 이후?”
---계속--
글이 짧지만.. 이 짧은 글도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우며 겨우 짬을 내 써서 올립니다(ㅜㅜ).
하.... 수요일에 끝날 줄 알았던 프로젝트가..... 그래도 금요일입니다.
모두모두 불금되시고~~~ 화끈한 휴일 보네세요~
아~~주 자극적이고 섹시한 사랑을 나누시면서.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몇 분이 물어보셨는데.. 전 소라 외에는 다른 어느곳에도 글을 올리지 않습니다. 다른 곳은 전부 불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소라의 접속이 불안한데... 만약 소라가 막힌다면 제 소라 생활도 끝이 나는거죠(^^;)a
“무통증이면.. 통증이 없다고 해서 무통증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던 창구가 멋쩍게 입을 연다.
내 얘길 듣고도 믿기지 않는 듯 얘기하던 창구도 김의원과의 대화 내용에 모든 것이 사실이고 현실이라는 걸 인정하고는 중간까지 돌아오던 차안에서 침묵만을 이어갔었다.
“나도 잘 모르겠다.. 무통증이란 게..”
“인터넷으로 찾아 봐. 네이년에는 별게 다 있더만..”
“아.. 맞네.. 핸드폰 좀 줘봐라.”
“내 핸드폰?..잠깐만...”
창구의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넷에서 ‘무통증’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본다.
통각상실증..
뇌로 전달되어지는 감각 기능에 이상이 생겨 통증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 통각상실증이란 병이라기보다는 통각 자체가 없어진 상태를 말하며 뇌의 감각영역에 이어지는 경로 중 어디선가 이상이 생겨.....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며 대게 신경손상에 의한 것이기에 그 증상이 지속적이고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진단 및 증상도 다양하며 신경손상의 부위에 의해 상실부위도 결정될 수 있다...
“강한상은 자지만 그런 건가?”
“....뭐?”
“그 부위란 거 말이야..”
글을 읽으며 중얼거리던 내 말을 듣던 중 창구가 엉뚱한 질문을 한다.
“아닐 걸.. 아마 몸 전체가 아닐지 모르겠네..”
“몸 전체?”
“응.. 김의원이란 남자가 한상이가 권투를 그만 둔 이유에 대해서 얘기 했잖아.. 주먹에도 감각이 없다는 말인데.. 그럼 목 아랫부분은 다 그런 게 아닐까?”
“그럼 몸뚱이 전부잖아.”
“손과 발이 가장 신경이 끝이잖아.. 그리고.. 팔과 연결 된 부위까지를 말하는 거고.. 사정이란 걸 못 해봤다면 하반신도 마찬가지란 얘긴데.. 팔과 하반신까지 다 연결 된 부위라고 하면 목 아래가 아니겠냐?”
“아~ 맞네.. 와.. 그런 병도 있냐?”
“나도 처음 본다.. 통풍이란 건 텔레비전에서 몇 번 봤는데.. 무통증이란 건....”
“지루랑 다른 거지?”
“지루??”
“조루의 반대말이야. 씨발.. 난 인테리어 치면서 조루 수술까지 받았는데.. 좀 부럽기도 하네..”
“부러워?”
“그렇잖냐.. 이건 아무 느낌도 없으니까 죽어라 박아댈 수 있는 거고.. 천하의 명기란 년이 찾아와서 아무리 방중술까지 부린다고 해도 어디 끄떡이나 하겠냐!? 고론 년 하나 붙잡고 곡소리 날 때까지 껴안아 주면 환장하면서 달라붙는 거 아니냐고...”
“그게 말이냐 방구냐.. 참나...”
“솔직히 말해서 안 부럽냐? 누군 칙칙이까지 뿌려대면서 안 느끼려고 발악하는데.. 그러고 보니 천연칙칙이를 자지에 내장하고 사는 거네.. 와~~~”
“그게 자지에만 그런 거냐? 생각해봐라.. 고통이란 게 없으면 삶이 얼마나 끔찍하겠냐고..”
“끔찍해?”
“고통이란 게 없으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알 수 있겠냐? 냄비가 뜨겁게 달궈져 있다면 보통의 사람이라면 잡는 순간 엄청난 고통에 깜짝 놀라서 손을 떼서 그나마 적은 화상을 입겠지만, 고통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냐? 아픈지도 모르고 그걸 그냥 들고 있다가 살점까지 다 타들어 갈수도 있잖아.. 지나가다가 유리조각에라도 크게 베였다면.. 통증에 지혈이라도 할 텐데.... 그 통증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냐고.. 이 빙신아..”
“아~~.. 그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네... 그럼 일상생활이 가능은 한 건가?”
“그래서 조심에 조심을 하면서 살겠....”
문득 강한상에 집의 구조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 나였고 50평이 넘어 보이는 강한상의 집의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가구들.. 유독 곡선의 미가 잘 살아있던 가구들과 테이블의 형태에 대한 미적 감각이 아닌 현실적인 그 구조에 대한 이유를 이제야 깨닫게 된다.
“왜 갑자기 말을 하다가 마냐?”
“잠깐만...”
손에 쥐고 있던 창구의 스마트폰 화면 속에 인터넷을 끄고 전화버튼을 누른다.
현민에게 전화를 건다.
[웬일이냐~?]
“나다.”
[어.. 네가 왜 이전화로 전화를 걸어? 창구랑 같이 있냐?]
“지금 어디냐?”
[나야~ 뚱돼지 같은 마눌이랑 집..윽!! 아파 이 돼지야!! 악!!]
“...”
[크크.. 미안. 왜?]
“집으로 갈게. 잠깐 보자.”
[지금?]
“응.. 얘기할 게 있어.”
[어딘데?]
“15분..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그래. 오면 전화해라.]
“창구야. 현민이 집으로 차 좀 돌려.”
“어떻게 됐어? 오늘 만나기로 한 거 아니야? 그런데 왜 갑자기 창구랑 같이 오냐?”
“창구한테도 다 얘기 했어.”
“뭐? 창구한테?? 왜?”
“네가 그러고도 친구냐!? 불알친구라고 딸랑 셋 있으면서 이런 중요한 사건을 어떻게 감쪽같이 속이고 있었냐고!”
“넌 좀 조용히 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집 앞 호프집에서 우리를 미리 기다리고 있던 현민은 내 말을 듣고는 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야이 미친놈아! 넌 제수씨 얼굴도 몰라보냐!!”
얘기를 듣던 현민이가 갑자기 창구에게 버럭 화를 낸다.
“이러니까 너한테 말을 안 한 거 아니야!”
“아니.. 난 그냥... 솔직히 이혼한 전 와이프하고 다시 만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냐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척보면 딱 알아야지! 이 새끼는 지 마누라가 며칠 여행 간다고 하고 몰래 성형수술하고 오면 몰라볼 새끼네.”
“제발 성형 좀 했으면 좋겠다.”
“.....”
“아니.. 말이 그렇다고...”
“그럼.. 그 무통증병인지 통각상실증인지가 강한상이 걸린 병이란 말이야?”
“응.. 아마.. 어릴 때 받은 충격 때문일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건 자세히 모르지..”
“몸이 모르니까.. 이런 게임이란 걸로 조금이라도 느껴보려는 건가?”
“글쎄.. 나도 그 생각은 했는데... 한상이 놈이 자기 엄마에 대한 애증을 이런 식으로 풀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더라.”
“아!!”
“...왜?”
“너 나랑 잠깐 어디 좀 가자.”
“뭐? 지금?”
“지금가야지 핸드폰 집에 놔두고 왔지?”
“...응.”
“차는?”
“창구 차로 움직였다.”
“그래 잘했네.. 일어나자.”
“난? 나도 같이 가.”
“됐다. 넌 집에 들어가라.”
“아씨! 나도 좀 끼자고!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알았으니까.. 지금은 우선 집으로 돌아가라. 우르르 몰려가봐야 괜히 일만 틀어지니까.. 연락할게.”
투덜거리는 창구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현민이가 운전을 하는 차로 다시 강남 쪽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운전하는 동안 조용히 운전에만 집중하던 현민의 모습에 나도 조용히 앞만을 바라본다. 지금 순간 신이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새로 알게 된 강한상의 상태에 대한 문제가 더 크게 느껴졌기에 그 불안을 우선 접자 생각을 한다.
“공칠 수도 있지만.. 우선 만나보자.”
“누굴?”
“박소민이 남자친구..”
“박소민은 누군데?”
“......”
“누군데?”
“우리 도와줬던 박과장님이라고 기억해?”
“박과장?? 그게.. 누구냐?”
“은행직원. 금고에서 널 도와줬던 그 박과장 말이야.”
“아~.. 그런데?”
“그 분 따님이다.”
“따님?? 박소민이 박과장님 따님이라고? 그런데 지금 박소민은 왜 만나?”
“박소민을 만나는 게 아니고 그 여자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지금 시간이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을 거야. ”
“남자친구???”
현민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이해를 못한다.
갑자기 은행 금고 건에서 우릴 도와줬던 박과장이란 남자의 딸이 우리 일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 여자가 아닌 그 여자의 남자친구를 왜 이 시간에 만나러 가는 건지도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도 처음 만나러 가는 거라.. 최대한 조심해서 얘기하자..”
“그러니까 왜 그 친구를 만나러 가냐고..”
“연관이 있으니까.. 그리고 여권은 화요일쯤이면 나오겠더라. 비자가 문젠데 우선..”
“아.. 현민아..”
“...응? 왜?”
“여권만 나오면 중국에 들어가 줘.”
“뭐? 비자가 나와야지.. 중국 비자는 금방 나올걸.”
“생각보다 일이 급박하게 돌아갈 거 같아.. 오늘 마지막 한상이 새끼 표정을 봤는데.. 무슨 사고라도 칠 게 분명할 거 같아.”
“....”
“최대한 빨리 들어가서 아이라도 확보를 해야 할 거 같아..”
“..알았어. 한 번 더 알아볼게.”
“미안하다. 친구라고 괜히..”
“됐어 새끼야. 일만 잘 되면 거하게 술이나 한 잔 사라.”
“...”
현민이에게 미안함을 더 느끼게 된 그 순간.. 차는 강남의 한 편의점 앞에서 인도를 반쯤 물고 주차한다.
그리고 차안에서 편의점 내부를 훔쳐보듯 관찰하던 현민이 안의 남자 직원 두 명을 확인하고 고민을 한다. 조사를 하며 박과장이라는 조력자를 구하게 된 현민이었지만 그 딸의 남자친구의 얼굴 사진까지는 확보를 못 한 듯 보였다.
“저기 아르바이트생 중에 한 명을 만나러 온 거야?”
“응.. 조사한 내용대로라면 저 둘 중에 하난데..”
“그냥 그 박소민이라는 여자를 만나는 게 더 빠를 거 같은데.. 박소민이라는 여자가 관련이 있다면 말이야..”
“병원에 있어. 정신병원.”
“병원??”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봐. 다녀올게.”
“무..뭐?”
차 문을 열고 나간 현민이 그대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편의점 안의 냉장고에서 병맥주 세 개를 꺼내 든 현민이가 계산대로 걸어간다. 그리고 계산을 하며 직원과 뭔가를 얘기를 하는 듯 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현민이의 태도에 아르바이트생 중 한 명이 얼음처럼 굳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몇 분이 더 흐른 후에야 현민이 편의점에서 나와 차로 걸어온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차에서 내가 내렸고 현민이도 그런 날 손짓으로 불러 편의점 바로 앞에 있는 야외 테이블로 앉힌다.
“금방 나올 거야.”
“도대체 뭐냐고.. 저 남자랑 한상이가 무슨 상관이냐? 그리고 박소민?? 그 여자는 무엇 때문에 병원에 입원을 한 거고?”
“네가 은행에 들어갔을 때 박과장이 다른 말은 안 했냐?”
“얘기?.. 글쎄... 아!!!”
“왜?”
“박과장이란 남자가.. 그때 위험을 경고하면서 한방애한테 타격을 줄 수 있는 게 확실하냐고 물어보긴 했는데...”
“...”
“그땐 너무 긴박한 상황이라서 그냥 듣고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박과장님의 따님이라는 박소민이가 한상이 놈과 연관이 있는 게 분명해. 그리고 무슨 사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지금 만날 친구의 집안까지 풍지박살이 난 거 같고..”
“풍지박살??”
“아.. 나온다.”
쭈삣거리며 나온 아르바이트생은 날 발견하곤 한 번 더 발걸음을 멈칫 멈춘다.
괜찮다는 듯 미소를 보이며 손짓을 하는 현민이의 모습에 용기라도 낸 듯 다시 걸음을 옮긴 아르바이트생이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와 의자에 앉는다.
“아..안녕하세요.”
“네..”
“그런데.. 소민이 일로 할 얘기가 있다는 게 뭐에요?”
“강한상이라고 알고 있어요?”
“........”
현민이의 입에서 나온 한상이의 이름에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이 새하얘진다. 백짓장처럼 하얘졌던 얼굴은 곧 분노로 가득한 시선과 부들거리는 주먹의 움직임으로 이 남자가 강한상에게 결코 호의적인 반응이 아닐 거라는 걸 확신하게 된다.
“한방은요?”
“.....네? 한방이요?”
“아닙니다.. 그럼 강한상이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경찰이세요?”
“아니요. 피해자입니다.”
“피..해자요?”
현민은 우리를 스스로 피해자라 칭했고 더 진지한 표정으로 상체를 바짝 붙이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런 현민의 태도에 아르바이트생의 표정과 행동이 아주 조금이지만 적대심을 없애는 듯 보였다.
그리고 현민의 부드러운 설득과도 같은 얘기 속에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경험담을 우리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친구였습니다.”
“친구??”
나도 모르게 현민과 아르바이트생의 대화에 끼어들게 된다.
“네... 같이 대학을 나온.. 동기였고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왜?”
“네?”
“아니... 동기라면..한상이처럼 명문대학교는 진작 졸업했을 텐데... 왜 이런 곳에서 일을 하는지..”
“...........”
“괜한 걸 물어봤나?... 미안하네....”
“아닙니다..................... 처음엔 한상이란 놈도 괜찮은 놈이었어요. 그냥 또래의 대학생 중에서 조금은 낯가림이 심하고.. 말수가 적은... 유난히 몸을 사린다고 해야 할까?? 겁이 많은 놈이라는 인상의 친구일 뿐이었는데.... 소민이가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혹시.... 소민씨란 분의 사진을 볼 수 있을까요? 있다면 말이에요.”
“...네.”
잠시 망설이던 아르바이트생이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우리에게 건네줬다.
혹시나 하는 내 예상은 적중했다. 소민이라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 잠시 동안 침묵을 이어가게 된 나였고 바로 옆에서 그 사진을 지켜보던 현민이도 놀라게 된다.
신이와 너무도 닮은 소민이라는 여자의 얼굴에 놀란 것이다.
아니.. 강한상의 금고에서 봤던 사진 속 인물과 흡사한.. 신이보다는 덜 했지만 분명 박소민이라는 여자의 얼굴 속엔 강한상의 엄마라는 여자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왜..요?”
“아닙니다. 그냥... 그럼 소민씨를 만나고 난 강한상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접근을 했다는 건가요?”
“...네. 정확힌.. 저랑 소민이가 사귀고 나서부터.. 오티를 갔다가 한 눈에 반해서 제가 대시를 했고 거의 반년동안 친구처럼 지낸 후에야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했던 그 순간부터 한상이 놈이 달라졌어요..”
“어떻게요? 폭력적이거나.. 아니면....”
“사실 그 전까지는 한상이 놈이 유명 국회의원의 아들이란 것도 몰랐어요. 그리고 그렇게 대단한 집안의 자식이란 것도요. 어느 순간부터 고급외제차를 끌고 학교에 등교를 하질 않나.. 술도 안 마신다고 참석도 하지 않던 과모임에도 술값까지 쏜다며 모습을 드러내질 않나...”
아르바이트생이 말하는 강한상의 인상은 철없고 돈 많은 양아치대학생의 표본이라고 할 정도로 유치하게 들렸지만,, 들려주는 얘기는 점점 더 과격해졌고 상식을 넘어선 내용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강한상이 왜 이렇게 철저히 준비를 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웃긴 얘기겠지만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소민이라는 여자는 정말 공부밖에 모르는 학생이었단다.
40대에 이미 순탄대로를 달려 은행지점장자리까지 넘보는 아버지의 밑에서 곱게 자라 명문대학교를 입학했고 난생 처음 만나게 된 동기들과의 교류 속에서 뒤늦게 노는 재미를 알게 된 여자. 박소민이라는 여자의 일반 대학생들과 같은 흔한 패턴이었고 흔한 연애 담으로 시작을 했었다.
이 아르바이트생과의 만남도 풋풋함을 그리는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고 남자를 전혀 몰랐던 소민이라는 여자의 모습을 들려주고 있었으며 아주 작게 그려진 첫 관계의 대해서도 파격적임이 하나 없는 오히려 지금의 내겐 밋밋함을 그리게 되는 평범한 연예담과 같았다.
그러는 동안 그 둘의 뒤에서 남몰래 소민을 지켜보던 강한상이란 존재를 당연히 아르바이트생도 눈치조차 채지 못했었고 어느 순간부터 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을 때에도 소민이란 여자가 목적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생의 얘기를 들을수록 이것이 창구에게 설명까지 들었던 진정한 네토라레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과 사귀기 시작했고 둘 다 첫 관계였던 두 남녀..
아르바이트생과 박소민의 첫 관계는 자세히 듣진 않았지만 그 얘기만으로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풋풋했고 평범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학생들과 더 어울리기 시작한 박소민의 행동에 화를 내며 짜증을 부린 아르바이트생의 태도에 짜증으로 대응하는 행동까지..
결정적인 건 학교 내에서 정식으로 CC로 인정받고 같은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을 때 본격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강한상의 행동에 곤욕스러워하면서도 화려한 불빛에 이끌려가듯 박소민이라는 여자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눈치 채게 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은 처음엔 달래기도 했고 화를 내기도 해봤지만 점점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직시했고 엄청난 부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강한상이란 남자 앞에서 점점 작아지기만 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동조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반 년 정도가 지났을 때..
어중간한 사이로 지내며 끝까지 친구일 뿐이라던 박소민의 행동에 거의 포기상태로 접어든 시점에서.. 박소민이 울며 아르바이트생의 집으로 찾아왔었단다.
동성의 과 친구들과 평소처럼 강한상이 연 클럽의 파티에서 술에 취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다른 남자와 춤을 추게 되었고 그 순간 화를 내긴 커녕 오히려 더 독려를 했던 한상의 모습에 쿨하다는 감정을 느낀 박소민이었다지만.. 그 춤판은 곧 음란하기 짝이 없는 룸 안에서의 섹스파티가 되어버릴 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도망치듯 나와 버린 박소민이 아르바이트생을 찾아와 후회하듯 사과를 하기 시작했는데..
강한상은 그 이후 숨겨 왔던 악마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독 박소민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기 좋아했던 강한상의 취미에 섹스 신까지 거부하다 마지못해 촬영을 허락하게 되었고 그것이 자신의 목을 조여 올 줄은 생각도 못했던 박소민은 결국 강한상의 협박과도 같은 집착을 못 견디고 경찰에게 도움까지 청하게 되었지만...
“그럼.. 너도.. 아니.. 알바생인 당신도 그걸 다 봤다는 말입니까?”
“......네. 경찰한테.... 증거로 제출할 때.. 어쩔 수 없이 다 봤어요.”
“.........”
“그.. 새끼가 어떻게 소민이를 괴롭... 괴롭혔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겠네요.. 같이 미친놈 년들처럼 즐긴 거니까...”
“.....”
“그 새끼 물건을 당장이라도 잘라버리고 싶다는.......”
말을 하다 말고 아르바이트생이 그때의 기억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는지 입술을 꽉 깨물며 주먹을 부들부들 떤다.
“신고를 했는데?”
“...... 유출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접수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뭐?”
“여자가...... 소민이가 반항을 하는 모습이 담긴 것도 아니고.. 같이 즐긴 모습이라고..... 동의하에 촬영된 영상이라고... 안 된데요.”
“그래도 협박을 했다며.. 협박죄가 얼마나 무서운 건데..”
“오히려.... 소민이를 창녀취급 하던데요.”
“....뭐?”
“즐길 땐 좋았으면서... 왜 이제 와서 신고를 하냐고.... 돈이라도 뜯어 먹을 생각이 아니냐고..”
“이..미친 새끼들이.... 경찰이 그런 얘기를 했다고?”
“..........네. 정작 문제는.. 그 이후였어요.”
“그 이후?”
---계속--
글이 짧지만.. 이 짧은 글도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우며 겨우 짬을 내 써서 올립니다(ㅜㅜ).
하.... 수요일에 끝날 줄 알았던 프로젝트가..... 그래도 금요일입니다.
모두모두 불금되시고~~~ 화끈한 휴일 보네세요~
아~~주 자극적이고 섹시한 사랑을 나누시면서.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몇 분이 물어보셨는데.. 전 소라 외에는 다른 어느곳에도 글을 올리지 않습니다. 다른 곳은 전부 불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소라의 접속이 불안한데... 만약 소라가 막힌다면 제 소라 생활도 끝이 나는거죠(^^;)a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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