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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35 1,264회 0건




"으음.."
한참을 뻗어있던 기찬이 겨우 정신을 차린다.
지금 몇시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탁자를 더듬어 휴대폰을 찾는다.
[AM 7:34]
벌써 아침이었다.
기찬은 뻐근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방 안은 어젯밤의 열기를 보여주듯 마구 벗어재낀 옷가지가 널부러져 있었다.
기찬은 고개를 돌려 유라를 쳐다본다. 자리에서 일어난 자신과는 다르게 그녀는 여전히 잠에 빠져있었다.
"외박했다고 또 난리나겠네."
그러고보니 어젯밤 유라가 간곡하게 부탁하긴 했었다.
「저 기숙사 들어가야 돼요..외박신청 안해서..이번에도 이러면 저 진짜 쫓겨나요..」
하지만 술자리였던 터라 기찬은 듣는둥 마는둥하며 그녀를 추근댔었고, 당연하게끔 그런 부탁은 완전히 잊어버렸던 것이었다.
"뭐, 별 수 있나. 이미 저지른건데 어떻게든 되겠지."
기찬은 쿨하게 넘겨버린다. 나중에 유라가 깨어난다면 골치 좀 썩겠지만, 어차피 자신은 그녀의 부탁따위 들어준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유라에게로 눈을 돌린다.
자신의 옆에서 잠에 빠져있는 그녀는 당연하게도 나신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엔 그의 흔적이 아무렇게나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몇번이나 했더라.."
하도 정신 없었던 터라 기찬은 좀처럼 횟수를 헤아리지 못했다.
그나마 기억나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한창 뒷치기를 할때였던 것 같다. 자신의 아래에서 개처럼 엎드린 유라의 모습은 단연 압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기찬은 괜시리 짓궂은 짓을 해보고 싶어 손가락으로 그녀의 항문을 지분거렸다.
"그리고 울렸지, 쩝.."
솔직히 반쯤은 장난에 가까웠었기에 금방 빼줄 생각이었다. 그, 왜 어린애들이 똥침하면서 장난치는 수준의 장난 말이다.
[아아아악!!!!]
하지만 유라는 정말 무섭게 소리지르며 펑펑 울어댔었다.
[씨, 씨발! 조용히 안해..!!]
그 뒤로는 기억이 군데군데 끊겨서 희미했었다.
"한마디도 안 들어갔었는데.."
서럽게 울어대는 유라를 몇번 윽박질렀고, 자신에 대한 반항에 대한 괘씸죄로 무리해서 허리를 움직인 정도?
암튼 울고불고 난리치던 그녀가 다리를 조이지 못할때까진 했던 것 같았다. 거기까지가 확실하게 남아있는 그의 기억이었다.

기찬은 자고 있는 유라의 아랫쪽으로 몸을 숙인다. 그러자 자신의 눈 앞에 모양좋고 박음직스러운 엉덩이가 훤히 드러났다.
그는 손을 움직여 그것을 찰떡처럼 주물러댔다. 자신의 손아귀에 따라 엉덩이는 아무렇게나 모양이 바뀌며 갈라진 틈을 슬쩍슬쩍 드러낸다.
"참나, 야동보면 걔네들은 잘만 하던데. 이게 뭐라고.."
솔직히 앞으로 더한 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그까짓 손가락 좀 넣어봤다고 난리치는 그녀가 잘 이해되질 않았다.
아직도 그렇게 아까운건가?
기찬은 그동안 자신이 유라를 너무 신사적으로 대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자신처럼 유라를 협박하는 입장이었다면, 아마 그녀는 벌써 만신창이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나 정도면 정말 괜찮은데 말야, 암 그렇고 말고."
자신이 짓궂게 굴긴했지만 그래도 막 굴리진 않았는데 말이다.
그냥 이렇게 하다보면 유라도 적응할거라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그런 그녀도 시간이 주는 익숙함에는 버틸 수 없을거라 생각했었다.
분명 나중에는 어렵지 않게 자신을 받아들일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기억의 되새김질은 오히려 그를 적잖은 열등감에 빠뜨렸고, 어젯밤의 즐거웠던 시간과는 다르게 기찬은 좀처럼 찝찝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게 되버린다.
처음엔 유라와 해보고 싶었다. 자신의 인생에서도 저런 예쁜 여자와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어찌어찌해서 여기까지 굴러왔고 처음의 목적도 달성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녀와 자는건 좋지만, 달리보면 자신에겐 그냥 그것 뿐이었다.
"하.."
적어도 지금만큼은 평온하게 자고 있는 유라를 보자, 기찬은 씁쓸해졌다.
몸을 섞으면 섞을수록 자꾸만 마음이 기우는 쪽은 오히려 자신 같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그녀가 몸을 막 굴리는 헤픈 여자였다면, 적어도 죄책감은 들지 않았을텐데...
유라를 만나는 동안 수십, 수백번도 더 넘게 생각해본게 또다시 슬금슬금 기어오른다.

기찬은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당긴다.
"이미 늦었다, 새꺄."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는 윽박지르듯 소리를 내뱉었다.
연기가 자신만큼이나 어지럽게 흔들린다.
솔직히 이런 기회라도 없었으면 자기가 유라같은 여자를 만날 수나 있었을까. 아니, 만나는 건 고사하고 한번 해볼 수나 있었을까?
하지만 자신은 분명 욕심을 부리고 있었기에, 그걸 바로 잡을 필요가 있었다.
"..솔직히 그녀의 몸은 끝내주지."
매번 할때마다 유라는 자신을 불끈대게 만들었으니 그건 사실이었다.
기찬은 눈 앞의 유라를 샅샅이 훑는다.
어젯밤에 그렇게 싸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물건이 빳빳하게 고개를 세운다.
섹스라도 할 수 있는게 어딘가?
맞다.
공짜로 먹는게 어딘가?
어쩌다 오피라도 사주고 먹을려고하면 15만원씩은 꼬박꼬박 갖다 바쳐야하는데, 그래봤자 할 수 있는 행위는 한정적이었다.
군말없이 정액도 먹어내고, 치욕스런 플레이도 버텨낸다. 어젯밤은 반항이 조금 있긴 했지만, 결국 그것마저도 자신에게 허락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러모로 유라가 훨씬 나았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일까, 기찬은 꿀꿀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어지는 것만 같았다.
아직 그녀와 해보지 못한게 너무나도 많았다. 이런 시덥지않은 것들은 모든 것을 다 해본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래, 아직은 멀었지."
해보고 싶은게 너무도 많았다, 동철 녀석이 상상할수도 없을만큼의.

"가령, 이런 것도 말이지."
기찬은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한무더기의 옷가지를 발로 슥슥 헤집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기찬의 발엔 조그만 천 쪼가리가 딸려 나온다.
그것은 유라의 팬티였다.
기찬은 그것을 주워들고는 창가로 향한다. 삐걱대는 나무 문을 열자 철로된 샷시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다지 열어보진 않았는지 샷시는 굉장히 뻑뻑했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창문을 열었다.
"읏차..~"
그리곤 아무렇지 않게도 팬티를 밖으로 던져버렸다.
"흐흐.."
나중에 팬티가 없어진걸 안다면 유라는 어떤 얼굴로 울음을 터트릴까?
"하하, 그것 참 볼만하겠는 걸~"
생각만으로도 자지가 불끈거렸다.
시계를 보니 퇴실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다. 한번? 잘만하면 두번정도까진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새벽까지 흔들어댄 탓에 적잖이 뻐근대는 허리가 신경쓰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눈 앞의 먹음직스러운 걸 남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찬은 딱딱해진 분신을 꺼덕이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유라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고, 돌아누워있는 탓에 그녀의 깔끔한 등이 훤하게 눈에 들어온다.
기찬은 능숙하게 그녀의 엉덩이를 벌린다. 어젯밤이 꽤나 격렬했다는 걸 반증하듯 유라의 그곳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아무래도 당장의 삽입은 불가능해 보였다.
러브젤이라도 있다면 훨씬 수월했겠지만, 당장 그런게 있을 리가 없었다.
"별 수 있나, 침이라도 발라줘야지 뭐."
괜히 억지로 하다가 찢어질 수도 있고 해서, 이번 기회에 큰맘 먹고 인심쓰자고 기찬은 생각했다. 괜히 아침부터 그녀와 실갱이를 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찬은 유라를 똑바로 눕힌다. 덜렁이는 두 쪽의 가슴이 방만하게 흔들리며 자신을 유혹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물고 빨고 싶었지만, 이 바닥에도 순서라는게 있는지라 기찬은 우선 유라의 다리를 양쪽으로 벌렸다.
거뭇한 털 사이로 그녀의 소중한 부위가 수줍게 자리잡고 있다.
"이런거는 또 졸라게 싫어해요..~"
지난번에도 한번 보지 빨아보겠다고 30분 가까이 쌩 지랄을 했던 기억이 스믈스믈 솟아올랐지만, 그러던가 말던가 기찬은 유라의 양 허벅지를 탄탄하게 틀어쥐었다.
그녀를 깨울 시간이었다.
손아귀에 들어오는 적당한 탄력을 느끼며 기찬은 유라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안은 다시금 후끈한 열기로 가득채워졌다.





기찬은 빠뜨린 물건이 없는지 하나하나 체크한다.
모텔을 찾다보면 은근히 두고 나오는게 많았다. 지난번엔 지갑을 두고 나올 뻔해서 식겁한 기억도 있었다.
다행히 빠트린건 없어보였다. 사실 지갑이랑 휴대폰만 챙기면 거의 다 챙겼다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기찬은 시계를 한번 보곤 유라에게 넌지시 말을 건다.
"슬슬 나가자, 배고프네."
"..."
내가 말을 걸거나 말거나 그녀는 무언가를 분주하게 찾고 있었다.
기찬은 유라가 찾는게 뭔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짜증 섞인 말투로 그녀를 닦달한다.
"퇴실 시간 다됐는데 나갈 준비 안하고 뭐해?"
"아우.."
"빨리 가자니까, 추가금 나온다고."
단계를 높히는 그의 음성에 자리잡은 가시를 느꼈는지, 그제서야 유라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기찬을 불렀다.
"..저.."
"왜, 뭐 없어졌어?"
"패, 팬티가..."
"팬티가 없다고?"
차마 팬티가 없어졌다는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던 그녀는 말끝을 뭉개버렸지만 기찬은 잘도 알아듣고야 만다.
"지금은 뭐 입었는데?"
배려심 하나 없는 말투로 자신을 훑어대는 그의 태도에도 유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없어요, 아무 것도.."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찬의 눈동자는 자신의 하복부에 멈춘다.

마치 자신을 꿰뚫어보는 듯한 그의 시선에 유라는 지독한 수치심을 느꼈지만, 달리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도 기찬 뿐이었기에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같이 찾아봐 주시면 안될까요.."
함께 찾는다면 훨씬 빨리 찾아낼 수 있으리라, 물론 기찬은 수고스럽게 나서준다는 빌미로 자신을 또 한번 흔들고 놀겠지만 그래도 이대로 모텔을 나서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기에, 유라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그에게 부탁했다.
"흠,"
분명 장난스럽게 웃으며 몇가지 조건을 금방이라도 붙여올줄 알았는데, 의외로 기찬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딱 잘라 말했다.
"없어."
"네?"
기찬의 말은 너무나도 뜬금없고 갑작스러웠기에 유라는 그저 멍청히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 없다고, 네 팬티."
하지만 그는 더욱 확실하게 못을 박아온다.
"그게 무슨.."
유라는 당황스러웠다. 멀쩡한 팬티가, 그것도 자기가 분명히 입고 온 팬티가 없단다. 양말도 아니고 그게 없어질 수가 있는건지, 그녀로서는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기억 안나? 우리가 어젯밤에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
유라는 기찬의 의중을 알 수가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진짜로 엘리베이터 기억 안나?"
그제서야 유라는 그가 말하는 "시작"을 알 수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기찬은 그곳에서 벨트를 풀곤 삽입을 시도했었고 자신은 너무나도 놀라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왔었다.
"그때 내가 네 팬티도 벗겼잖아."
슬슬 그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인다. 유라는 움찔하는 와중에도 조심스레 기억을 더듬었다.
"아.."
그러고보니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가 분명 자신의 가랑이에 손을 댔었고 마구잡이로 팬티를 끌어내렸었다. 그리곤 방에 들어와선 자신을 침대로 던졌고, 순순히 그를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 그럼 팬티는요..?"
그가 벗겼으니, 그가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엘리베이터."
기찬은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유라는 그의 인내심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알았지만, 제발 아니길 바라며 다시 한번 매달렸다.
"그게 무슨.."
하지만 너무나도 귀찮게 굴었던 탓일까, 기찬은 그대로 왁-하고 터져서 유라를 윽박질러갔다.
"바보냐? 엘리베이터에 그대로 뒀다니까. 치워도 벌써 누가치웠겠지, 지금 시간이 몇신데!"
"..."
"멍청한게, 지 팬티 하나도 간수 못해놓고 그걸 왜 나한테 찾아?"
유라는 한가닥 희망을 걸고 기찬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는 잔인하게 그것을 뭉개버렸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게 유라를 할퀸다.
"..."
그러게 누가 엘리베이터에서 하고 싶다고 한 것도 아니고, 얌전히 모텔까지 왔는데 그 몇 초를 못참아서, 아니 애당초 내가 원해서 이런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왜..
많은 말들이 머릿 속에서 맴돈다.
하지만 유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미안해요."
어차피 그에게 닿지도 않을 말, 아무렇지
않은 척 꾹 참아보지만 스스로가 너무 서글퍼 맺히는 눈물까지 막진 못했나보다.
"야, 또 질질 짜냐?"
"..흑!"
신경질적인 기찬의 말투에 유라는 그만 왈칵 울음을 쏟아낸다.
비단 오늘 뿐만이 아닌, 그동안의 서운함이 봇물처럼 밀려온다. 균형을 잡을 수 없을 만큼의 흔들림이 자신을 움켜쥐어갔고, 지금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그를 멈추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스스로도 그게 얼마나 오래전에 지나쳐버렸는지 알고 있었기에, 유라는 그저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울면 뭐라고 했지?"
기찬은 훈계조의 말투로 으르렁대며 유라의 치맛폭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그는 항상 그랬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화내고 짜증을 부렸지만, 한편으론 흥분을 숨기지 않은 채 헐떡거리곤 했었다.
"울때마다 야한 사진 찍게 할거야, 알았어?"
기찬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사진을 늘려갔다. 심한 경우에는 인상을 찌푸렸다는 이유만으로도 자신에게 촬영을 요구했었다.
말도 안되는 것들이었지만 그를 거부할 순 없었다.
일단 해보고 싶은게 생기면 기찬은 몇번이고 끈덕지게 달라붙어 자신을 괴롭혔다.
양보는 없었다, 무조건 해야만 했다. 만약 조그만 반항의 기미라도 보인다면 동철을 들먹이면서까지 그녀의 의지를 꺾었다.
"니 남친이 너때문에 탈영하는거 보고싶어!?"

때문에 유라는 그동안 기찬의 앞에서 몇번인지도 모를만큼의 자세를 취했었다.
티셔츠를 들춰서 속옷을 드러내게하고 찍는 정도는 아주 경미한 수준, 보통이 브래지어를 풀고 기찬의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야했다.
수치심은 컸지만 익숙함은 좀 더 빨랐다. 그리고 그게 아무렇지도 않게 될 때쯤, 이미 자신은 팬티를 벗고 그의 앞에서 다리를 벌리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일단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난 뒤에는 괴롭힘이 잦아들긴 했지만, 잔뜩 할퀴어진 마음만큼은 어쩔 수가 없다.
"..."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애를 쓸수록 오히려 강한 반발력처럼 터져나온다. 눈가에 맺힌 눈물이 그녀의 마음이 되어 흘러내렸다.
유라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몸을 둥글게 말았다.
"죄, 죄송..흑흑.."
이미 한참을 늦은걸 알지만, 그래도 터져나온 울음에 대한 사과를 뒤늦게나마 한다.
"아냐, 아냐, 계속 그렇게 울어~ 난 계속해서 사진 찍으면 되니까."
"..."
"이야, 이러다 내 휴대폰 터지겠다. 우리 유라씨 사진만 4기가네? 동영상은 무서워서 세 보지도 못하겠는걸~"
대수롭지 않은 듯 툭-하고 내뱉는 말이 왜 그리 아플까,
"이거 다 지울 수 있겠어? 몸을 한참 굴려도 안될거 같은데..."
마치 절대로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식으로 기찬은 말꼬리를 흐린다.

정말 무섭지만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벌써 기찬과 만남을 가져온지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지워낸 사진은 몇장 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어거지에 못이겨 억지로 찍은 사진이 더 많아 그의 휴대폰 앨범은 갈수록 두툼해져갔다.
"사진은 금방 지울 수 있어요, 유라씨."
분명 기찬은 처음에 그렇게 말했었다.
스무장 남짓의 사진쯤이야 금방이라도 지울 수 있다고, 하기에 따라 한번에 5장 정도는 거뜬하다고,
하지만 그 끝은 도무지 보이지 않았고 유라는 매일매일 지쳐만 갔다.
사실 사진은 그닥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걸 다 없앤다 한들, 기찬은 또 다른 핑계를 대며 자신을 옭맬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너무 힘들어.."
안그래도 요즘들어 기찬의 요구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가슴이 훤하게 파인 옷을 입도록 하는가 하면, 장소에 상관 없이 자신을 마구 주무르곤 했었다.
게다가 관계를 맺을때도 콘돔을 일일이 챙기기 귀찮다며 피임은 알아서 준비하라는 둥, 비참할 만큼 자신을 몰아부쳤었다.
어떨땐 마치 자신을 창녀 보듯 내려다 볼때도 있어, 유라의 자존감은 날이 갈수록 깍여만 가고 있었다.

"걍 가자, 어차피 여기에 없는거 더 찾아서 뭐해."
더이상 기다릴 생각이 없었는지, 기찬은 자신의 짐을 챙기며 유라를 재촉했다.
"..그래도.."
"아, 진짜! 뭐하자고!! 그럼 여기 계속 있을거야? 네가 돈 낼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기찬은 마구 소리지르며 유라를 윽박질러댄다.
"..."
언제부터였을까? 그는 그렇게 자신을 막 대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의 소유물이라도 된 듯, 기찬은 험한 말과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냈었고 그것은 잠자리까지도 이어지곤 했었다.
"좋아? 좋아? 자지를 보지로 꼭꼭 물어대니까 좋아?"
"그렇지! 그렇게 혀로 귀두 뒷부분을 살살 핥으라니까...크!"
"야, 너 진짜 동철이가 처음 맞아? 솔직히 말해봐 그동안 누구랑 몇번 했어?"
"뭐? 아니라고?? 근데 왜 이렇게 허리를 잘 돌려?"
노골스런 말투와 직접적인 표현들은 마음을 멍들게 했고, 때로는 날카롭게 후벼파기도 해서 유라는 숱하게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때리는 등의 직접적인 폭력은 없었지만 가끔씩 버럭하고 소리지르는 기찬의 모습을 볼때면, 그녀는 앞으로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정신차려, 한유라!"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치솟은 구역질을 억지로 눌러 삼킨다.
그가 원하는대로 하면 된다.
다리를 벌리라면 벌리고, 핥으라면 핥으면 된다. 삼키라고 한다면 기꺼이 삼킬 수 있었다.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 뒤가 뻔했기에 유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구겨진 치마를 간단히 정리하며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
기찬은 오직 자신의 몸에만 관심 있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바라는 건 없고, 바래서도 안되는 것이었다.
자신이 기찬에게 애원할수록, 그는 더욱 자신을 옭아맬게 분명했다.
아직까지도 입 안에서는 씁쓸한 기찬의 정액 맛이 감돌았지만 충분히 참을 수 있었고, 모두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이제 나가요."
"흐흐, 가자고~"
어느새 다가온 기찬은 유라의 어깨를 감싼다. 만약 누군가가 본다면 사이 좋은 커플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그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유라는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기찬의 손길이 자신의 곳곳을 훑어내려가지만 꾹 참는다.
그리곤 다시 한 발자국 옮겼다. 팬티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치마 속으로 들어온 그의 손은 방만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래도 걸어나갔다.
슬프게도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모텔의 뒷문으로 나온 둘은 꼬불꼬불한 샛길을 지나 어느 허름한 국밥집에 들어섰다.
"이모~ 여기 순대국밥 두그릇요!"
기찬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주문을 하곤 적당한 자리에 걸터앉았고, 유라 역시도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 엉덩이를 붙일 수 있었다.
"으..!"
의자의 차가운 금속재질 때문인지, 유라는 자신의 허벅지에 닿는 날카로운 감촉에 움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앉았다"는 그 자체에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
유라는 모텔을 나선 그 순간부터 한번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불안감, 게다가 어젯밤은 기찬의 요청에 의해 타이트하고 짧은 스커트를 입지 않았던가.
행여 스커트가 말려올라갈까봐 그녀는 움직이는 내내 치마 끝단을 조그맣게 움켜쥐곤 걸었었다.
"그래도 앉을 수 있으니깐.."
비록 의자가 조금 더럽긴했지만 그정돈 지금의 그녀에겐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윽고 국밥 두그릇이 나왔고, 기찬은 걸신 들린 듯 국밥을 퍼먹기 시작했다.
"안 먹어요? 배가 별로 안고픈가봐?"
"..아, 아뇨. 먹을게요."
앉아있다는 것 자체만 생각했던 유라로써는 기찬의 다그침에 뒤늦게 수저를 들었다.
조심스레 국물을 맛본 유라는 허겁지겁 국밥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사실 마음이 초조해서 얼른 집으로 가고싶은 마음 뿐이었는데, 막상 코 앞의 밥을 보니 식욕은 자신을 배신하고 있었다.
"하하, 배 많이 고팠나보네요."
"아, 네. 아무래도 좀.."
생각해보면 끼니를 거른지 한참이나 됐었다. 어젯밤 석철씨와의 만남은 왠지 모르게 불편한데가 있어서 금방 수저를 내려 놨었다.
기찬을 만난다는 초조함에 점심도 걸렀으니 거진 24시간을 굶은거나 마찬가지였다.
"하긴, 어제 그~렇게나 격하게 보냈는데 배가 안고프면 말이 안돼죠. 안그래요?"
기찬은 마치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떠들었다. 덕분에 가게 안의 눈들은 모두 유라를 향했다.
서빙을 하시는 아주머니에서부터 아버지뻘 되시는 아저씨들 까지도.
"......"
유라는 달아오르는 얼굴을 감출 수 없어 고개를 푹 숙였다.
직접적인 말은 없었지만 그들의 음흉한 눈과 언짢은 시선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거 풋고추가 엄청 실한데~ 고추 안 먹어요? 고추 엄청 좋아하잖아요,"
어느새 기찬은 밑반찬으로 나온 풋고추를 다분히 의도적으로 유라의 코 앞까지 들이밀었다.
"그, 그만하세요.."
"왜요? 이건 안 빨아먹고 깨물어먹어도 되는건데? 아, 혹시 빨아먹는 고추가 더 좋나~?"
"...킥킥!"
결국 가게 안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대각선 맞은 편에 있던 중년 남성무리였다.
허름하고 땀에 젖은 옷,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수염은 그들이 일용직 노동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중 한명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의 시선이 자신을 은근하게 훑어가는 것도, 때로는 음흉하게 자신의 가슴팍에 머무르는 것을 알았지만 유라는 애써 모른 척 시선을 피했다.
"아 저, 저 풋고추 좋아해요. 헤헤..~"
유라는 기찬이 들이민 풋고추를 받아 한입 깨물었다. 알싸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씹었다.
유라는 눈 앞에서 실실 웃어대는 기찬이 너무나도 미웠지만 어쩔 방도가 없었다.
그의 장난은 결코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테니까.
아마도 계속해서 자신을 쥐고 흔들 것이고, 그때마다 일일이 저항하기엔 자신은 너무나 미약했다.
그저 모른 척,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받아내야만 했다. 그게 기찬이 바라는 것이었고, 그가 가장 빨리 실증내는 방법이었으니까.
저항하지 말자.
그를 자극하지 말자.
결국 유라가 선택한 것은 최소한으로 웅크려서 이 거센 폭풍이 얼른 지나가기만을 기원하는 것이었다.
"..."
그런 유라의 모습이 나쁘지 않았는지 기찬은 별다른 말 없이 국밥을 계속 떠 먹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유라는 모처럼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맛이 있는지 어떤지는 딱히 알 수 없었지만 그나마 걱정없이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모 잘 먹었어요, 수고하세요~"
식사를 마친 둘은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후.."
밥을 먹는 내내 꼬리표마냥 따라다니던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유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붙이고 있던 엉덩이를 떼서 다시금 거리를 활보해야한다는 중압감에 가슴이 답답해져만 갔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찬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스마트폰만 연신 두드릴 뿐이었다.

"아 맞다, 유라씨 이쪽으로!"
"네?"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찔러넣은 기찬은 유라의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로 이끌었다.
"보자, 이쪽으로 잠깐만요."
그가 향한 곳은 국밥집의 뒷쪽. 따로 분리된 화장실이 덩그러니 있는 그런 곳이었다.
기찬은 행여 누군가가 있을까봐 연신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계속>

-----------------------------------
지금부턴 아마 예전에도 올리지 않은 내용이지 않을까 싶네요.
약간은 두근두근합니다.

두가지 얘기를 할려고합니다.
첫번째는 올리는 날짜가 조금은 느슨해질 겁니다.
기존에 올렸던 편들은 다시 재업을 한거라 비교적 빨리 올라았지만, 이제부턴 직접 써내려가야하다보니
일정 수준의 분량이 확보되면 다음 편을 올리는 식으로 할려고 합니다.
(막 치여서 써보기도 했는데, 역시 급하게 쓴 글은 제가 못봐주겠더라구요.)

두번째는 시점에 관한 겁니다.
쭉 봐오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제 글은 시점 순서가 뒤죽박죽입니다.
그렇게 적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일정 부분까지 사건이 진행 되었다는 의미를 말하는 것이며,
그 이전의 모든 트러블은 이미 일어난 것들이기에 회상한다는 느낌으로 적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확실한 장 단점이 드러나다보니
각각의 챕터마다 숫자로 순서를 표시하거나 날짜와 시각을 가지고 구분할 수 있게끔 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을 이해해주시고 보시면 한결 매끄럽게 글이 읽혀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정 구분이 안가신다면, 예전에 작가 집필실에 올려둔 설정란을 보시면 한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아무튼 꾸준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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