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감기에 걸린 나한테 파이즈리 봉사정도는 시켜야지!
마코의 결석이 3일째까지 계속되자, 마침내 츠루가가 비명을 질렀다.
“선생님! 마코가 없으니까 공부할 마음이 안들어서 조퇴하겠습니다!”
“오냐오냐, 장난하냐 츠루가. 묶어놓고라도 수업을 받게 할테니까 각오해.”
묶이는 건 마코가 기뻐하는 플레이라고 켄지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수업이 머리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츠루가와는 다르게 절규를 지르고 싶을 정도는 아니지만, 어딘가 약간은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코코론과의 사투(비를 철철 맞으면서)로 인한 상처도 아직 낫지 않아서 따끔따끔하다. 어찌되었든 감기에 걸리지 않은 자신이 마코보다 바보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조금 화가 났다. 마코를 가볍게 괴롭혀야 기분이 풀릴 것 같다.
(아냐, 아냐아냐,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정상인이잖아. 나는)
마코와 사귀면서 자신이 변해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자 한기가 들었다.
이대로 진성 새디스트로 변신해, 어느샌가 채찍을 다루는 게 쓸데없이 능숙해진다거나——
아니, 그다지 곤란할 일은 없다. 마코만을 때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면 괜찮을테니까
아니 아니, 이런 발상이 이미 잘못되어 있다.
(나…… 정말 어떻게 된거지)
앞날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진다.
그때 갑자기 소란스럽게 츠루가의 목소리가 켄지를 불렀다.
“알겠어! 마코가 감기에 걸린 건 키타노 때문이야!”
“왜 그렇게 되는 건데!”
“넌 음험해 보이는 걸! 요전 학급재판가지고 마코한테 화풀이를 한거지! 아르젠틴 백브레이커로 마코를 우산 대신 썼다던가!”
“그건 음험은커녕 말도 안 되게 육체파잖아.”
있는 힘껏 책상을 때리자, 그 소리에 눌린 건지 츠루가가 입을 다물었다.
이때다 싶어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누명도 어지간히 좀 해! 츠루가가 그 녀석을 과잉보호하는 것은 상관없어, 맘대로 해! 그렇다고 해서 관계없는 사람한테까지 피해를 주지마!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사시을 보라고! 다음에도 이상한 누명을 씌운다면 나도 안참을 테니까!”
조금 목소리를 낮추면서, 대신 위협적으로 말했다.
“뭣하면 정신적으로 망가트리던지 사회적으로 매장해버릴 테니까, 원하는 대로 골라도 좋아.”
아버지에게서 배운 복식 발성법에 교실이 정적으로 변했다.
츠루가가 겁먹은 얼굴로 어깨를 움츠리고만 있으니,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확연히 주눅 든 눈으로 켄지를 보고 있다. 교사조차 수업 도중의 대화를 야단치지도 못하고, 분필로 칠판에 필기를 하다말고 멈춰있다.
“키타노 말야…… 저렇게 무서운 캐릭터였냐?”
히시누마의 감명이라도 받은 듯한 목소리에, 켄지는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분명 자신은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다.
“미안, 너무 말이 심했어. 선생님께도 죄송합니다. 수업 계속해주세요.”
위축되어버린 교사를 독촉하자, 석연치 않은 분위기에서 수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츠루가는 아까 전보다 더욱 적대적인 눈으로 노려보았다. 작은 동물의 무해한 저항을 지렁이도 밝으면 꿈틀한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켄지의 등줄기에 기분 좋은 소름이 돋았다.
(아냐아냐아냐! 나는 이런 캐릭터가 아니잖아!)
마코의 영향으로 진짜 S가 되어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3일 전, 코코론과의 결투를 극복하고 남자다워지면서 영맹(獰猛)함도 늘어난 건인가.
그 뚱뚱한 고양이는 불안하게 교실을 방황하고 있다. 자신의 지정석이었던 마코가 없으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모양이다.
하고 생각했는데, 켄지 옆에서 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무릎에 올라타 몸을 말았다.
“앗, 코코론 뭐하는 거야! 마코가 아닌 사람한테 몸을 허락하다니 무슨 생각이야!”
“시끄러!”
켄지가 반사적으로 배에서부터 목소리를 끌어내자, 츠루가는 입을 다물고 이를 갈았다.
아니다. 이런 양아치같은 캐릭터는 그가 바란 게 아니다. 코코론과도 사투의 끝에 남자들만의 우정이 싹텄을 뿐이다. 어른스럽지 못하게 주먹으로 패서 주종관계를 기억시킨 건 아니겠지 싶기도하고, 그렇게 보는 게 틀린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니아니 다르다, 그건 곤란해, 하고 머리를 흔들었다.
켄지는 어금니를 깨물면서 뒤통수를 끌어안았지만, 같은 반 아이들은 누구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방과후, 켄지는 마코마코단이 청소당번이라는 것을 이용해, 감시가 붙기 전에 주차장으로 달렸다. 자신의 자전거를 끌어내선 특급전차와도 같이 페달을 밟았다.
그가 곧바로 향한 곳은 자신의 집이 아닌, 가장 가까운 오오쿠마가와 역이다. 거기에서 전철을 타고 세정거장 앞의 미보시역에서 내렸다.
이전에 지나갔던 길을 거꾸로 거슬러 걸어 고급주택가에 들어섰다. 길 양쪽에 집들은 하나하나가 넓어서 담장이 길게 이어졌지만, 가옥의 외장이 차분한 색채였기에, 그다지 불쾌감은 느끼지 않았다.
때때로 수상한 사람처럼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f지만, 마코마코단의 감시는 역시 눈에 띄지 않았다. 마코가 말하기를 “나를 감시할 땐 일부러 그러는 건지 쌍안경으로 건물 그늘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으니까, 오히려 찾기 쉬워”라고 했던 것이다.
안도하기는 했지만 방심하지 않고 전진한다.
도착한 곳은 납치의 기억이 새록새록한 남십자성. 십자 모양을 한 와시오 가(家)의 저택이다.
이전엔 차분하게 살펴볼 여유도 없었지만, 새롭게 관찰해보니 모양이 기이한 것은 둘째치고, 대지면적 자체는 그렇게까지 넓지는 않아서, 상당히 여유가 있는 정도로 절도를 갖추고 있다. 건물 벽은 아주 옅은 벚꽃 색이어서, 그 기품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일반적인 선을 넘어설 정도로 엄청난 대부호가 아니라, 손이 닿을 정도의 범위에 그녀가 있다고 생각하자, 조금이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평범하디 평범한 반친구가 문병을 왔다고해도 분명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터폰을 누르고 반응을 기다린다.
“……예에”
쉰 목소리 뒤에 크게 기침하는 소리가 이어진다.
“와시오 마코의 반친구인 키타노 켄지라고 합니다. 마코의 문병을 왔는데, 인사만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주, 주인니힘? 병에 걸린 나를 학대카기 휘해서, 일부러 지페까지 차자오다니……”
“미안,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까, 역시 그냥 갈게.”
“안대에, 오해하치마! 대칸영이니까!”
집 안에서 우당탕 소리를 내며, 세차게 현관문이 열렸다.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집밖으로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심하게 옷감이 부족해서, 끈에 가까운 하얀 비키니만을 걸친 채.
“허셔 오세요! 주힌님!”
“옷 입어어어어어어!”
노성을 지르면서 현관으로 튀어 들어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 전에 문을 닫았다.
“으앗! 엉겁결에 들어와버렸어! 부모님은?”
“투분 다 힐 때무에 애일까지 안 토라오셔”
“뭔 말이야!”
애써 귀를 기울여, 몇 번 반복해서 물어보니, 부모님들은 업무 때문에 내일까지 집에 안 들어오신다는 것 같았다.
일단 안심을 한 켄지는 그녀를 억지로 침대에 눕혔다. 마코의 방은 여전히 새하얗고 청초한 색이었다. 젖가슴살과 엉덩이살에 파먹힐 듯한 흰색 끈 비키니도 어쩌면 색깔만 본다면 청초하다고 생각할 수도——역시 그건 무리다.
“왜 그런 차림인 거야……”
“그야, 그야, 한던뜸은 이퍼보고 팁?어췻, 콜록, 콜록”
“억지로 말하려고 하지 말라니까. 듣고 있는 나까지 지친다.”
콧물까지 훌쩍거릴 정도로 몸상태가 안 좋은데도, 일부러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것은 분명 착각은 아니었다. 목이 아픈 것과 머리가 멍한 것까지도 즐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켄지는 공책과 샤프를 그녀에게 건넸다. 설명하지 않아도 켄지의 의도는 이해했는지, 떨리는 손으로 지렁이가 꿈틀거리며 지나간 듯한 글씨를 썼다.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어. 폐렴에 걸릴 때까지 감기를 만끽]
“그래서 수영복차림으로 추위에 떤 거야?”
[예스]
“넌 진짜 바보다.”
[언어학대?]
“사실을 지적하고 있을 뿐이야.”
왜인지 마코는 새빨간 얼굴에 한가득 꽃이 핀 듯 한 미소를 뗬다.
(어라? 이런 식으로 웃는 애였던가?)
감기로 머리가 몽롱해져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근심 한점 없이 환한 표정은 작은 키때문인지 어린 소녀와도 같아 보였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흑심을 부추긴다.
[너야말로, 얼굴에 상처는 괜찮아?]
게다가 평소와 다르게, 코코론에게 당해 긁힌 상처에 대한 걱정을 해주기까지 하니, 이것은 이미 SM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난 지극히 평범한 연인 사이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불을 덮혀주니 끈 비키니도 보이지 않아 딱 좋다.
“이 상처는 그거야, 남자의 훈장같은 거라고.”
코코론에게 사정없이 할퀴어지면서 뒤룩뒤룩 튀어나온 뱃살을 비틀어 올려 승리를 쟁취했던 감동스러운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딱지 투성이의 상처를 거울로 봤을 때는 자신도 좀 놀랐지만, 지금은 그것도 이미 떨어져 희미한 흔적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치만 아파보여. 손에도 상처가 나있고]
마코는 노트와 펜을 베개 맡에 놓아두고 켄지의 손을 살짝 잡고는 다시 빙그레 웃었다. 그뿐만 아니라 뺨을 쓰다듬어주기까지 하니 켄지는 정수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은 기분으로 굳어버렸다.
아마도 감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더 퉁명스러운 태도를 취하거나, 묘하게 도발적이거나, 언동이 변태적이었을 것이다. 뒤틀린 성격의 마조히스트가 이렇게나 직접적으로 친밀하게 대할 리가 없다.
감기 만세라고 내심으로 갈채를 보냈다.
“나보다 마코쪽이 더 걱정이야. 츠루가도 마코가 없으니 히스테리를 부렸어. 약은 제대로 먹고 있어?”
“아니.”
“진짜 폐렴이라도 걸렸다가는 입원해야되니까, 나한테 괴롭힘도 당할 수 없게 될텐데?”
펜을 잡고 있던 손이 멈추었다. 두 눈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이 글썽였고, 입가에서도 ‘아우아우’하고 서글픈 신음이 흘러나온다.
어떻게 보더라도 가냘픈 소녀다. 보호해주고 싶은 작은 동물이다.
“오늘은 편히 쉬어. 내가 옆에 있어 줄테니까.”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안도한 건지 멍하니 눈을 반쯤 감는다. 햇騈?쬐고 있는 고양이같은 표정에, 심술궂음도 마조히즘도 느낄 수 없다.
가슴에 뜨거운 것이 솟구친다. 이런 관계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를 위로하고, 가끔은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거나 부끄러하기도 하는.
이미 켄지는 전차가 끊어질 때까지 간병을 할 생각이었다. 부모님들이 밖에서 일을 보고 있는 것은 키타노가(家)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주관하고 있는 극단의 공연으로 멀리 나가있고, 어머니도 아버지를 돕고 있다. 내일의 등교에 대비해서 날이 바뀌기 전에만 돌아가면 아무 문제도 없다.
켄지는 보람차게 간병에 임했다.
젖은 타올을 가지고 와서 이마에 놓아주고, 양동이와 컵을 가지고 와서 양치질도 시켰다. 일부러 손으로 코도 풀게 했다.
이제 조금 시간이 지나면 죽을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라면 분명히 거절당했을 것이다 “자, 아”하면서 먹여주는 것도, 지금이라면 아마도 가능하다.
땀이 맺히면 닦아주어야 한다. 몸이 차갑지 않도록 따듯하게 해줄 필요도 있다.
예를 들자면, 그래. 피부와 피부를 맞대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어서 음란한 열기가 멈추지 않을 때까지 가랑이 사이를 쑤신다던가.
“아냐!”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마코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순간, 확실히 어처구니없는 쪽으로 생각이 뻗었다. 쑤시다니 그게 뭔가. 병자를 채찍으로 때려서 어쩌겠다는 거냐.
따듯하게 하는 데는, 그래――― 피부가 새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스팽킹을 한다던가.
“그건 더 아냐!”
[?]
“아무것도 아냐. 나는 신사야 젠틀한 켄지라고.”
모처럼 마코가 얌전해져 있는데 자신이 새디스트적인 기분으로 가득차서야 어떻게 하겠는가.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음란한 상상이 떠오른다. 공격적이고 가학적으로 평범한 여자아이라면 혐오하며 도망갈 만한 행위가 수없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어쩌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본래 자신에게 그런 본성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M 기질을 호되게 강요해오던 마코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숨겨져 있던 S의 본성이 튀어나온 것이라면.
[서있어?]
마코가 젖은 눈으로 켄지의 다리 사이를 응시하고 있다. 음탕한 상상들이 모여 해면체를 가득 채워 바지를 뿔 모양으로 솟아오르게 하고 있다.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올게.”
며칠 동안의 성욕이 쌓여 있는 것 뿐이다. 방출하고 나면 젠틀한 키타노 켄지가 되살아난다.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마코가 손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발기……해 있지?”
“왜 그런 말을 할 때만 발음이 명확한거냐”
“아까 주인님이 양치질을 시켜주면서 코가 뚫린건지…… 약간이지만, 목에 가르랑 거리던게 사라졌어.”
아직 쉰 목소리이기는 하지만, 발음 자체는 충분히 알아 들을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 빼고 오다니, 그런 서운한 말은 하지마.”
하는 말은 변태라도 침대에 누워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해 보였다.
“감기에 걸렸어도, 난 주인님의 노예잖아. 정액변소라고. 쌀 거라면 나 한테 말고는 싸지 않았으면 좋겠어…… 감기라서, 안돼?”
감기로 붉어진 얼굴과 젖은 눈매로 애원하는 모습은 무심코 침을 삼킬 정도로 귀여웠다.
현 상황을 정리하자면 귀여운 여자아이와 단 둘, 그것도 그녀의 방 안.
처음으로 그녀와 섹스를 했던 방이다. 처녀를 빼앗고, 난폭하게 허리를 흔들어대며, 질 안 가득히 욕망의 엑기스를 부어넣었던 방인 것이다.
첫 경험의 기억이 흥분에 불이 붙었다.
“약은 먹었어?”
“으응, 안 먹었어.”
“그럼 먹을래. 맛있는 물을 줄테니까”
켄지는 마코의 색정에 떠밀려서가 아니라, 자신의 본능에 휩쓸려 바지를 내렸다. 머릿 속 어딘가가 ‘그건 좀 아니잖아’라고 제지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치솟아오르는 욕망을 멈출 수 있을 정도의 힘은 없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여자를 갈구하며 대가리를 치켜든 살색 구렁이었다.
마코는 페니스의 위용에 압도되어 아픈 목으로 침을 삼켰다.
머리가 멍해서 시야가 흔들리고 있어서인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큰 남근에 깔려뭉개질 것 같은 착각조차 들었다.
“멋져요…… 주인님의 강간 자지. 보는 것만으로 강간당하는 기분……”
“환자인 주제에 야한 생각만 하면 안되겠지.”
활처럼 뒤로 휘어진 페니스로 뺨을 때렸다. 이어서 코끝 그리고 이마, 입술까지, 열과 압력을 느낄 때마다 뿌연 머릿속이 도화색으로 물들어 갔다.
(감기에 걸려서 다행이다……)
아마도 말짱한 정신이었다면 이렇게 솔직하게 응석을 부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뭔가 밉살스러운 말을 해서, 캔지를 기분나쁘게 해버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지금은 단지 얼굴을 육봉에 문지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 글썽거리는 눈초리에 켄지도 느낀 것이 있는 지, 남근에 돋아난 혈관가 왕성하게 꿈틀거린다. 겉물이 대량으로 흐르면서 순식간에 마코의 얼굴은 점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입은…… 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목이 가클거리는 느낌에 참지 못하고 기침을 했다.
“입을 쓸 여유도 없잖아.”
기침으로 인해 침으로 찐득찐득해진 양물을, 켄지는 스스로 문지르고 있다. 안타깝기도 하고, 불쌍하다. 모처럼 눈 앞에 육노예가 있으니 하고싶은대로 사용하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여기, 써보지 않을래요?”
마코는 이불을 젖히고 상반신을 드러냈다. 특대(特大)의 흰 떡이 두 개, 옆구리로 넘쳐흐를 것 같은 자체 중량으로 늘어지면서 수영복이 약간 벗겨져 있다. 풍만하고 육감적인 구슬 꼭대기엔 작은 수영복에서 삐져나온 핑크색 원은 뜨거운 시선이 내리쬐자 은밀하고 아련하게 저려온다. 머리와 목의 아픔보다도 더욱 선명하고 강렬해서 그 것 외에 다른 것들은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님의 자지로 얼굴을 문지르면서 괴롭혀주니, 난 굉장히 두근두근 거려요…… 가슴이 굉장히 뜨거워요.”
충혈된 유두를 보라는 듯이 양손으로 가슴 아래쪽을 잡고 들어 올려 보였다.
“이불을 젖히면 춥지 않아?”
“추우니까, 따듯하게 해주세요…… 가슴 가운데에 주이님의 가장 뜨거운 것을 느끼고 싶어요.”
젖은 눈으로 초점도 맞추기 어려웠지만, 절실하게 바라보았다.
이윽고 켄지는 한숨과 함께 생각을 꺽고 침대에 올라 마코의 배 위에 올라탔다.
“가만히 있어. 내가 알아서 움직일 테니까.”
“이 로션을 쓰세요. 이런 일도 있을까 해서 침대에 들어온 순간부터 데우고 있었어요.”
마코가 건네준 것은 통신판매로 구입한 바이브에 딸려있던 샘플용 로션이었다. 용기에 들어 있는 시판품은 가슴에 품고 있어도 전체를 따듯하게 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일회용 봉지에 들어 있는 것을 골랐던 것이다.
켄지는 신통하다는 얼굴로 봉지를 찢었다.
“수영복은 벗지 않아도 괜찮아?”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그럼 입은 채로”
아무라도 약간은 천에 가려져 있는 쪽이 흥분되는 타입인 모양이다.
입구가 찢긴 길고 가는 봉투를 기울이자, 붉은 기가 도는 점액이 쪼르륵 유방에 흘러 떨어졌다.
“꺄앗, 아직 차가운 듯……”
“그러면, 바로 따듯하게 해야겠지.”
로션으로 미끌미끌해져 색정적으로 번들거리는 살의 계곡을 켄지는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손바닥의 열기가 피부에 스며들게 하려는 듯이 찬찬히 가슴 전부에 로션을 바르며 주물렀다.
“역시 부드럽네…… 미끈미끈하니까, 한층 더 부드럽게 느껴져.”
“으응, 게다가, 끈적끈적하게 주인님의 손이 달라붙으니, 서로 녹아서 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으응, 으흑”
남자 손의 딱딱함과 여자의 교태스런 살갗의 부드러움이 로션의 중재에 의해 위화감없이 흡착되고 있었다. 점성을 얻은 피하지방의 쌍구는 켄지의 손 안에서 물풍선처럼 변형되어 가면서 서서히 어렴풋한 열기를 품어간다.
마코의 체온 자체가 높았기 때문에 격앙된 두사람의 열로 로션의 향이 피어올라온다. 코가 막혀있지만 않았다면 남근의 지릿한 냄새도 함께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유감스러울 정도다. 그러니 최소한 촉감에서 스며나오는 성감에 몽롱한 의식을 집중했다.
“느낌이 좋아요…… 주인님의 손, 좋아……”
마코는 탐닉하는 달콤한 한숨을 흘리면서, 요염하게 땀이 흐르는 어깨를 작게 떨었다. 그 움직임을 따라 사이즈와 유연성을 함께 갖춘 유방이 작게 흔들린다. 그것은 아무리 켄지가 주물럭대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그의 손바닥이 조금이라도 떨어진 부분을 뿌르릉 진동하게 했다.
(내 몸인데도 부드러워 보여…… 어깨가 결릴 때도 있지만, 주이님은 자지를 크게 키우고 있고, 주물러 주면 기분이 좋으니, 역시 커서 다행이다.)
약간 엉뚱한 생각을 한 것도 잠깐, 완전히 빈틈없이 점액으로 뒤범벅이 된 유방 위에 곧추 선 육봉이 나타나자, 앞으로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가득찼다.
“이제 끼운다……. 완전히 뜨거워진 것 같으니까, 약이 나오면 전부 마셔.”
“네 마실게요…… 끈적끈적한 감기약. 꿀꺽하겠습니다.”
처음은 정액을 물 대신으로 해서 약을 먹을 예정이었을 텐데, 켄지도 가슴을 주물럭대던 사이에 흥분이 높아지면서 세세한 일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것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마코의 가슴을 범하고 싶어 하는 지 잘 알 수 있다.
마코의 결석이 3일째까지 계속되자, 마침내 츠루가가 비명을 질렀다.
“선생님! 마코가 없으니까 공부할 마음이 안들어서 조퇴하겠습니다!”
“오냐오냐, 장난하냐 츠루가. 묶어놓고라도 수업을 받게 할테니까 각오해.”
묶이는 건 마코가 기뻐하는 플레이라고 켄지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수업이 머리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츠루가와는 다르게 절규를 지르고 싶을 정도는 아니지만, 어딘가 약간은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코코론과의 사투(비를 철철 맞으면서)로 인한 상처도 아직 낫지 않아서 따끔따끔하다. 어찌되었든 감기에 걸리지 않은 자신이 마코보다 바보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조금 화가 났다. 마코를 가볍게 괴롭혀야 기분이 풀릴 것 같다.
(아냐, 아냐아냐,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정상인이잖아. 나는)
마코와 사귀면서 자신이 변해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자 한기가 들었다.
이대로 진성 새디스트로 변신해, 어느샌가 채찍을 다루는 게 쓸데없이 능숙해진다거나——
아니, 그다지 곤란할 일은 없다. 마코만을 때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면 괜찮을테니까
아니 아니, 이런 발상이 이미 잘못되어 있다.
(나…… 정말 어떻게 된거지)
앞날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진다.
그때 갑자기 소란스럽게 츠루가의 목소리가 켄지를 불렀다.
“알겠어! 마코가 감기에 걸린 건 키타노 때문이야!”
“왜 그렇게 되는 건데!”
“넌 음험해 보이는 걸! 요전 학급재판가지고 마코한테 화풀이를 한거지! 아르젠틴 백브레이커로 마코를 우산 대신 썼다던가!”
“그건 음험은커녕 말도 안 되게 육체파잖아.”
있는 힘껏 책상을 때리자, 그 소리에 눌린 건지 츠루가가 입을 다물었다.
이때다 싶어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누명도 어지간히 좀 해! 츠루가가 그 녀석을 과잉보호하는 것은 상관없어, 맘대로 해! 그렇다고 해서 관계없는 사람한테까지 피해를 주지마!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사시을 보라고! 다음에도 이상한 누명을 씌운다면 나도 안참을 테니까!”
조금 목소리를 낮추면서, 대신 위협적으로 말했다.
“뭣하면 정신적으로 망가트리던지 사회적으로 매장해버릴 테니까, 원하는 대로 골라도 좋아.”
아버지에게서 배운 복식 발성법에 교실이 정적으로 변했다.
츠루가가 겁먹은 얼굴로 어깨를 움츠리고만 있으니,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확연히 주눅 든 눈으로 켄지를 보고 있다. 교사조차 수업 도중의 대화를 야단치지도 못하고, 분필로 칠판에 필기를 하다말고 멈춰있다.
“키타노 말야…… 저렇게 무서운 캐릭터였냐?”
히시누마의 감명이라도 받은 듯한 목소리에, 켄지는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분명 자신은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다.
“미안, 너무 말이 심했어. 선생님께도 죄송합니다. 수업 계속해주세요.”
위축되어버린 교사를 독촉하자, 석연치 않은 분위기에서 수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츠루가는 아까 전보다 더욱 적대적인 눈으로 노려보았다. 작은 동물의 무해한 저항을 지렁이도 밝으면 꿈틀한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켄지의 등줄기에 기분 좋은 소름이 돋았다.
(아냐아냐아냐! 나는 이런 캐릭터가 아니잖아!)
마코의 영향으로 진짜 S가 되어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3일 전, 코코론과의 결투를 극복하고 남자다워지면서 영맹(獰猛)함도 늘어난 건인가.
그 뚱뚱한 고양이는 불안하게 교실을 방황하고 있다. 자신의 지정석이었던 마코가 없으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모양이다.
하고 생각했는데, 켄지 옆에서 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무릎에 올라타 몸을 말았다.
“앗, 코코론 뭐하는 거야! 마코가 아닌 사람한테 몸을 허락하다니 무슨 생각이야!”
“시끄러!”
켄지가 반사적으로 배에서부터 목소리를 끌어내자, 츠루가는 입을 다물고 이를 갈았다.
아니다. 이런 양아치같은 캐릭터는 그가 바란 게 아니다. 코코론과도 사투의 끝에 남자들만의 우정이 싹텄을 뿐이다. 어른스럽지 못하게 주먹으로 패서 주종관계를 기억시킨 건 아니겠지 싶기도하고, 그렇게 보는 게 틀린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니아니 다르다, 그건 곤란해, 하고 머리를 흔들었다.
켄지는 어금니를 깨물면서 뒤통수를 끌어안았지만, 같은 반 아이들은 누구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방과후, 켄지는 마코마코단이 청소당번이라는 것을 이용해, 감시가 붙기 전에 주차장으로 달렸다. 자신의 자전거를 끌어내선 특급전차와도 같이 페달을 밟았다.
그가 곧바로 향한 곳은 자신의 집이 아닌, 가장 가까운 오오쿠마가와 역이다. 거기에서 전철을 타고 세정거장 앞의 미보시역에서 내렸다.
이전에 지나갔던 길을 거꾸로 거슬러 걸어 고급주택가에 들어섰다. 길 양쪽에 집들은 하나하나가 넓어서 담장이 길게 이어졌지만, 가옥의 외장이 차분한 색채였기에, 그다지 불쾌감은 느끼지 않았다.
때때로 수상한 사람처럼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f지만, 마코마코단의 감시는 역시 눈에 띄지 않았다. 마코가 말하기를 “나를 감시할 땐 일부러 그러는 건지 쌍안경으로 건물 그늘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으니까, 오히려 찾기 쉬워”라고 했던 것이다.
안도하기는 했지만 방심하지 않고 전진한다.
도착한 곳은 납치의 기억이 새록새록한 남십자성. 십자 모양을 한 와시오 가(家)의 저택이다.
이전엔 차분하게 살펴볼 여유도 없었지만, 새롭게 관찰해보니 모양이 기이한 것은 둘째치고, 대지면적 자체는 그렇게까지 넓지는 않아서, 상당히 여유가 있는 정도로 절도를 갖추고 있다. 건물 벽은 아주 옅은 벚꽃 색이어서, 그 기품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일반적인 선을 넘어설 정도로 엄청난 대부호가 아니라, 손이 닿을 정도의 범위에 그녀가 있다고 생각하자, 조금이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평범하디 평범한 반친구가 문병을 왔다고해도 분명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터폰을 누르고 반응을 기다린다.
“……예에”
쉰 목소리 뒤에 크게 기침하는 소리가 이어진다.
“와시오 마코의 반친구인 키타노 켄지라고 합니다. 마코의 문병을 왔는데, 인사만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주, 주인니힘? 병에 걸린 나를 학대카기 휘해서, 일부러 지페까지 차자오다니……”
“미안,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까, 역시 그냥 갈게.”
“안대에, 오해하치마! 대칸영이니까!”
집 안에서 우당탕 소리를 내며, 세차게 현관문이 열렸다.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집밖으로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심하게 옷감이 부족해서, 끈에 가까운 하얀 비키니만을 걸친 채.
“허셔 오세요! 주힌님!”
“옷 입어어어어어어!”
노성을 지르면서 현관으로 튀어 들어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 전에 문을 닫았다.
“으앗! 엉겁결에 들어와버렸어! 부모님은?”
“투분 다 힐 때무에 애일까지 안 토라오셔”
“뭔 말이야!”
애써 귀를 기울여, 몇 번 반복해서 물어보니, 부모님들은 업무 때문에 내일까지 집에 안 들어오신다는 것 같았다.
일단 안심을 한 켄지는 그녀를 억지로 침대에 눕혔다. 마코의 방은 여전히 새하얗고 청초한 색이었다. 젖가슴살과 엉덩이살에 파먹힐 듯한 흰색 끈 비키니도 어쩌면 색깔만 본다면 청초하다고 생각할 수도——역시 그건 무리다.
“왜 그런 차림인 거야……”
“그야, 그야, 한던뜸은 이퍼보고 팁?어췻, 콜록, 콜록”
“억지로 말하려고 하지 말라니까. 듣고 있는 나까지 지친다.”
콧물까지 훌쩍거릴 정도로 몸상태가 안 좋은데도, 일부러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것은 분명 착각은 아니었다. 목이 아픈 것과 머리가 멍한 것까지도 즐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켄지는 공책과 샤프를 그녀에게 건넸다. 설명하지 않아도 켄지의 의도는 이해했는지, 떨리는 손으로 지렁이가 꿈틀거리며 지나간 듯한 글씨를 썼다.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어. 폐렴에 걸릴 때까지 감기를 만끽]
“그래서 수영복차림으로 추위에 떤 거야?”
[예스]
“넌 진짜 바보다.”
[언어학대?]
“사실을 지적하고 있을 뿐이야.”
왜인지 마코는 새빨간 얼굴에 한가득 꽃이 핀 듯 한 미소를 뗬다.
(어라? 이런 식으로 웃는 애였던가?)
감기로 머리가 몽롱해져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근심 한점 없이 환한 표정은 작은 키때문인지 어린 소녀와도 같아 보였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흑심을 부추긴다.
[너야말로, 얼굴에 상처는 괜찮아?]
게다가 평소와 다르게, 코코론에게 당해 긁힌 상처에 대한 걱정을 해주기까지 하니, 이것은 이미 SM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난 지극히 평범한 연인 사이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불을 덮혀주니 끈 비키니도 보이지 않아 딱 좋다.
“이 상처는 그거야, 남자의 훈장같은 거라고.”
코코론에게 사정없이 할퀴어지면서 뒤룩뒤룩 튀어나온 뱃살을 비틀어 올려 승리를 쟁취했던 감동스러운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딱지 투성이의 상처를 거울로 봤을 때는 자신도 좀 놀랐지만, 지금은 그것도 이미 떨어져 희미한 흔적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치만 아파보여. 손에도 상처가 나있고]
마코는 노트와 펜을 베개 맡에 놓아두고 켄지의 손을 살짝 잡고는 다시 빙그레 웃었다. 그뿐만 아니라 뺨을 쓰다듬어주기까지 하니 켄지는 정수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은 기분으로 굳어버렸다.
아마도 감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더 퉁명스러운 태도를 취하거나, 묘하게 도발적이거나, 언동이 변태적이었을 것이다. 뒤틀린 성격의 마조히스트가 이렇게나 직접적으로 친밀하게 대할 리가 없다.
감기 만세라고 내심으로 갈채를 보냈다.
“나보다 마코쪽이 더 걱정이야. 츠루가도 마코가 없으니 히스테리를 부렸어. 약은 제대로 먹고 있어?”
“아니.”
“진짜 폐렴이라도 걸렸다가는 입원해야되니까, 나한테 괴롭힘도 당할 수 없게 될텐데?”
펜을 잡고 있던 손이 멈추었다. 두 눈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이 글썽였고, 입가에서도 ‘아우아우’하고 서글픈 신음이 흘러나온다.
어떻게 보더라도 가냘픈 소녀다. 보호해주고 싶은 작은 동물이다.
“오늘은 편히 쉬어. 내가 옆에 있어 줄테니까.”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안도한 건지 멍하니 눈을 반쯤 감는다. 햇騈?쬐고 있는 고양이같은 표정에, 심술궂음도 마조히즘도 느낄 수 없다.
가슴에 뜨거운 것이 솟구친다. 이런 관계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를 위로하고, 가끔은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거나 부끄러하기도 하는.
이미 켄지는 전차가 끊어질 때까지 간병을 할 생각이었다. 부모님들이 밖에서 일을 보고 있는 것은 키타노가(家)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주관하고 있는 극단의 공연으로 멀리 나가있고, 어머니도 아버지를 돕고 있다. 내일의 등교에 대비해서 날이 바뀌기 전에만 돌아가면 아무 문제도 없다.
켄지는 보람차게 간병에 임했다.
젖은 타올을 가지고 와서 이마에 놓아주고, 양동이와 컵을 가지고 와서 양치질도 시켰다. 일부러 손으로 코도 풀게 했다.
이제 조금 시간이 지나면 죽을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라면 분명히 거절당했을 것이다 “자, 아”하면서 먹여주는 것도, 지금이라면 아마도 가능하다.
땀이 맺히면 닦아주어야 한다. 몸이 차갑지 않도록 따듯하게 해줄 필요도 있다.
예를 들자면, 그래. 피부와 피부를 맞대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어서 음란한 열기가 멈추지 않을 때까지 가랑이 사이를 쑤신다던가.
“아냐!”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마코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순간, 확실히 어처구니없는 쪽으로 생각이 뻗었다. 쑤시다니 그게 뭔가. 병자를 채찍으로 때려서 어쩌겠다는 거냐.
따듯하게 하는 데는, 그래――― 피부가 새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스팽킹을 한다던가.
“그건 더 아냐!”
[?]
“아무것도 아냐. 나는 신사야 젠틀한 켄지라고.”
모처럼 마코가 얌전해져 있는데 자신이 새디스트적인 기분으로 가득차서야 어떻게 하겠는가.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음란한 상상이 떠오른다. 공격적이고 가학적으로 평범한 여자아이라면 혐오하며 도망갈 만한 행위가 수없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어쩌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본래 자신에게 그런 본성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M 기질을 호되게 강요해오던 마코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숨겨져 있던 S의 본성이 튀어나온 것이라면.
[서있어?]
마코가 젖은 눈으로 켄지의 다리 사이를 응시하고 있다. 음탕한 상상들이 모여 해면체를 가득 채워 바지를 뿔 모양으로 솟아오르게 하고 있다.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올게.”
며칠 동안의 성욕이 쌓여 있는 것 뿐이다. 방출하고 나면 젠틀한 키타노 켄지가 되살아난다.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마코가 손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발기……해 있지?”
“왜 그런 말을 할 때만 발음이 명확한거냐”
“아까 주인님이 양치질을 시켜주면서 코가 뚫린건지…… 약간이지만, 목에 가르랑 거리던게 사라졌어.”
아직 쉰 목소리이기는 하지만, 발음 자체는 충분히 알아 들을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 빼고 오다니, 그런 서운한 말은 하지마.”
하는 말은 변태라도 침대에 누워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해 보였다.
“감기에 걸렸어도, 난 주인님의 노예잖아. 정액변소라고. 쌀 거라면 나 한테 말고는 싸지 않았으면 좋겠어…… 감기라서, 안돼?”
감기로 붉어진 얼굴과 젖은 눈매로 애원하는 모습은 무심코 침을 삼킬 정도로 귀여웠다.
현 상황을 정리하자면 귀여운 여자아이와 단 둘, 그것도 그녀의 방 안.
처음으로 그녀와 섹스를 했던 방이다. 처녀를 빼앗고, 난폭하게 허리를 흔들어대며, 질 안 가득히 욕망의 엑기스를 부어넣었던 방인 것이다.
첫 경험의 기억이 흥분에 불이 붙었다.
“약은 먹었어?”
“으응, 안 먹었어.”
“그럼 먹을래. 맛있는 물을 줄테니까”
켄지는 마코의 색정에 떠밀려서가 아니라, 자신의 본능에 휩쓸려 바지를 내렸다. 머릿 속 어딘가가 ‘그건 좀 아니잖아’라고 제지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치솟아오르는 욕망을 멈출 수 있을 정도의 힘은 없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여자를 갈구하며 대가리를 치켜든 살색 구렁이었다.
마코는 페니스의 위용에 압도되어 아픈 목으로 침을 삼켰다.
머리가 멍해서 시야가 흔들리고 있어서인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큰 남근에 깔려뭉개질 것 같은 착각조차 들었다.
“멋져요…… 주인님의 강간 자지. 보는 것만으로 강간당하는 기분……”
“환자인 주제에 야한 생각만 하면 안되겠지.”
활처럼 뒤로 휘어진 페니스로 뺨을 때렸다. 이어서 코끝 그리고 이마, 입술까지, 열과 압력을 느낄 때마다 뿌연 머릿속이 도화색으로 물들어 갔다.
(감기에 걸려서 다행이다……)
아마도 말짱한 정신이었다면 이렇게 솔직하게 응석을 부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뭔가 밉살스러운 말을 해서, 캔지를 기분나쁘게 해버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지금은 단지 얼굴을 육봉에 문지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 글썽거리는 눈초리에 켄지도 느낀 것이 있는 지, 남근에 돋아난 혈관가 왕성하게 꿈틀거린다. 겉물이 대량으로 흐르면서 순식간에 마코의 얼굴은 점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입은…… 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목이 가클거리는 느낌에 참지 못하고 기침을 했다.
“입을 쓸 여유도 없잖아.”
기침으로 인해 침으로 찐득찐득해진 양물을, 켄지는 스스로 문지르고 있다. 안타깝기도 하고, 불쌍하다. 모처럼 눈 앞에 육노예가 있으니 하고싶은대로 사용하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여기, 써보지 않을래요?”
마코는 이불을 젖히고 상반신을 드러냈다. 특대(特大)의 흰 떡이 두 개, 옆구리로 넘쳐흐를 것 같은 자체 중량으로 늘어지면서 수영복이 약간 벗겨져 있다. 풍만하고 육감적인 구슬 꼭대기엔 작은 수영복에서 삐져나온 핑크색 원은 뜨거운 시선이 내리쬐자 은밀하고 아련하게 저려온다. 머리와 목의 아픔보다도 더욱 선명하고 강렬해서 그 것 외에 다른 것들은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님의 자지로 얼굴을 문지르면서 괴롭혀주니, 난 굉장히 두근두근 거려요…… 가슴이 굉장히 뜨거워요.”
충혈된 유두를 보라는 듯이 양손으로 가슴 아래쪽을 잡고 들어 올려 보였다.
“이불을 젖히면 춥지 않아?”
“추우니까, 따듯하게 해주세요…… 가슴 가운데에 주이님의 가장 뜨거운 것을 느끼고 싶어요.”
젖은 눈으로 초점도 맞추기 어려웠지만, 절실하게 바라보았다.
이윽고 켄지는 한숨과 함께 생각을 꺽고 침대에 올라 마코의 배 위에 올라탔다.
“가만히 있어. 내가 알아서 움직일 테니까.”
“이 로션을 쓰세요. 이런 일도 있을까 해서 침대에 들어온 순간부터 데우고 있었어요.”
마코가 건네준 것은 통신판매로 구입한 바이브에 딸려있던 샘플용 로션이었다. 용기에 들어 있는 시판품은 가슴에 품고 있어도 전체를 따듯하게 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일회용 봉지에 들어 있는 것을 골랐던 것이다.
켄지는 신통하다는 얼굴로 봉지를 찢었다.
“수영복은 벗지 않아도 괜찮아?”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그럼 입은 채로”
아무라도 약간은 천에 가려져 있는 쪽이 흥분되는 타입인 모양이다.
입구가 찢긴 길고 가는 봉투를 기울이자, 붉은 기가 도는 점액이 쪼르륵 유방에 흘러 떨어졌다.
“꺄앗, 아직 차가운 듯……”
“그러면, 바로 따듯하게 해야겠지.”
로션으로 미끌미끌해져 색정적으로 번들거리는 살의 계곡을 켄지는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손바닥의 열기가 피부에 스며들게 하려는 듯이 찬찬히 가슴 전부에 로션을 바르며 주물렀다.
“역시 부드럽네…… 미끈미끈하니까, 한층 더 부드럽게 느껴져.”
“으응, 게다가, 끈적끈적하게 주인님의 손이 달라붙으니, 서로 녹아서 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으응, 으흑”
남자 손의 딱딱함과 여자의 교태스런 살갗의 부드러움이 로션의 중재에 의해 위화감없이 흡착되고 있었다. 점성을 얻은 피하지방의 쌍구는 켄지의 손 안에서 물풍선처럼 변형되어 가면서 서서히 어렴풋한 열기를 품어간다.
마코의 체온 자체가 높았기 때문에 격앙된 두사람의 열로 로션의 향이 피어올라온다. 코가 막혀있지만 않았다면 남근의 지릿한 냄새도 함께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유감스러울 정도다. 그러니 최소한 촉감에서 스며나오는 성감에 몽롱한 의식을 집중했다.
“느낌이 좋아요…… 주인님의 손, 좋아……”
마코는 탐닉하는 달콤한 한숨을 흘리면서, 요염하게 땀이 흐르는 어깨를 작게 떨었다. 그 움직임을 따라 사이즈와 유연성을 함께 갖춘 유방이 작게 흔들린다. 그것은 아무리 켄지가 주물럭대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그의 손바닥이 조금이라도 떨어진 부분을 뿌르릉 진동하게 했다.
(내 몸인데도 부드러워 보여…… 어깨가 결릴 때도 있지만, 주이님은 자지를 크게 키우고 있고, 주물러 주면 기분이 좋으니, 역시 커서 다행이다.)
약간 엉뚱한 생각을 한 것도 잠깐, 완전히 빈틈없이 점액으로 뒤범벅이 된 유방 위에 곧추 선 육봉이 나타나자, 앞으로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가득찼다.
“이제 끼운다……. 완전히 뜨거워진 것 같으니까, 약이 나오면 전부 마셔.”
“네 마실게요…… 끈적끈적한 감기약. 꿀꺽하겠습니다.”
처음은 정액을 물 대신으로 해서 약을 먹을 예정이었을 텐데, 켄지도 가슴을 주물럭대던 사이에 흥분이 높아지면서 세세한 일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것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마코의 가슴을 범하고 싶어 하는 지 잘 알 수 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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