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하숙집 딸
마사오는 와세다 대학에서의 첫 학기를 긴다꾸 장에서 맞았다.
하숙생은 모두 서른명 정도 였으며 대개 둘이서 한 방을 쓰고 있었다. 마사오도 고교 선배인
고마쯔하라와 방을 함께 쓰고 있었다.
그는 2학년으로 수재형으로 무척 착실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
도쿄에 익숙해질 때까지 만이라는 조건으로 담임이었던 우에하라 선생의 권유에 따른 것 이었다.
아무래도 선배와 같은 방을 쓰면 피곤할 일이 많으므로 차차 직접 방을 찾아볼 작정이었다.
긴다꾸 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아침과 저녁 식사를 차려 주었다.
학생은 식당이라고 부르는 부엌 옆방에서 밥을 먹었다.
모두 한꺼번에 식사할 순 없으니까 빈 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주인인 긴다꾸 요조우 씨는 오십줄을 넘긴 중년으로 콧수염을 기른 작은 몸집의 남자였다.
화복차림으로 카운터에 앉아있을 때는 전당포 주인같은 인상을 풍겼다.
또 양복을 입고 가방을 들고 외출하는 모습은 고리대금 업자를 연상케 했다.
쉰 가까운 나이의 그의 아내는 다소 뚱뚱했으나 살결이 희고 젊었을때는 쾌나 미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들에게는 여고 3학년인 외동딸이 있었다.
아끼라고 불렀다.
마사오가 입주한 지 이틀째 날 아침, 선배와 식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를 복도에서
처음 보았다.
교복차림이 아니라 흰 스커트에 분홍색 스위트를 입고 있었다.
머리의 귀여운 리본이 인상적이었다.
고마쯔하라가 짧게 인사하고 그대로 지나치려 하자 아끼가 그를 불렀다.
"고마쯔하라 씨."
아끼의 눈은 계속 마사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어제 새로 온 사람이죠? 소개시켜 줘야죠."
마사오는 소녀의 당돌한 시선에 조금 당황했다.
상당히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엷게 화장을 한 듯 했다.
고마쯔하라가 마사오를 소개했다.
아끼는 자기 이름을 대며 고개를 숙이며 잘 부탁한다고 했다.
그때까지도 마사오는 아끼가 연하의 여고생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복장이라든가, 몸매,
표정에서 자기보다 한 살 정도 연상일거라는 착각마저 하고 있었다.
마사오는 정중하게 인사했다.
고마쯔하라는 방으로 들어온뒤 아끼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 여자애 조심해. 유혹을 받아들이는 건 좋지만 빠지지는 마."
"예?"
"천성적으로 색을 밝히는 애야. 지금까지 얼마나 되는 하숙생과 관계를 가졌는지 몰라.
예쁜 여자애가 다정하게 구니까 순정파 친구들은 반해 버리지. 그러면 비극이 싹트는 거야.
나와 지난 달까지 방을 함께쓰던 사까구찌가 나간 것도 바로 저애 때문이야."
"왜 그렇게 된 겁니까?"
"반해 버렸어.독점하고 싶어졌지. 그러나 저 애는 한 남자만을 사모하는 그런 순정파와는 거리가
멀지. 그래서 사까구찌는 괴로워했어. 급기야 어느날 밤에 아끼가 다른 남자를 자기 방으로 끌여들여 정사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됐지. 질투심에 눈이 먼 시까구찌는 창문으로 쳐들어간 거야.
아끼는 남자에게 안긴 채 사까구찌의 무분별함을 책망하고 절교를 선언했어. 함께 있는 남자는
발기한 물건을 드러낸 채 사까구찌를 구타했고, 밖으로 내쫓아 버렸지. 그 일이 있은후에 나갔어.
더 있을 수가 없잖아."
"조건이 더 좋은 하숙집을 구해서 이사했다고 들었는대요.?"
"그렇지 않아. 어째든 잘 기억해 둬. 즐기는 건 좋은데 빠지면 않돼. 더구나 아끼는 자기와 하루밤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빠지게 하는 것이 취미거든."
"선배님은 어떻습니까?"
"나?"
고마쯔하라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한 번 있었지. 아무리 기다려도 유혹을 하지 않아서 내가 부탁했지. 그러자 저는 남자에게
프로포즈 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유혹하는게 더 좋거든요.그러나 모처럼 부탁한 거니까
한 번 만나죠. 약속 시간에 맞춰 불을 끄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애가 콘돔을 들고 내방에 왔어.
그러나 난 실패했어. 페팅하는 도중에 사정하고 말았지. 연극으로 내는 신음 소리에도 난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어. 그 애는 아무말도 없이 옷을 입고 나가더군. 틀림없이 날 경멸했을 거야."
아끼의 대담성 뿐만 아니라 고마쯔하라의 솔직함도 많이 놀라웠다.
"대단한 여자군요."
그로부터 며칠 뒤 저녁이었다.
역에서 나와 걷고 있는대 누가 옆에서 뒤따라 걷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팔을 잡아 왔다.
교복 차림의 아끼였다.
"지금 들어가세요."
"예"
아끼는 마사오의 팔장을 꼈다.
상당히 친한 남녀의 사이에서나 하는 행동이다.
더구나 아직 해도 지지 않은 큰 길에서 겨우 인사만 나눈 남자에게 팔장을 덥썩 끼다니!
<과연 대단한 여자군>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겁니까?"
"후후, 알고 있어요."
아끼는 그의 팔에 가슴을 밀착 시켰다.
불룩한 가슴이 닿았다.
"7호실의 미야자끼 씨. 어제 아침에 인사했잖아요. 잊을리가 없죠. 역에서부터 쭉 따라왔어요.
말을 해야 하나 당신의 등에게 물었죠."
"등?"
"예. 남자의 등은 재미 있어요. 여러 표정이 나타나거든요."
"사까구찌씨는 어떤 등을 하고 있었습니까?"
마사오는 충동적으로 폭탄 발언을 했다.
아끼는 잠시 할 말을 못 찾는 듯 했다.
조금후에야 입을 열었다.
"당신은 보기와는 달리 심술쟁이군요."
"아니, 당신이 하도 매력적이라 진상을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말하죠. 휘청거려요. 약해요. 자기 하나 조절 못하는 남자는 싫어요. 창문으로 감시하다가
들이닥쳤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들었죠."
"모두들 알고 있어요. 모르는 사람은 아빠, 엄마뿐이죠. 저는 그런 규칙 위반은 용서할수 없어요.
분별없는 남자는 딱 질색이예요."
"그러면 당신을 독점할 수 있는 남자는 아직 한 남자도 나타나지 않은 셈이군요."
고개를 끄덕이고 아끼는 몸을 더욱 밀착시켜 왔다.
"사실 전 그런 남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자기 여자가 바람을 피우면 빰이라도 한 대
호되게 올려붙이고, 여자는 울면서 용서를 빌고, 그런 광경을 상상하기만 해도 전 전율을 느껴요."
"전율을 왜?"
"어머"
갑자기 아끼는 멈춰 서더니 그의 팔을 놓았다.
눈을 크게 뜨고 노려보았다.
"진지하게 말을 하는데 그렇게, 장난치듯이 말하지 마세요."
아끼는 가방을 그에게 홱 집어던지고 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화내는 얼굴이 무척 예뻤다.
달려가는 뒷모습도 아름다웠다.
스커트자락이 펄렁거렸고 발목까지 오는 흰 양말을 신은 매끈한 다리가 폴짝폴짝 흔들리고 있었다.
<저녀석, 화난 얼굴과 달리는 뒷모습 중 어떤 걸 보이고 싶어서 저랬을까?>
아끼에게 귀여운 구석이 많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마사오는 아끼의 가방을 들고 돌아왔다.
고마쯔하라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예"
들어온 사람은 가정부 소녀였다.
작고 통통한 몸집에 얼굴도 둥근 편이었다.
학생들은 그녀를 고우짱이라고 불렀다.
"저, 아가씨가 가방을 갖고 오라고 하던데요."
고우짱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웬지 아끼보다 더 음탕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원한다면 자신이 직접 가지고 가란다고 전해 주세요."
그러자 고우짱이 비싹 다가와 얼굴을 디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래요, 그게 정답이에요. 축하해요."
"뭐가요?"
"곧 알게 되실 거예요."
고우짱은 묘한 미서를 지어 보이더니 방을 나갔다.
그러나 아끼는 좀체로 오지 않았다.
마사오는 목욕을 하면서 고우짱을 떠올렸다.
무슨 뜩인지 알 수 없었다.
욕실에서 돌아오니 그때까지도 선배는 돌아와 있지 않았다.
아끼의 가방도 방 가운데 놓인 채 그대로였다.
좀더 시간이 지나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칠고 성급한 느낌이었다.
문이 열리고 하숙생이 불쑥 들어왔다.
3,4학년쯤 돼 보였다.
"아끼 가방 여기 있나?"
"있습니다."
"갖고 가게 나한테 주게."
마사오는 가방 손잡이를 쥐면서 안심하는 한편 실망도 됐다.
그런데 막 건네려던 순간 마음이 변했다.
"본인이 오지 않으면 줄 수가 없습니다."
"뭐?"
"먼저 사과를 받아야 합니다."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험상궂게 찡그렸다.
한 방 칠 기세로 다가왔다.
<입주하자마자 싸움을 하게 되겠군.>
시골 촌놈이 오기와 배짱마저 없다면 도쿄에서 생활하기 힘들다.
마사오는 가방을 뒤로 홱 던지고 주먹을 단단히 쥐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중학교 때부터 익히 들어왔던 말이었다.
머리가 단순한 주먹 신봉자들이 늘 쓰는 말이다.
"모릅니다."
"좋아, 고마쯔하라에게 물어 봐. 나중에라도 사과하러 오면 용서하지."
남자는 여유가 있는 척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더니 그대로 나갔다. 조금 뒤에 원피스 차림의 아끼가
나타났다.
"아까는 미안했어요"마사오는 가방을 건넸다.
아끼는 무릎을 꿇고 앉아 가방을 옆에 놓았다.
마사오도 마주보며 방석위에 앉았다.
아끼에게 선배의 방석을 권했다.
"고맙습니다."
두 사람은 바싹 다가앉은 셈이 되었다.
보통 여학생 이라면 벌써 물러나 앉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아끼 쪽에서 더욱더 가까이 왔다.
"나중에 그 남자에게 사과하세요, 당신을 위해서예요."
"사까구찌 씨도 그 사람에게 맞았나?"
"예"
"바로 네 애인이군"
"그렇지 않아요. 누가 저런 저능한 사람을 ..."
"아끼는 아니라고 해도 그 사람은 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란 건 아니예요. 사까구찌 씨의일 이후 그 사람과는 아무 일도 없어요. 사람을 그렇게 심하게
때리다니, 야만인이예요. 어쨌든 당신도 그 사람과 문제를 일으키지 안는 게 현명해요."
"왜 그남자를 보냈지?"
"당신의 반응을 알고 싶었을 뿐이예요."
"여자에게 시험당하는 거 난 흥미 없어. 더구나 그런 여자는 딱 질색이야."
"생각 대로군요. 난 당신을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아끼의 눈이 촉촉하게 빛났다.
정감을 띠며 마사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몸이 뜨거워졌다.
부풀기 시작했다.
역시 다에꼬와의 마지막 밤을 이후로 아직 오랬동안 여자와 접촉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마사오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끼가 성냥을 집어 주었다.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자극적이었다.
그의 몸은 이제 완전히 발기해 버렸다.
아끼가 주의깊게 살핀다면 바지 위로 흥분 상태임을 알아챌 것이다.
알면 재미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야자끼 씨, 고향에 여자친구 있어요?"
"누가 그래?"
"고마쯔하라 씨가 당신 담임 선생님에게 들었대요? 멋진 여자라죠?"
"다들 입이 가볍군."
"다에꼬씨 맞죠?"
"이름까지 말했어?"
"이름은 조금전에 알았어요. 편지가 왔어요."
현관옆에 방별로 구분된 우편함이 있었다.
"내가 갖고 왔어요. 가방과 교환 하려고."
"이리줘."
마사오는 손을 내밀었다.
"여기 있어요."
아끼는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무슨 짓이야."
"가져 가도 되요."
불쾌했다.
뭐 저런 계집애가 다 있나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끼의 에로틱한 장난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 빨리 꺼내 놔."
"말만 하지 말고 직접 꺼내 가세요."
아끼는 더욱 바짝 다가앉으며 가슴을 펴고 턱을 치켜올렸다.
"어떻게 가져가?"
"단추는 뒤에 있어요. 뒷 단추를 풀고 손을 가슴에 넣으면 되겠죠?"
"우습지도 않군."
마사오는 아끼의 등뒤로 비스듬이 앉아 단추를 풀렀다.
아끼의 맨살이 살짝 드러났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사월이었다.
여름도 아닌데 원피스만 달랑 입고 있다니, 아무튼 피부는 어머니를 닮아 분홍빛 살결로 화사한
느낌이었다.
"춥지도 않아?"
"춥죠."
"그런데 왜?"
"일부러 벗은 거예요."
마사오는 아끼의 등 너머로 가슴을 들여다 보았다.
브래지어가 덮고 있는 젖무덤 사이에 흰 봉투가 보였다.
마사오는 거기에 손을 집어 넣었다.
그러자 아끼가 마사오의 손을 양손으로 눌러 잡았다.
"질문이 있어요."
아직 봉투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 손은 어깨를 잡고 다른 한손은 등뒤에서 가슴을 만지는 모양새였다.
"먼데?"
"여자 친구와 육체 관계를 가졌나요?"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대답하지 않으면 주지 않을 거예요."
힘으로 한다면 충분히 뺐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끼와의 에로틱한 분위기가 무척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길에서는 그렇게 얌전한 척 했죠."
"길이라까."
"여기는 길이 아니예요. 방안이에요."
"그래"
마사오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봉투를 ?는 동작이었으나 자연히 아끼의 가슴을 더듬게 되었다.
"그러니까 정직하게 말하세요."
"손 치워. 이러면 옷이 찢어지잖아."
마사오의 손이 아끼에게 이끌려 겨드랑이를 따라 가슴으로 들어갔다.
"도꾜에 와서 여자를 산 적이 있나요?"
"아니"
"지방에서 오면 선배들이 꼭 그런곳에 데리고 가던데."
"그러는 모양이더군. 하지만 난 안가."
"정말요"
"너한테 거짓말할 필요가 없잖아."
"알았어요."
아끼는 손을 늦추었다.
마사오는 더 깊숙이 들어갔다.
일부러 오른쪽으로 파고 들었다.
오른쪽 봉오리를 쥐었다.
"아아.."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다소 과장된 느낌이 있었다.
마사오는 손에 힘을 주었다.
중량감과 탄력이 있는 가슴이었다.
아끼는 홍조 띈 얼굴을 옆으로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입술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마사오의 입술과 만나길 원해 왔다.
<지금 키스하면 이 애의 작전에 말려드는 거야. 모르는 체하면 자존심이 상해서 다시는 날 유혹하지
않을거야. 그러나 어쩌면 복수를 할 염려가 있어. 다에꼬의 편지를 보고 자극받아 갑자기 내게
쏠리는 것이 분명하다.>
마사오는 어깨를 안고 있던 손을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 빰을 밀착시키며 두 개의 봉우리를 동시에 쥐었다.
"키스는 다음에 해. 고마쯔하라 씨가 올지 몰라."
아끼는 고개를 힘껏 저었다.
"싫어, 지금해요. 하고 싶어요."
억센 여자였다.
그러나 부드러움도 있었다.
소녀다운 솔직함도 느껴졌다.
"알았어"
마사오는 아끼의 등을 돌려 촉촉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아끼는 그의 팔에 매달려 격렬하게 빨아댔다.
긴 키스가 끝난뒤, 마사오는 가슴을 쥐었던 손을 풀고 봉투를 꺼냈다. 아끼는 일어나더니 다시 그의 앞에 앉으며 포옹해 왔다.
"다시..."
아이가 엄마에게 조르는 듯한 표정과 말이었다.
한 껏 도취돼 있는 모습이었다.
많은 남학생들을 갖고 노는 여자라면 좀더 기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아끼는
직선적으로 다가왔다.
이번은 정면에서 나눈 진지한 키스가 되었다.
마사오는 그제야 여체를 제대로 안은 느낌을 받았다.
입술을 떼자 아끼가 요염하게 빛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몇 시에 잘 거에요?"
"열한 시쯤."
"그냥 자 버릴 거예요?"
"안 그러면?"
"여자를 원하지 않아요?"
"....."
"내 유혹에 넘어가고 싶지 않은가 보죠?"
"아마 그럴걸. 그러나 욕망은 충분히 느끼고 있어. 아쩨든 너는 너무 성급해."
"도쿄 여자는 성미가 급해요. 제 유혹을 받아들일 결심이 설 때까지 고우짱을 이용해도 좋아요."
"뭐?"
"그 애는 아무나하고도 자요. 나와는 좀 다르죠."
"그애 , 아직 어리잖아?"
"바보같이, 몸은 저보다 훨씬 어른이예요. 저, 재미있는 애기 하나 해줄까요.?"
"뭔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절대 비밀이에요."
"그래."
"혹시 고마쯔하라씨가 저와 한번 관계를 가졌다고 말하지 않던가요? 실은 내가 아니고 고우짱이예요. 그런데도 그 사람은 아직도 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설마 그런."
"정말이예요."
마사오는 어이가 없어 한동안 할 말을 ?지 못했다.
아끼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와 마사오의 왼쪽 허벅지를 천천히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키스로 인해 그의 몸은 전보다 더욱더 뜨거워져 있었다.
아끼의 손은 직접 그곳을 노리지는 않았다.
"미리 불을 꺼두라고 했죠. 어두운데다가 그 사람은 경험도 별로없고 그래서 혼자 흥분만 잔뜩
한 상태였던 거죠. 더구나 고우짱은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 속을 수 밖에요."
"왜 그런짓을 했지?"
"전 진심으로 그 사람을 동정하고 있었어요. 불장난 같은 건 하지않고 착실히 공부만 하고, 그렇지만 동정만으로 몸을 허락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또 장난기도 발동했구요.과연 속일 수 있을지
어떨지 시험해 보고 싶어졌죠."
"정말 당돌하구나."
"후후... 그래서 약속을 하고 고우짱에게 대신 가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애는 남자라면 누구나
다 좋아하거든요. 그 애가 있어서 여기 계속 남아 있는 하숙생도 있어요."
"무서운 여자들이군."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아요"
아끼는 계속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러나 마사오의 단단해진 그 부분에는 접근하지 않았다.
의미있는 행동이었다.
"열두 시에"
손놀림을 멈추고 목소리가 낮아졌다.
"제 방에 오지 않을래요?"
"...."
"재미있는 애기 들려줄깨요."
"애기만 할거야?"
"그러면 싫어요."
"아니, 그게 좋아."
"오세요."
"가면 어두운 방에 고우짱이 있는 건 아니겠지.?"
"호호.. 밝은 방에 저만 있을깨요."
"그럼 혹시 아까 그 녀석이 나타나기로 되어 있나?"
"그 사람에겐 비밀이에요. 어떻게 할래요?"
아끼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알았어. 이야기를 들으러 가지."
무슨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
"열두시에 정확히요. 내방 알아요?"
"몰라."
아끼는 방의 위치를 알려 주고 또 문을 잠그지 않을테니 노크하지 말고 그냥 들어오라고 했다.
"그런데 당신 고우짱을 안아 보고 싶은 생각 없어요? 그 애는 당신을 빨리 시험해 보고 싶어하는
것 같던데."
"생각없어"
아끼는 등을 돌렸다.
"단추 채워 주세요."
마사오는 천천히 등을 어루만지면서 단추를 채웠다.
아끼가 나간 뒤 마사오는 다에꼬의 편지를 읽었다.
누가 읽어도 상관없는 내용이었다.
감정을 절제하고 비껴가는 말로 표현되어 있었다.
좀 불만스러웠지만 절도를 익힌 양가집 딸로서는 당연한 조심성이었다. 고마쯔하라가 돌아왔을 때
마사오는 아까 방에 쳐들어왔던 남자 얘기를 했다.
긴쥬 쇼산이라는 남자였다.
고마쯔하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귀찮은 녀석에게 미움을 받게 되었군. 그 녀석은 운동부인데 여자와 싸움을 위해서 도쿄로 온 놈
같아. 시간을 끌면 일이 점점 복잡해진다구."
마사오가 아까 긴쥬에게 대들려고 한 건 순간적인 오기였지 원래 주먹 다짐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더구나 선배의 권유를 거절하기가 미안했다.
두 사람은 긴쥬의 방으로 갔다.
긴쥬는 창가에 걸터앉아 유행가를 부르고 있었다.
녀석에게 먼저 고마쯔하라가 대신 사과의 말을 전했다.
마사오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까는 미안했습니다."
"알았어. 나도 신입생을 괴롭히고 싶지는 않아."
사과하는 것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무사히 끝났구나 하고 돌아서려는데 긴쥬가 불렀다.
"잠깐."
"예?"
"넌 시골뜨기니까 넋이 빠질지도 몰라서 미리 충고해 두겠는데, 아끼는 네가 마음에 있어서 그런 게
아냐.순진한 신입생이니까 갖고놀고 싶어하는 게 그 애의 취미야."
심문하는 눈초리였다.
"무슨 말씀인지?"
"아끼가 유혹하면 가도 돼. 그러나 결국 손해를 보는 건 너라구. 그점 잘 기억해 둬."
그때까지 마사오는 아끼의 방에 갈까 말까 아직 결정을 하지 않았었다. 긴쥬의 말을 듣고는 가야
겠다는 반발심이 생겼다.
"저도 손해보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내가 한 잔 사지."
열두시다 되었다.
곰마쯔하라는 벽 쪽을 향해 누워 있었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 왔다.
마사오는 살며시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림자처럼 방을 빠져 나왔다.
복도는 고오하고 어두었다.
계단이 유난히 삐꺽대는 것 같았다.
드디어 아끼의 방문앞에 섰다.
약속대로 노크 없이 문을 당겼다.
저항없이 열렸다.
방에는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방 가운데 깔린 이불이 눈에 들어왔다.
아끼는 파자마 차림으로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마사오가 들어서자 아끼는 양팔을 벌려 목을 끌어안으며 살짝 눈을 흘겼다.
"안오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응석부리는 듯 했다.
"오늘밤은 춥죠?"
"응, 사월이라도 도쿄의 밤은 쌀쌀하네."
"추운 건 걱정하지 말아요. 이불 속에서 애기하면 되니까요."
아끼는 마사오의 팔을 이끌었다.
옷장 쪽으로 가더니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침대처럼 이불이 깔려 있었다.
"여기에 올라가요. 만약의 경우에 아빠가 오셔도 들킬 염려가 없고, 얘기 소리도 들리지 않죠."
"알았어"
조심해야 될 건 사실 아끼의 부모님만이 아니었다.
마사오는 일단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옷장으로 초대하는 걸 보니 남에게 발각되게 하려는 계획은 아닌 게 분명해졌기 때문이었다.
아끼는 전등을 취침용으로 바꾸고 창문과 방문을 다시 확인하고 옷장으로 들어왔다.
안은 비좁았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누워요. 만약 노크 소리가 나면 당신은 이 안에서 문을 꼭 닫고 가만히 있어요. 아무 소리도 내면 안돼요. 내가 문을 열 때까지 무슨일이 있더라도 가만히 있어야 돼요."
"알았어. 스릴 만점이군"
아끼는 마사오에게 안기며 입술을 찾았다.
마사오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키스하는 동안 아끼는 어른스럽게 그의 어께를 껴안고 있었다.
"바지 벗으세요. 허리띠가 조여서 불편하잖아요."
"좋아"
마사오는 바지를 개어서 발 밑 구석에 두었다.
"셔츠도 벗어요."
마사오는 그렇게 했다.
옷장 안이니까 괜찮을 것 같았다.
"이제 안심이 돼요."
둘은 아늑한 이불 속에서 포옹했다.
마사오는 단숨에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급속한 진행이었다.
더구나 두 사람은 아직 말도 많이 나누지 않은 사이였다.
키스를 했다.
마사오의 몸은 흥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아끼가 알아채도록 일부러 가까이 대었다.
둘이 이렇게 있는 이상 아끼가 마사오의 즐기고 싶은 욕망을 알아채도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평판이 좋지 못한 여자다.
갑자기 몸을 돌려 조소할지도 모른다.
주의해야만 했다.
되바라진 여자니만큼 남자에게 수치를 주는 것을 즐거움으로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 어디 재미있는 얘기를 해봐."
"얘기 들으러 왔어요?"
"네가 아까 그랬잖아."
"그건 그냥 구실이죠. 지금 내 모든 것을 당신 마음대로 해도 돼요."
"정말 그래도 돼?"
"그럼요."
"넌 긴쥬의 애인이잖아?"
전 그렇게 지능이 낮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여러 여자에게 인기가 있어서 좀 흥미를 느낀 것
뿐이죠.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러나 상대방 생각은 그게 아닐수도 있잖아?"
"괜찮아요. 처음부터 그렇게 못을 박았어요. 그리고 사까구찌씨 사건이 있고 부터는 관계를
끊었어요."
"그럼 요즘 애인은?"
"아무도 없어요."
"그럴 리가? 이 하숙집만 해도 남자가 서른명이 넘는데?"
"정말이에요. 소문따윈 믿지 마세요. 지금은 아무도 사귀지 않아요."
"첫 경험은 언제였어?"
"작년 이맘때. 그런 건 아무 상관없잖아요. 나는 지금 당신을 원해요. 나중에 말해요."
"아니, 난 지금 알고 싶어. 너는 보통 여자들의 첫 경험과는 다를 것 같은데."
"그래요. 제가 유혹했어요."
"상대는?"
"여기 있던 학생이요."
"지금은 정말 없어?"
"걱정하지 마세요."
아끼는 손을 뻗었다.
곧바로 마사오의 몸에 접근하지 않고 처음에는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아끼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오더니 손이 망설임 없이 그것을 잡았다.
대담하고 솔직한 행동이었다.
마사오는 만족했다.
이제 그가 먼저 유혹했다는 말은 안 듣게 되었다.
"내가 ?아냈어요. 의식이 끝나자마자 나가 달라고 했죠. 당신에게는 그런 심술을 부리지 않을테니
걱정 마세요."
"왜 그랬는데?"
"눈에 거슬렸어요. 얼굴 마주치기도 고통스러웠고. 같은 지붕밑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초조했어요."
"왜?"
"나는 처녀였으니까. 약점을 드러낸 것 같았어요. 그 사람은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내가
그냥 싫어졌어요."
보통 여자라면 처음 몸을 허락한 남자에게 열중하는 경향이 있다.
손가락으로 마사오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애무하기 시작한 아끼에게 그런 말을 했다.
아끼는 고개를 저었다.
"난 그렇지 않았어요. 아니, 그런 마음이 되었을지도 몰라요. 그런 내자신이 무서웠을지도 모르죠."
슬슬 아끼의 비경으로 손을 뻗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먼저 저쪽에서 원해오기를 기다렸다.
"그 뒤로 몇 번인가 전화를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목에서 기다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난 상대하지 않았어요. 그냥 남자가 어떤건지 제 자신이 남자에게 어떻게 반응할지 알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으니까."
"무서운 여자로군"
아끼는 손에 강약을 넣었다.
음미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당신 거 대단해요. 굉장히 단단한데요. 전 바람둥이에요. 절 좋아하지 마세요. 단지 놀이로만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고마쯔하라는 이 애가 남자를 반하는 것을 즐기는 취미가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지금 아끼는 정반대의 말을 한 것이다.
복잡한 여자였다.
"그러지"
"당신에게 흥미를 느낀 건 시골에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예요. 도둑질해 보고
싶었어요."
그러더니 나지막한 소리로 말을 이었다.
"가슴을..."
아끼는 잠옷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가슴은 곧 노출되었다.
옷장 문 틈으로 불빛이 조금밖에 들어오지 않았음으로 희미했다.
그러나 우유빛 가슴은 어둠 속에서 동그랗게 떠올랐다.
아까보다도 더 뭉클거리는 느낌이었다.
"빈약하죠."
"농담 하지마. 느낌이 좋아."
"고마워요. 하지만 도두들 도중에 그만하고 아래로 가고 싶어해요. 만지는 것 같지 않아서일까요."
"이나. 목적지로 빨리 가고 싶어서지."
"당신도?"
"난 조급한 사람이 아냐."
아끼는 마사오늬 몸을 갖고 놀았다.
마사오는 아끼의 양쪽 젖가슴을 번가라 애무했다.
아끼는 별로 반응이 없었다.
고마쯔하라가 말한 만큼 음탕한 여자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를 십 분 정도
계속하자 드디어 아끼가 재촉했다.
"언제까지 이러기만 할 거예요? 왜 진도를 나가지 않죠?"
"네가 괜찮다고 하지 않았으니까. 여기까지만 해 달라고 날 부른건지도 모르잖아?"
"그러면 이제 돌아가도 좋다고 하면 어른답게 돌아갈 거예요? 도쿄에 와서 처음인데 참을 수 있어요."
그리고는 강하게 마사오를 쥐었다.
마사오도 아끼의 젖가슴을 주므르는 손에 힘을 주었다.
"글세, 참을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쩔수 없이 돌아가겠지. 아름다운 공주님 명령이니까."
마사오는 아끼의 자존심을 세워 줄 말을 해주었다.
그 입술에 키스하면서 더욱 정열적으로 가슴을 애무했다.
마사오는 와세다 대학에서의 첫 학기를 긴다꾸 장에서 맞았다.
하숙생은 모두 서른명 정도 였으며 대개 둘이서 한 방을 쓰고 있었다. 마사오도 고교 선배인
고마쯔하라와 방을 함께 쓰고 있었다.
그는 2학년으로 수재형으로 무척 착실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
도쿄에 익숙해질 때까지 만이라는 조건으로 담임이었던 우에하라 선생의 권유에 따른 것 이었다.
아무래도 선배와 같은 방을 쓰면 피곤할 일이 많으므로 차차 직접 방을 찾아볼 작정이었다.
긴다꾸 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아침과 저녁 식사를 차려 주었다.
학생은 식당이라고 부르는 부엌 옆방에서 밥을 먹었다.
모두 한꺼번에 식사할 순 없으니까 빈 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주인인 긴다꾸 요조우 씨는 오십줄을 넘긴 중년으로 콧수염을 기른 작은 몸집의 남자였다.
화복차림으로 카운터에 앉아있을 때는 전당포 주인같은 인상을 풍겼다.
또 양복을 입고 가방을 들고 외출하는 모습은 고리대금 업자를 연상케 했다.
쉰 가까운 나이의 그의 아내는 다소 뚱뚱했으나 살결이 희고 젊었을때는 쾌나 미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들에게는 여고 3학년인 외동딸이 있었다.
아끼라고 불렀다.
마사오가 입주한 지 이틀째 날 아침, 선배와 식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를 복도에서
처음 보았다.
교복차림이 아니라 흰 스커트에 분홍색 스위트를 입고 있었다.
머리의 귀여운 리본이 인상적이었다.
고마쯔하라가 짧게 인사하고 그대로 지나치려 하자 아끼가 그를 불렀다.
"고마쯔하라 씨."
아끼의 눈은 계속 마사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어제 새로 온 사람이죠? 소개시켜 줘야죠."
마사오는 소녀의 당돌한 시선에 조금 당황했다.
상당히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엷게 화장을 한 듯 했다.
고마쯔하라가 마사오를 소개했다.
아끼는 자기 이름을 대며 고개를 숙이며 잘 부탁한다고 했다.
그때까지도 마사오는 아끼가 연하의 여고생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복장이라든가, 몸매,
표정에서 자기보다 한 살 정도 연상일거라는 착각마저 하고 있었다.
마사오는 정중하게 인사했다.
고마쯔하라는 방으로 들어온뒤 아끼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 여자애 조심해. 유혹을 받아들이는 건 좋지만 빠지지는 마."
"예?"
"천성적으로 색을 밝히는 애야. 지금까지 얼마나 되는 하숙생과 관계를 가졌는지 몰라.
예쁜 여자애가 다정하게 구니까 순정파 친구들은 반해 버리지. 그러면 비극이 싹트는 거야.
나와 지난 달까지 방을 함께쓰던 사까구찌가 나간 것도 바로 저애 때문이야."
"왜 그렇게 된 겁니까?"
"반해 버렸어.독점하고 싶어졌지. 그러나 저 애는 한 남자만을 사모하는 그런 순정파와는 거리가
멀지. 그래서 사까구찌는 괴로워했어. 급기야 어느날 밤에 아끼가 다른 남자를 자기 방으로 끌여들여 정사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됐지. 질투심에 눈이 먼 시까구찌는 창문으로 쳐들어간 거야.
아끼는 남자에게 안긴 채 사까구찌의 무분별함을 책망하고 절교를 선언했어. 함께 있는 남자는
발기한 물건을 드러낸 채 사까구찌를 구타했고, 밖으로 내쫓아 버렸지. 그 일이 있은후에 나갔어.
더 있을 수가 없잖아."
"조건이 더 좋은 하숙집을 구해서 이사했다고 들었는대요.?"
"그렇지 않아. 어째든 잘 기억해 둬. 즐기는 건 좋은데 빠지면 않돼. 더구나 아끼는 자기와 하루밤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빠지게 하는 것이 취미거든."
"선배님은 어떻습니까?"
"나?"
고마쯔하라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한 번 있었지. 아무리 기다려도 유혹을 하지 않아서 내가 부탁했지. 그러자 저는 남자에게
프로포즈 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유혹하는게 더 좋거든요.그러나 모처럼 부탁한 거니까
한 번 만나죠. 약속 시간에 맞춰 불을 끄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애가 콘돔을 들고 내방에 왔어.
그러나 난 실패했어. 페팅하는 도중에 사정하고 말았지. 연극으로 내는 신음 소리에도 난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어. 그 애는 아무말도 없이 옷을 입고 나가더군. 틀림없이 날 경멸했을 거야."
아끼의 대담성 뿐만 아니라 고마쯔하라의 솔직함도 많이 놀라웠다.
"대단한 여자군요."
그로부터 며칠 뒤 저녁이었다.
역에서 나와 걷고 있는대 누가 옆에서 뒤따라 걷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팔을 잡아 왔다.
교복 차림의 아끼였다.
"지금 들어가세요."
"예"
아끼는 마사오의 팔장을 꼈다.
상당히 친한 남녀의 사이에서나 하는 행동이다.
더구나 아직 해도 지지 않은 큰 길에서 겨우 인사만 나눈 남자에게 팔장을 덥썩 끼다니!
<과연 대단한 여자군>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겁니까?"
"후후, 알고 있어요."
아끼는 그의 팔에 가슴을 밀착 시켰다.
불룩한 가슴이 닿았다.
"7호실의 미야자끼 씨. 어제 아침에 인사했잖아요. 잊을리가 없죠. 역에서부터 쭉 따라왔어요.
말을 해야 하나 당신의 등에게 물었죠."
"등?"
"예. 남자의 등은 재미 있어요. 여러 표정이 나타나거든요."
"사까구찌씨는 어떤 등을 하고 있었습니까?"
마사오는 충동적으로 폭탄 발언을 했다.
아끼는 잠시 할 말을 못 찾는 듯 했다.
조금후에야 입을 열었다.
"당신은 보기와는 달리 심술쟁이군요."
"아니, 당신이 하도 매력적이라 진상을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말하죠. 휘청거려요. 약해요. 자기 하나 조절 못하는 남자는 싫어요. 창문으로 감시하다가
들이닥쳤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들었죠."
"모두들 알고 있어요. 모르는 사람은 아빠, 엄마뿐이죠. 저는 그런 규칙 위반은 용서할수 없어요.
분별없는 남자는 딱 질색이예요."
"그러면 당신을 독점할 수 있는 남자는 아직 한 남자도 나타나지 않은 셈이군요."
고개를 끄덕이고 아끼는 몸을 더욱 밀착시켜 왔다.
"사실 전 그런 남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자기 여자가 바람을 피우면 빰이라도 한 대
호되게 올려붙이고, 여자는 울면서 용서를 빌고, 그런 광경을 상상하기만 해도 전 전율을 느껴요."
"전율을 왜?"
"어머"
갑자기 아끼는 멈춰 서더니 그의 팔을 놓았다.
눈을 크게 뜨고 노려보았다.
"진지하게 말을 하는데 그렇게, 장난치듯이 말하지 마세요."
아끼는 가방을 그에게 홱 집어던지고 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화내는 얼굴이 무척 예뻤다.
달려가는 뒷모습도 아름다웠다.
스커트자락이 펄렁거렸고 발목까지 오는 흰 양말을 신은 매끈한 다리가 폴짝폴짝 흔들리고 있었다.
<저녀석, 화난 얼굴과 달리는 뒷모습 중 어떤 걸 보이고 싶어서 저랬을까?>
아끼에게 귀여운 구석이 많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마사오는 아끼의 가방을 들고 돌아왔다.
고마쯔하라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예"
들어온 사람은 가정부 소녀였다.
작고 통통한 몸집에 얼굴도 둥근 편이었다.
학생들은 그녀를 고우짱이라고 불렀다.
"저, 아가씨가 가방을 갖고 오라고 하던데요."
고우짱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웬지 아끼보다 더 음탕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원한다면 자신이 직접 가지고 가란다고 전해 주세요."
그러자 고우짱이 비싹 다가와 얼굴을 디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래요, 그게 정답이에요. 축하해요."
"뭐가요?"
"곧 알게 되실 거예요."
고우짱은 묘한 미서를 지어 보이더니 방을 나갔다.
그러나 아끼는 좀체로 오지 않았다.
마사오는 목욕을 하면서 고우짱을 떠올렸다.
무슨 뜩인지 알 수 없었다.
욕실에서 돌아오니 그때까지도 선배는 돌아와 있지 않았다.
아끼의 가방도 방 가운데 놓인 채 그대로였다.
좀더 시간이 지나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칠고 성급한 느낌이었다.
문이 열리고 하숙생이 불쑥 들어왔다.
3,4학년쯤 돼 보였다.
"아끼 가방 여기 있나?"
"있습니다."
"갖고 가게 나한테 주게."
마사오는 가방 손잡이를 쥐면서 안심하는 한편 실망도 됐다.
그런데 막 건네려던 순간 마음이 변했다.
"본인이 오지 않으면 줄 수가 없습니다."
"뭐?"
"먼저 사과를 받아야 합니다."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험상궂게 찡그렸다.
한 방 칠 기세로 다가왔다.
<입주하자마자 싸움을 하게 되겠군.>
시골 촌놈이 오기와 배짱마저 없다면 도쿄에서 생활하기 힘들다.
마사오는 가방을 뒤로 홱 던지고 주먹을 단단히 쥐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중학교 때부터 익히 들어왔던 말이었다.
머리가 단순한 주먹 신봉자들이 늘 쓰는 말이다.
"모릅니다."
"좋아, 고마쯔하라에게 물어 봐. 나중에라도 사과하러 오면 용서하지."
남자는 여유가 있는 척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더니 그대로 나갔다. 조금 뒤에 원피스 차림의 아끼가
나타났다.
"아까는 미안했어요"마사오는 가방을 건넸다.
아끼는 무릎을 꿇고 앉아 가방을 옆에 놓았다.
마사오도 마주보며 방석위에 앉았다.
아끼에게 선배의 방석을 권했다.
"고맙습니다."
두 사람은 바싹 다가앉은 셈이 되었다.
보통 여학생 이라면 벌써 물러나 앉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아끼 쪽에서 더욱더 가까이 왔다.
"나중에 그 남자에게 사과하세요, 당신을 위해서예요."
"사까구찌 씨도 그 사람에게 맞았나?"
"예"
"바로 네 애인이군"
"그렇지 않아요. 누가 저런 저능한 사람을 ..."
"아끼는 아니라고 해도 그 사람은 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란 건 아니예요. 사까구찌 씨의일 이후 그 사람과는 아무 일도 없어요. 사람을 그렇게 심하게
때리다니, 야만인이예요. 어쨌든 당신도 그 사람과 문제를 일으키지 안는 게 현명해요."
"왜 그남자를 보냈지?"
"당신의 반응을 알고 싶었을 뿐이예요."
"여자에게 시험당하는 거 난 흥미 없어. 더구나 그런 여자는 딱 질색이야."
"생각 대로군요. 난 당신을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아끼의 눈이 촉촉하게 빛났다.
정감을 띠며 마사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몸이 뜨거워졌다.
부풀기 시작했다.
역시 다에꼬와의 마지막 밤을 이후로 아직 오랬동안 여자와 접촉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마사오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끼가 성냥을 집어 주었다.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자극적이었다.
그의 몸은 이제 완전히 발기해 버렸다.
아끼가 주의깊게 살핀다면 바지 위로 흥분 상태임을 알아챌 것이다.
알면 재미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야자끼 씨, 고향에 여자친구 있어요?"
"누가 그래?"
"고마쯔하라 씨가 당신 담임 선생님에게 들었대요? 멋진 여자라죠?"
"다들 입이 가볍군."
"다에꼬씨 맞죠?"
"이름까지 말했어?"
"이름은 조금전에 알았어요. 편지가 왔어요."
현관옆에 방별로 구분된 우편함이 있었다.
"내가 갖고 왔어요. 가방과 교환 하려고."
"이리줘."
마사오는 손을 내밀었다.
"여기 있어요."
아끼는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무슨 짓이야."
"가져 가도 되요."
불쾌했다.
뭐 저런 계집애가 다 있나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끼의 에로틱한 장난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 빨리 꺼내 놔."
"말만 하지 말고 직접 꺼내 가세요."
아끼는 더욱 바짝 다가앉으며 가슴을 펴고 턱을 치켜올렸다.
"어떻게 가져가?"
"단추는 뒤에 있어요. 뒷 단추를 풀고 손을 가슴에 넣으면 되겠죠?"
"우습지도 않군."
마사오는 아끼의 등뒤로 비스듬이 앉아 단추를 풀렀다.
아끼의 맨살이 살짝 드러났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사월이었다.
여름도 아닌데 원피스만 달랑 입고 있다니, 아무튼 피부는 어머니를 닮아 분홍빛 살결로 화사한
느낌이었다.
"춥지도 않아?"
"춥죠."
"그런데 왜?"
"일부러 벗은 거예요."
마사오는 아끼의 등 너머로 가슴을 들여다 보았다.
브래지어가 덮고 있는 젖무덤 사이에 흰 봉투가 보였다.
마사오는 거기에 손을 집어 넣었다.
그러자 아끼가 마사오의 손을 양손으로 눌러 잡았다.
"질문이 있어요."
아직 봉투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 손은 어깨를 잡고 다른 한손은 등뒤에서 가슴을 만지는 모양새였다.
"먼데?"
"여자 친구와 육체 관계를 가졌나요?"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대답하지 않으면 주지 않을 거예요."
힘으로 한다면 충분히 뺐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끼와의 에로틱한 분위기가 무척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길에서는 그렇게 얌전한 척 했죠."
"길이라까."
"여기는 길이 아니예요. 방안이에요."
"그래"
마사오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봉투를 ?는 동작이었으나 자연히 아끼의 가슴을 더듬게 되었다.
"그러니까 정직하게 말하세요."
"손 치워. 이러면 옷이 찢어지잖아."
마사오의 손이 아끼에게 이끌려 겨드랑이를 따라 가슴으로 들어갔다.
"도꾜에 와서 여자를 산 적이 있나요?"
"아니"
"지방에서 오면 선배들이 꼭 그런곳에 데리고 가던데."
"그러는 모양이더군. 하지만 난 안가."
"정말요"
"너한테 거짓말할 필요가 없잖아."
"알았어요."
아끼는 손을 늦추었다.
마사오는 더 깊숙이 들어갔다.
일부러 오른쪽으로 파고 들었다.
오른쪽 봉오리를 쥐었다.
"아아.."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다소 과장된 느낌이 있었다.
마사오는 손에 힘을 주었다.
중량감과 탄력이 있는 가슴이었다.
아끼는 홍조 띈 얼굴을 옆으로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입술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마사오의 입술과 만나길 원해 왔다.
<지금 키스하면 이 애의 작전에 말려드는 거야. 모르는 체하면 자존심이 상해서 다시는 날 유혹하지
않을거야. 그러나 어쩌면 복수를 할 염려가 있어. 다에꼬의 편지를 보고 자극받아 갑자기 내게
쏠리는 것이 분명하다.>
마사오는 어깨를 안고 있던 손을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 빰을 밀착시키며 두 개의 봉우리를 동시에 쥐었다.
"키스는 다음에 해. 고마쯔하라 씨가 올지 몰라."
아끼는 고개를 힘껏 저었다.
"싫어, 지금해요. 하고 싶어요."
억센 여자였다.
그러나 부드러움도 있었다.
소녀다운 솔직함도 느껴졌다.
"알았어"
마사오는 아끼의 등을 돌려 촉촉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아끼는 그의 팔에 매달려 격렬하게 빨아댔다.
긴 키스가 끝난뒤, 마사오는 가슴을 쥐었던 손을 풀고 봉투를 꺼냈다. 아끼는 일어나더니 다시 그의 앞에 앉으며 포옹해 왔다.
"다시..."
아이가 엄마에게 조르는 듯한 표정과 말이었다.
한 껏 도취돼 있는 모습이었다.
많은 남학생들을 갖고 노는 여자라면 좀더 기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아끼는
직선적으로 다가왔다.
이번은 정면에서 나눈 진지한 키스가 되었다.
마사오는 그제야 여체를 제대로 안은 느낌을 받았다.
입술을 떼자 아끼가 요염하게 빛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몇 시에 잘 거에요?"
"열한 시쯤."
"그냥 자 버릴 거예요?"
"안 그러면?"
"여자를 원하지 않아요?"
"....."
"내 유혹에 넘어가고 싶지 않은가 보죠?"
"아마 그럴걸. 그러나 욕망은 충분히 느끼고 있어. 아쩨든 너는 너무 성급해."
"도쿄 여자는 성미가 급해요. 제 유혹을 받아들일 결심이 설 때까지 고우짱을 이용해도 좋아요."
"뭐?"
"그 애는 아무나하고도 자요. 나와는 좀 다르죠."
"그애 , 아직 어리잖아?"
"바보같이, 몸은 저보다 훨씬 어른이예요. 저, 재미있는 애기 하나 해줄까요.?"
"뭔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절대 비밀이에요."
"그래."
"혹시 고마쯔하라씨가 저와 한번 관계를 가졌다고 말하지 않던가요? 실은 내가 아니고 고우짱이예요. 그런데도 그 사람은 아직도 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설마 그런."
"정말이예요."
마사오는 어이가 없어 한동안 할 말을 ?지 못했다.
아끼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와 마사오의 왼쪽 허벅지를 천천히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키스로 인해 그의 몸은 전보다 더욱더 뜨거워져 있었다.
아끼의 손은 직접 그곳을 노리지는 않았다.
"미리 불을 꺼두라고 했죠. 어두운데다가 그 사람은 경험도 별로없고 그래서 혼자 흥분만 잔뜩
한 상태였던 거죠. 더구나 고우짱은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 속을 수 밖에요."
"왜 그런짓을 했지?"
"전 진심으로 그 사람을 동정하고 있었어요. 불장난 같은 건 하지않고 착실히 공부만 하고, 그렇지만 동정만으로 몸을 허락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또 장난기도 발동했구요.과연 속일 수 있을지
어떨지 시험해 보고 싶어졌죠."
"정말 당돌하구나."
"후후... 그래서 약속을 하고 고우짱에게 대신 가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애는 남자라면 누구나
다 좋아하거든요. 그 애가 있어서 여기 계속 남아 있는 하숙생도 있어요."
"무서운 여자들이군."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아요"
아끼는 계속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러나 마사오의 단단해진 그 부분에는 접근하지 않았다.
의미있는 행동이었다.
"열두 시에"
손놀림을 멈추고 목소리가 낮아졌다.
"제 방에 오지 않을래요?"
"...."
"재미있는 애기 들려줄깨요."
"애기만 할거야?"
"그러면 싫어요."
"아니, 그게 좋아."
"오세요."
"가면 어두운 방에 고우짱이 있는 건 아니겠지.?"
"호호.. 밝은 방에 저만 있을깨요."
"그럼 혹시 아까 그 녀석이 나타나기로 되어 있나?"
"그 사람에겐 비밀이에요. 어떻게 할래요?"
아끼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알았어. 이야기를 들으러 가지."
무슨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
"열두시에 정확히요. 내방 알아요?"
"몰라."
아끼는 방의 위치를 알려 주고 또 문을 잠그지 않을테니 노크하지 말고 그냥 들어오라고 했다.
"그런데 당신 고우짱을 안아 보고 싶은 생각 없어요? 그 애는 당신을 빨리 시험해 보고 싶어하는
것 같던데."
"생각없어"
아끼는 등을 돌렸다.
"단추 채워 주세요."
마사오는 천천히 등을 어루만지면서 단추를 채웠다.
아끼가 나간 뒤 마사오는 다에꼬의 편지를 읽었다.
누가 읽어도 상관없는 내용이었다.
감정을 절제하고 비껴가는 말로 표현되어 있었다.
좀 불만스러웠지만 절도를 익힌 양가집 딸로서는 당연한 조심성이었다. 고마쯔하라가 돌아왔을 때
마사오는 아까 방에 쳐들어왔던 남자 얘기를 했다.
긴쥬 쇼산이라는 남자였다.
고마쯔하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귀찮은 녀석에게 미움을 받게 되었군. 그 녀석은 운동부인데 여자와 싸움을 위해서 도쿄로 온 놈
같아. 시간을 끌면 일이 점점 복잡해진다구."
마사오가 아까 긴쥬에게 대들려고 한 건 순간적인 오기였지 원래 주먹 다짐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더구나 선배의 권유를 거절하기가 미안했다.
두 사람은 긴쥬의 방으로 갔다.
긴쥬는 창가에 걸터앉아 유행가를 부르고 있었다.
녀석에게 먼저 고마쯔하라가 대신 사과의 말을 전했다.
마사오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까는 미안했습니다."
"알았어. 나도 신입생을 괴롭히고 싶지는 않아."
사과하는 것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무사히 끝났구나 하고 돌아서려는데 긴쥬가 불렀다.
"잠깐."
"예?"
"넌 시골뜨기니까 넋이 빠질지도 몰라서 미리 충고해 두겠는데, 아끼는 네가 마음에 있어서 그런 게
아냐.순진한 신입생이니까 갖고놀고 싶어하는 게 그 애의 취미야."
심문하는 눈초리였다.
"무슨 말씀인지?"
"아끼가 유혹하면 가도 돼. 그러나 결국 손해를 보는 건 너라구. 그점 잘 기억해 둬."
그때까지 마사오는 아끼의 방에 갈까 말까 아직 결정을 하지 않았었다. 긴쥬의 말을 듣고는 가야
겠다는 반발심이 생겼다.
"저도 손해보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내가 한 잔 사지."
열두시다 되었다.
곰마쯔하라는 벽 쪽을 향해 누워 있었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 왔다.
마사오는 살며시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림자처럼 방을 빠져 나왔다.
복도는 고오하고 어두었다.
계단이 유난히 삐꺽대는 것 같았다.
드디어 아끼의 방문앞에 섰다.
약속대로 노크 없이 문을 당겼다.
저항없이 열렸다.
방에는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방 가운데 깔린 이불이 눈에 들어왔다.
아끼는 파자마 차림으로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마사오가 들어서자 아끼는 양팔을 벌려 목을 끌어안으며 살짝 눈을 흘겼다.
"안오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응석부리는 듯 했다.
"오늘밤은 춥죠?"
"응, 사월이라도 도쿄의 밤은 쌀쌀하네."
"추운 건 걱정하지 말아요. 이불 속에서 애기하면 되니까요."
아끼는 마사오의 팔을 이끌었다.
옷장 쪽으로 가더니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침대처럼 이불이 깔려 있었다.
"여기에 올라가요. 만약의 경우에 아빠가 오셔도 들킬 염려가 없고, 얘기 소리도 들리지 않죠."
"알았어"
조심해야 될 건 사실 아끼의 부모님만이 아니었다.
마사오는 일단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옷장으로 초대하는 걸 보니 남에게 발각되게 하려는 계획은 아닌 게 분명해졌기 때문이었다.
아끼는 전등을 취침용으로 바꾸고 창문과 방문을 다시 확인하고 옷장으로 들어왔다.
안은 비좁았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누워요. 만약 노크 소리가 나면 당신은 이 안에서 문을 꼭 닫고 가만히 있어요. 아무 소리도 내면 안돼요. 내가 문을 열 때까지 무슨일이 있더라도 가만히 있어야 돼요."
"알았어. 스릴 만점이군"
아끼는 마사오에게 안기며 입술을 찾았다.
마사오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키스하는 동안 아끼는 어른스럽게 그의 어께를 껴안고 있었다.
"바지 벗으세요. 허리띠가 조여서 불편하잖아요."
"좋아"
마사오는 바지를 개어서 발 밑 구석에 두었다.
"셔츠도 벗어요."
마사오는 그렇게 했다.
옷장 안이니까 괜찮을 것 같았다.
"이제 안심이 돼요."
둘은 아늑한 이불 속에서 포옹했다.
마사오는 단숨에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급속한 진행이었다.
더구나 두 사람은 아직 말도 많이 나누지 않은 사이였다.
키스를 했다.
마사오의 몸은 흥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아끼가 알아채도록 일부러 가까이 대었다.
둘이 이렇게 있는 이상 아끼가 마사오의 즐기고 싶은 욕망을 알아채도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평판이 좋지 못한 여자다.
갑자기 몸을 돌려 조소할지도 모른다.
주의해야만 했다.
되바라진 여자니만큼 남자에게 수치를 주는 것을 즐거움으로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 어디 재미있는 얘기를 해봐."
"얘기 들으러 왔어요?"
"네가 아까 그랬잖아."
"그건 그냥 구실이죠. 지금 내 모든 것을 당신 마음대로 해도 돼요."
"정말 그래도 돼?"
"그럼요."
"넌 긴쥬의 애인이잖아?"
전 그렇게 지능이 낮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여러 여자에게 인기가 있어서 좀 흥미를 느낀 것
뿐이죠.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러나 상대방 생각은 그게 아닐수도 있잖아?"
"괜찮아요. 처음부터 그렇게 못을 박았어요. 그리고 사까구찌씨 사건이 있고 부터는 관계를
끊었어요."
"그럼 요즘 애인은?"
"아무도 없어요."
"그럴 리가? 이 하숙집만 해도 남자가 서른명이 넘는데?"
"정말이에요. 소문따윈 믿지 마세요. 지금은 아무도 사귀지 않아요."
"첫 경험은 언제였어?"
"작년 이맘때. 그런 건 아무 상관없잖아요. 나는 지금 당신을 원해요. 나중에 말해요."
"아니, 난 지금 알고 싶어. 너는 보통 여자들의 첫 경험과는 다를 것 같은데."
"그래요. 제가 유혹했어요."
"상대는?"
"여기 있던 학생이요."
"지금은 정말 없어?"
"걱정하지 마세요."
아끼는 손을 뻗었다.
곧바로 마사오의 몸에 접근하지 않고 처음에는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아끼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오더니 손이 망설임 없이 그것을 잡았다.
대담하고 솔직한 행동이었다.
마사오는 만족했다.
이제 그가 먼저 유혹했다는 말은 안 듣게 되었다.
"내가 ?아냈어요. 의식이 끝나자마자 나가 달라고 했죠. 당신에게는 그런 심술을 부리지 않을테니
걱정 마세요."
"왜 그랬는데?"
"눈에 거슬렸어요. 얼굴 마주치기도 고통스러웠고. 같은 지붕밑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초조했어요."
"왜?"
"나는 처녀였으니까. 약점을 드러낸 것 같았어요. 그 사람은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내가
그냥 싫어졌어요."
보통 여자라면 처음 몸을 허락한 남자에게 열중하는 경향이 있다.
손가락으로 마사오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애무하기 시작한 아끼에게 그런 말을 했다.
아끼는 고개를 저었다.
"난 그렇지 않았어요. 아니, 그런 마음이 되었을지도 몰라요. 그런 내자신이 무서웠을지도 모르죠."
슬슬 아끼의 비경으로 손을 뻗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먼저 저쪽에서 원해오기를 기다렸다.
"그 뒤로 몇 번인가 전화를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목에서 기다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난 상대하지 않았어요. 그냥 남자가 어떤건지 제 자신이 남자에게 어떻게 반응할지 알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으니까."
"무서운 여자로군"
아끼는 손에 강약을 넣었다.
음미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당신 거 대단해요. 굉장히 단단한데요. 전 바람둥이에요. 절 좋아하지 마세요. 단지 놀이로만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고마쯔하라는 이 애가 남자를 반하는 것을 즐기는 취미가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지금 아끼는 정반대의 말을 한 것이다.
복잡한 여자였다.
"그러지"
"당신에게 흥미를 느낀 건 시골에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예요. 도둑질해 보고
싶었어요."
그러더니 나지막한 소리로 말을 이었다.
"가슴을..."
아끼는 잠옷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가슴은 곧 노출되었다.
옷장 문 틈으로 불빛이 조금밖에 들어오지 않았음으로 희미했다.
그러나 우유빛 가슴은 어둠 속에서 동그랗게 떠올랐다.
아까보다도 더 뭉클거리는 느낌이었다.
"빈약하죠."
"농담 하지마. 느낌이 좋아."
"고마워요. 하지만 도두들 도중에 그만하고 아래로 가고 싶어해요. 만지는 것 같지 않아서일까요."
"이나. 목적지로 빨리 가고 싶어서지."
"당신도?"
"난 조급한 사람이 아냐."
아끼는 마사오늬 몸을 갖고 놀았다.
마사오는 아끼의 양쪽 젖가슴을 번가라 애무했다.
아끼는 별로 반응이 없었다.
고마쯔하라가 말한 만큼 음탕한 여자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를 십 분 정도
계속하자 드디어 아끼가 재촉했다.
"언제까지 이러기만 할 거예요? 왜 진도를 나가지 않죠?"
"네가 괜찮다고 하지 않았으니까. 여기까지만 해 달라고 날 부른건지도 모르잖아?"
"그러면 이제 돌아가도 좋다고 하면 어른답게 돌아갈 거예요? 도쿄에 와서 처음인데 참을 수 있어요."
그리고는 강하게 마사오를 쥐었다.
마사오도 아끼의 젖가슴을 주므르는 손에 힘을 주었다.
"글세, 참을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쩔수 없이 돌아가겠지. 아름다운 공주님 명령이니까."
마사오는 아끼의 자존심을 세워 줄 말을 해주었다.
그 입술에 키스하면서 더욱 정열적으로 가슴을 애무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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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2-28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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