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줄다리기
인간에겐 상황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면이 있다.
자신이 애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 서로 즐겼을 경우 그것이 한 번 뿐이었을 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 번의 그 행위에 별로 비중을 두지 않고 단순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결론지어 버린다.
그러면서도 자기 애인이 똑같은 일을 저질렀다면 괴로워하거나 질투하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헤어져 버리는 경우도 많다.
자신에겐 관대하지만 애인의 잘못은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마사오에게 묘우미의 친구인 시루꼬와의 관계가 말하자면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특별히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그 뒤에도 집착 같은 건 생기지 않았다.
다시 시루꼬와 그런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그런 기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별로 생기지 않았다.
없었던 일로 하고 싶었다.
아마 시루꼬도 따로 애인이 있으므로 마사오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여름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토요일, 마침 시루꼬의 생일이었다.
마사오는 시루꼬의 집에 묘우미와 함께 초대를 받았다.
마사오에게 시루꼬의 생일 축하는 구실이고 궁극적인 목적은 묘우미와 함께 밤을 보내는 것이었다.
어쩌면 묘우미가 모처럼 외박 허락을 얻어 시루꼬에게 마사오를 데려가겠다고 먼저 말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거의 시루꼬의 아파트에 다 왔을 때 묘우미가 마사오의 팔을 잡
고 매달렸다.
<열 시쯤에 나와서 여관으로 가요.>
마사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단지 묘우미의 생각보다 한 시간 늦을 뿐이었다.
그 만큼 더 여유롭게 마음껏 즐길 수 있으므로 흔쾌히 승낙했다.
시루꼬는 전골 요리를 준비해 놓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시루꼬와의 일은 묘우미에겐 지금까지도 비밀이었다.
<후꾸이 씨도 오겠다고 했는데 거절했어. 오늘밤은 우리끼리 조용하게 마시고 싶어서.>
시루꼬는 손님은 예정대로 묘우미와 마사오 뿐이란 것을 새삼스럽게 밝혔다.
곧 술상이 차려졌다.
시루꼬는 술을 차갑게 해서 내왔다.
맨 처음 대화의 화제는 학생 운동을 주제로 한 소설이었다.
시루꼬와 묘우미 사이에 견해 차이가 생겼다.
마사오가 소외된 여자들끼리의 논쟁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계속되다가
이번에는 운동가들의 연애 문제로 화제가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묘우미도 알고 있는 좌익 계열 운동권인 학생이 좋지 못한 여자 관계로 제명 당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사람, 나한테도 추파를 던진 적이 있어.>
시루꼬는 눈살을 찌푸렸다.
<동거하던 요꼬가 내 친구인데 정말 뻔뻔스럽기도 하지. 남자가 여자를 꼬이는 데도 여러 수단이 있는데 그 사람의 경우는 혁명 이론이었어. 과격한
이론을 펼쳐서 여자를 멍하게 만든 다음, 그 틈을 이용하는 거야.>
묘우미가 물었다.
<그래서 꼬임에 넘어갔어?>
<중간까지는 넘어가는 척했지. 나는 그런 이론 따위에 정신을 놓을 만큼 순진하진 않아. 첫 남자도 그런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하는 수작이 눈이 빤
히 보이더군. 그가 한참 동안 열변을 토하더니 입을 맞추려고 했어.>
<그래서?>
<그냥 놔뒀지. 그 정도에서 몸을 빼면 재미 없잖아. 상당히 능숙한 키스이긴 했지만 어차피 내 쪽에서 남자를 놀리고 있는 것이라 이렇다 할 느낌은
없었어.>
<장소는?>
<이번에도 공원 잔디밭. 물론 시간은 밤이었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키스 다음엔 여기겠지?>
시루꼬가 자신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마사오를 봤다.
<키스하면서 손은 자연히 그 쪽으로 가겠죠. 그게 순서겠죠.>
<그런데 그 남자는 그렇지 않았어. 키스하면서 잔디 위에 나를 눕히고 다리를 더듬는 거야.>
<넌 어디까지 허용했는데?>
<손이 팬티에 닿았을 때까지. 손을 빼내고 몸을 일으켰어.>
마사오가 물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그 사람과 즐기고 싶다는 마음은 생기지 않던가요?>
<나 같은 바람둥이 여작 그만두었을 리가 없다 이거죠?>
시루꼬가 웃었다.
<꽤 기분이 고조되긴 했어요. 상당히 능숙했으니까. 하지만 그 정도에 자신을 쉽게 내던지진 않아요. 애초부터 호감이 가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나
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럴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일어섰어요. 그리고 그대로 공원을 나와서 입구에서 잠시 기다렸는데도 나타나지
않기에 그냥 와 버렸죠 뭐.>
<결국은 퇴짜를 놓은 거군요.>
<그렇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난 내가 유혹하는 걸 좋아하지 당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시루꼬는 대담한 눈으로 마사오를 보았다.
<요컨대 마사오 씨처럼 유혹하지 않고 유혹을 즐기는 타입에 흥미가 있어요. 스스로 행동한다는 것이 즐거운 거죠.>
<나라고 해서 언제나 유혹당하지만은 않습니다. 그저 웬지 이쪽이 하기 전에 상대 쪽에서 먼저 유혹해 오는경우가 많아서일 뿐이죠. 그 후에 그 사람
만났을 때 표정이 어땠습니까?>
<천연덕스러웠어요. -그때 생리였었나?-라고 묻기에 -착각하지 마-라고 말해 줬어요. 그냥 그 뿐이예요. 그보다 마사오 씨.>
시루꼬는 정색을 했다.
<묘우미와 이런 사이가 된 뒤로 여자를 몇이나 더 알았어요?>
<묘우미 씨를 만나 뒤로는 새 여자를 사귈 인연이 다했나 봅니다.>
정작은 질문라고 있는 시루꼬도 포함되지만 그것은 묘우미 앞에서 말할 필요도 없고 말해서도 안 된다.
<과연 정말일까?>
<정말일 거야.>
묘우미가 그렇게 말했다.
묘우미는 마음 속으로 아마 기꾸를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루꼬에겐 비밀이다.
마사오와 묘우미의 사이를 격하시켜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사람은 그럴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아.>
시루꼬가 제법 묘우미를 꾸짖는 투로 말했다.
<넌 지금 두 사람이 서로 신뢰하는 연인 사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넌 애인이 아냐. 애인은 따로 있고 넌 심심풀이 상대일 뿐이야. 단순한 여자 친
구에 지나지 않는다구.>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처음부터 그렇게 약속하고 시작했으니까.>
<그러니까 빨리 기요미즈 씨와 사귀어 보라는 거 아니겠어?>
묘우미는 마사오를 보았다.
<처음 듣는 이름이지?>
<예.>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어.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시루꼬의 권유에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야. 이번에 <구름> 동인으로 들
어온 사람인데 웬지 자꾸 나한테 접근하고 싶어해.>
<웬지가 아니라구요. 그는 묘우미한테 완전히 빠져 있어요. 부잣집 아들인 데다 키가 크고 잘 생겼지. 그리고 성격도 좋지. 빨리 승낙하라고. 계속 망
설이면 내가 가로채 버린다.>
<제발 그러시지.>
<네가 정 그렇게 나온다면, 사실을 얘기할까?>
시루꼬는 꽤 취해 있었다.
묘우미의 고루함에 화가 난 듯했다.
<말해도 될까요?>
마사오를 보는 시루꼬의 눈이 빛났다.
마사오는 당황스러웠다.
(이대로 여기서 혼자 나가게 될지도 모르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마사오는 수긍했다.
<좋을 대로.>
다음 순간, 마사오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내가 말하겠어요. 묘우미 씨, 내가 당신을 대신해서 나온 시루꼬 씨와 함께 술을 마셨을 때의 일입니다.>
묘우미는 마사오 쪽을 보지 않고, 술이 담긴 잔을 들고 그것만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날 밤, 이 방에서 시루꼬를 안았단 말이죠?>
마사오는 깜짝 놀랐다.
<이 방에서>라고 한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걸 뜻한다.
단순한 의심이나 추측이 아니다.
<그렇습니다.>
잔을 옆으로 흔들면서 묘우미가 질문했다.
<그날 밤에만? 그 뒤에는?>
<그날 밤 이후엔 아무 일도 없었어요.>
묘우미는 잔을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식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시루꼬를 보았다.
<나, 알고 있었어.>
<어떻게?>
<옆집 야마시타 씨에게 들었어. 그날 아침 일찍, 난 학교로 가지 않고 곧장 여기에 왔었어. 근처에서 출근하는 야마시타 씨와 마주쳤지. -남자가 있
으니 가지 말아요.-하는 거야. 그 사람이 말하는 인상 착의는 틀림없이 마사오 씨였어. 그래서 난 그대로 학교로 갔던 거야.> 시루꼬는 침착한 태도로 태연하게 말했다.
<그럼 문제는 간단하잖아. 너만 이 사람에게 정조를 지킬 이유는 없어. 자유로워지는 거야.>
지금까지 묘우미는 시루꼬와 마사오 사이의 일을 알고 있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날 점심 때 교내에서 만나 여관으로 갔을 때도 마사오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참을성 있게 잠자코 있었던 건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던 건지 알 수 없었다.
<알고 있었군요.>
마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동안의 묘우미에 대한 자신의 연극을 생각하니 무척 낯뜨거웠다.
묘우미는 마사오에게 다가와 그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
부드러운 태도다.
<너한테 숨기려 했어?>
시루꼬의 눈과 귀를 의식한 친절이었다.
<모를 거라고 안심하면서도 시루꼬 씨가 말해 버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어요.>
<그럼 나에 대한 양심의 가책은 전혀 없었어?>
<아니, 고민은 많이 했어요. 고백하는 것이 옳은 일이니까.>
묘우미는 술을 들이키고 나서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나는 나에게 숨기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기뻤어. 나와의 관계를 단순한 유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솔직하게 말했더라
면 오히려 난 실망했을 거야. 말해 주지 않는 것을 난 애정의 표현으로 해석했어.>
시루꼬가 반론을 펼쳤다.
<이 사람은 너를 단순한 욕구 해소의 수단으로밖에 생가지 않아. 편리한 도구가 없어지는 게 두려웠던 거지. 지금 이 사람에겐 너 말고는 여자가 없
어. 고향에 애인이 있다지만 거긴 너무 멀지. 교활하게 널 이용하고 있는 거야.>
<아니, 그렇지 않아요.>
마사오는 강하게 부정했다.
<전 묘우미 씨가 두려웠습니다. -그런 나도 한 번- 하는 기분으로 다른 남자를 사귈까 봐 걱정되었습니다.>
<정말?>
묘우미는 몸을 마사오 쪽으로 돌렸다.
<내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면 안 돼?>
<안 된다고 말할 자격은 없지만, 싫습니다 매우.>
묘우미는 반짝이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뻐.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어리석긴.>
시루꼬는 비웃었다.
묘우미는 다시 몸을 식탁 쪽으로 돌려 시루꼬를 응시했다.
<그보다 난 너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의문스러웠어. 왜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던 걸까? 곧바로 말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애초에 그러기로
하고 그날 밤에 나 대신 마사오 씨를 만나러 간 거잖아?>
<그건, 네게서 이 사람을 훔쳤다는 비밀을 간직하고 싶었고, 이 사람이 네게 알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 협조한 거야.>
<그럼 좀전엔 왜 폭로하려 했던 거지?>
<고루한 너의 사고를 너무 고집했기 때문에 난 화가 났어. 기를 꺾어 놓고 싶었어. 그런데 네가 이미 알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어.>
<그래.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
묘우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도전적인 눈빛으로 시루꼬를 응시했다.
묘우미와 시루꼬 사이에 살얼음 위를 걷는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계속하다간 진짜로 심한 말타툼을 벌일지도 모르는 분위기였다.
시간도 묘우미가 말한 열 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일어섰다.
<이제 그만 마시고 슬슬 일어날까요?>
그러자 시루꼬가 반사적으로 놀란 얼굴을 했다.
<벌써 가려구요? 오늘은 묘우미도 외박 허락을 받았을 텐데요?>
<예. 그래서 여관에 가려구요.>
<무슨 소리예요? 아깝잖아요. 그 돈이면 신간 서적 문고본을 열 권 이상도 살 수 있어요. 여기서 묵어요.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요. 잠자리를 두 개 만
들어 둘이서 함께 자면 되잖아요.>
묘우미가 마사오를 보았다.
<어떻게 하겠어?>
시루꼬의 권유에 따르고 싶다는 눈빛이었다.
시루꼬에 대한 대항 의식 때문일 것이다.
<전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옆에서 시루꼬가 거들었다.
<그렇게 하세요. 일부러 여관까지 갈 거 없잖아요. 우린 서로 조심해야 할 사이도 아니잖아요?>
마침내 마사오와 묘우미는 시루꼬의 권유를 받아들여 묵기로 했다.
마사오는 다시 앉으며 시루꼬의 눈에 묘한 빛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술자리를 치우고, 잠잘 준비를 시작한 건 열두 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한쪽 구석으로 쫓겨난 마사오는 두 여자가 함께 방을 치우는 광경을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다가 복도로 나왔다.
소변을 보고 방에 돌아오니 이불이 깔려 있었다.
시루꼬가 이인용 잠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 이리고 와서 주무세요.>
<예. 그럼.>
마사오는 셔츠와 바지를 벗어 옷장에 넣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묘우미가 재떨이와 담배를 머리맡에 갖다놓았다.
물도 가져왔다.
여느 때와 똑같은 태도였다.
5.친구의 방에서
언젠가 묘우미가 술에 취해 마사오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왜 당신을 만나는지 알아?>
마사오가 대답했다.
<내가 묘우미 씨를 원하기 때문이죠. 내 뜻에 응해 주는 묘우미 씨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그러자 묘우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틀렸어. 난 당신에게서 욱체적 쾌락을 얻기 위해 만나. 그러니까 만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즐기고 싶은 거야. 이런 내 입장을 기억해 주었으면 해. 감정보다는 육체적 욕망이 우선이라는 걸.>
묘우미는 진폭이 큰 여자였다.
어떤 때는 순정적이고 어떨 때는 또 진보적이었다.
극과 극 사이를 오고가며 흔들리고 있다.
일부러 그런 노골적인 표현을 하는 심리의 저변에는 초조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 결코 아니라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이 상황에 묘우미의 그 말을 액면 그대로 적용한다면 결국 시루꼬 앞에서라도 즐겨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마사오는 묘우미가 이불을 살짝 들추면서 그의 왼쪽 자리로 들어오자 몸을 돌려 그녀를 안았다.
방은 아직 환했고 시루꼬는 파자마 차림이긴 하지만 바늘질을 하고 있었다.
묘우미는 저항하지 않고 마사오의 귀에다 입을 대고 속삭였다.
<엎드려.>
<왜요.>
대답도 하지 않고 묘우미는 손으로 마사오의 성기를 더듬어 꼭 움켜쥐었다.
마사오는 이미 흥분된 상태였다.
마사오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팔을 풀고 엎드렸다.
왼쪽 허리를 조금 들어 묘우미의 손이 배에 깔리지 않도록 했다.
시루꼬는 옆 이불에서 이쪽을 향해 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마사오가 담배를 입에 물자 색기 어린 눈으로 흘깃 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곧 끝나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니에요. 천천히 하십시오.>
묘우미는 그의 팬티를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손가락을 미묘하게 움직였다.
시루꼬 앞에서 은밀히 그렇게 한다는 것이 더욱 자극적이었다.
<당신네들 언제까지 계속 만나게 될까?>
<전적으로 묘우미 씨가 결정할 문제죠.>
그러자 묘우미는 마사오 쪽으로 얼굴과 몸을 향하며 말했다.
<이 사람, 지금 아랫도리는 알몸이야.>
도전적인 말이었다.
<어차피 벗을 거라면 빨리 벗는 게 합리적이지.>
시루꼬는 냉정하고 대꾸라곤 한 마디를 덧붙였다.
<꽤 노숙해졌는데?>
그 말 속에는 남자에 관해서는 자기가 선배라는 뜻이 은근히 담겨 있었다.
묘우미 도지지 않았다.
<그건 그래. 이 사람의 이것을 알게 된지도 꽤 오래 전이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다른 남자를 꺼려하는 한, 너의 진보에는 한계가 있어.>
바느질감을 차곡차곡 접어 한 쪽으로 밀어놓고 시루꼬는 등을 쭉 펴며 이쪽을 봤다.
<자, 이제 끝났어. 불은 다 끌까, 아니면 꼬마 전구만 켜 둘까?>
묘우미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그냥 그대로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어두우면 이 사람이 담배 피우는 데불편할 것 같은데.>
시루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평소와는 다른 묘우미의 태도에 신경을 쓰는 게 틀림없었다.
묘우미는 마사오 쪽을 향해 누워 있었기 때문에 시루꼬에게 등을 보이고 있었다.
시루꼬는 마사오에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뭔가 뜻인 담긴 행동이었다.
그리고 시루꼬는 뜻밖의 행동을 보였다.
일어서더니 양손을 허리로 가져가 단숨에 파자마를 아래로 내리는 게 아닌가.
안에는 팬티도 입지 않았었다.
마사오는 당황하면서도 묘우미에게 당황한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아직 열한 시 반 도 안 됐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루꼬는 하반신을 나신으로 만들었다.
마사오의 눈에 비경이 먼저 들어왔다.
시루꼬는 허리를 쭉 펴서 하얀 다리와 검은 수풀을 잠시 과시하고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반듯이 누웠다.
묘우미의 손가락은 계속 마사오의 기둥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마사오가 담배를 끄고 묘우미 쪽으로 돌아누웠다.
그러자 묘우미가 입술을 가져왔다.
그에 응해 마사오가 조용히 입술을 맞추었다.
묘우미는 눈을 내리 감고 다른 손으로 그의 허리를 안았다.
입술을 뗀 묘우미가 시를 읊듯 속삭였다.
<나는 당신만을 깊이 추구하고, 연구하고, 맛봐.>
상당히 서정적인 언어를 구사했다.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남자들이 하는 말 같은데요?>
<여자가 그런 말 하면 안 되나?>
<아니오.>
마사오는 등을 감사고 있는 오른손을 유방으로 가져갔다.
왼손은 베개와 어깨 사이로 얹어 감싸안았다.
브래지어를 풀어 내고 천천히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좀전의 그 말, 정숙한 여자들이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항상 그렇게 생각하겠죠?>
<그렇지 않아요.>
시루꼬의 강경한 반박이었다.
<정숙한 척하는 여자들이 오히려 바람기가 있어요. 속으로는 다른 남자를 시험해 보고 싶어 한다구요. 한 남자에게 계속 매달리다 보면 지겨워지게 돼 있어요.>
묘우미가 낮은 소리로 응수했다.
<난 지겹지 않아.>
<너와 이 사람은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래. 한 반 년 정도만 더 지나면 새로운 개성을 찾게될걸. 그게 현대 여성들이니까.>
묘우미는 마사오의 기둥을 엄지와 검지로 링을 만들어 강하게 조이며 대꾸했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아.>
마사오는 눈을 감았다.
지금은 묘우미가 시루꼬와의 논쟁에 휘말려들 때가 아니다.
묘우미에게 상대할 여유를 주지 않음으로써 시루꼬가 스스로 잠잠해지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서 젖가슴을 만지던 손을 아래로 옮겨갔다.
아직 팬티를 입고 있었다.
마사오의 손은 고무줄을 들추고 수풀을 쓰다듬으며 더욱 아래로 내려갔다.
꽃잎을 열었다.
예상대로 묘우미는 넘치고 있었다.
마사오의 손가락은 따뜻한 애욕의 바다 속으로 빠져들었다.
손가락을 서서히 율동시켰다.
그에 웅해 묘우미의 왼손도 마사오의 기둥을 따라 회전 운동을 시작했다.
묘우미는 더 이상 시루꼬를 상대하지 않았다.
시루꼬도 잠잠해졌다.
마사오는 눈을 감은 채 묘우미를 애무하고 그녀의 애무를 받는 데 전념했다.
묘우미의 허리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입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두 사람, 벌써 시작한 거야?>
바로 귓전에서 시루꼬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사오는 눈을 떴다.
묘우미는 두 번 연이어 마사오를 강하게 조여 신호를 보냈다.
(묘우미는 분명한 대답을 원하는 거야.)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묘우미의 꽃눈을 가운뎃손가락 끝으로 누르며 시루꼬에게 말했다.
<그래요. 서로 애무하고 있습니다.>
꽃봉오리는 이미 단단하게 충혈되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마사오 씨는 흥분한 상태?>
시루꼬는 주저함이 없었다.
<물론이야. 뜨거운 철봉 같아.>
묘우미가 그렇게 대답했다.
<묘우미는 얼마나 젖어 있는 거야?>
이번엔 마사오가 대신 답했다.
<잔으로 퍼 마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시루꼬가 묘우미의 어깨를 안고 있는 마사오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그럼 마셔 보세요. 아니, 그 전에 묘우미가 당신 것을 핥는 걸 보고 싶어요. 묘우미가 그렇게 해 준 적 있어요?>
묘우미가 선뜻 가로막고 나섰다.
<없을 리가 없잖아. 난 그걸 좋아해.>
<그럼 해 보시지.>
<능숙치 못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겠지?>
<어머, 그런 심술궂은 생각은 없어. 묘우미가 이 사람에게 어느 정도까지 빠져 있는지 그걸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실은 이 사람의 서 있는 걸 보고 싶은 거 아냐?>
<응, 그것도 보고 싶어. 자, 일어나서 해 봐.>
잠시 사이를 두고 묘우미가 마사오의 의향을 물었다.
<괜찮겠어?>
<나는 상관없어요.>
<나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는 묘우미가 시루꼬에게 얼굴을 돌렸다.
<그럼 보여 주겠어. 대신 시루꼬는 손대지 마.>
<그건 걱정 마. 난 관찰만 할 테니까.>
놀이를 즐기려는 시루꼬와는 달리 묘우미의 심정은 더 복잡한 듯했다.
그 염두에는 마사오와 시루꼬가 하룻밤 즐겼다는 사실이 있는 게 분명했다.
묘우미는 재차 시루꼬에게 손을 대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은 뒤 마사오에게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해.>
마사오는 묘우미의 음부에서 손을 빼고 반듯이 누웠다.
위에서 묘우미가 입술을 합했다.
입맞춤을 하고 묘우미는 촉촉한 눈으로 마사오의 눈을 응시하며 마지막으로 동의를 구했다.
<정말 괜찮겠어?>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루꼬는 자기 이불 속에 누워서 이쪽을 향해 턱을 고였다.
약간 빈정대는 눈빛이었다.
묘우미는 상체를 일으키고 마사오의 러닝 셔츠를 벗기기 시작했다.
<이것도 벗어 버려.>
마사오는 금방 알몸이 되었다.
허리 아래는 이불에 덮여 있었다.
묘우미의 손이 그의 가슴을 더듬었다.
<묘우미 씨도 벗어요. 나만 벗으면 불공평해요.>
<그러죠. 시루꼬는 여자니까 그래도 괜찮겠지.>
묘우미는 앉은 채 옷을 다 벗었다.
이미 시루꼬도 하반신을 벗고 있다는 걸 마사오는 알고 있었다.
두 여자가 모두 팬티를 벗고 있는 상황이었다.
묘우미는 상체를 굽혀 마사오의 턱에서부터 핥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얼굴은 천장을 향하고 일부러 시루꼬 쪽은 보지 않았다.
턱에서 목으로, 어깨에서 가슴으로, 때때로 소리까지 내어가며 묘우미의 혀는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자연히 묘우미의 몸도 아래로 옮겨졌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유방을 우켜쥐었다.
젖가슴은 밑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탱탱해서 거의 쳐지지 않았다.
시루꼬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좋은 장면이군.>
그 말에 상관하지 않고 묘우미의 얼굴은 점점 더 밑으로 향했고 그만큼 이불이 벗겨졌다.
이윽고 혀가 마사오의 배꼽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마사오의 손은 막 묘우미의 유방을 떠나 어깨를 쓰다듬고 있었다.
묘우미는 천천히 이불을 벗기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천장을 향해 우뚝 서 있는 마사오의 성기를 내려다보았다.
시루꼬도 그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묘우미는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루꼬의 시선을 전혀 상관하지 않고 곧바로 오른손으로 잡으며 얼굴을 숙였다.
이어 왼손도 보태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먼저 뺨을 비벼댔다.
마사오는 시루꼬를 보았다.
마사오의 중심에 쏠리는 시루꼬의 눈빛에서 희미하나마 초조해 하는 기색
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묘우미의 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록한 부분을 따라 희롱했다.
마사오는 신음을 내어 쾌감을 분명하게 표현했다.
이어 묘우미가 위에서 입 안에 성기를 넣고 얼굴은 고정시킨 채 빨아대기 시작했다.
시루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벌거벗은 하반신은 이불 속에 둔 채 상체를 돌려 얼굴을 묘우미의 얼굴에 갖다댔다.
<맛이 어때?>
묘우미가 한 번 강하게 빤 뒤에 성기를 토해냈다.
<근사해. 입술에서부터 쾌감이 느껴져. 좋아하지 않으면 이런 기분은 못 느낄 거라고 생각해.>
곧장 다시 입 안에 넣은 묘우미는 이번에는 얼굴을 상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붉은 기둥과 묘우미의 하얀 손가락 그리고 붉은 입술이 함께 어울러진 가운데 그 색채의 대조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맛있겠는데?>
시루꼬의 목소리였다.
묘우미는 계속 움직이며 고개만 끄덕였다.
<혼자만 먹다니, 좀 인색하다고 생각지 않아?>
묘우미가 입을 뗐다.
양손으로 마사오를 감싸고 빠져 나온 빨간 부분을 엄지로 간지럽혔다.
<나에겐 이 것 하나밖에 없으니까 인색할 수밖에.>
그렇게 말하고 묘우미는 양손으로 감싼 채 양쪽 엄지로 기둥 끝의 좁은 문인 영구를 벌렸다.
그리고 혀를 갖다댔다.
<아니, 그런 방법까지 알고 있다니! 다시 봐야겠는 걸.>
시루꼬의 놀라움 섞인 비아냥에 묘우미는 대꾸하지 않고 영구를 핥았다.
그리고 새어나오는 투명한 물방울을 빨아 마셨다.
이윽고 묘우미가 반짝이는 눈으로 시루꼬를 보았다.
<시루꼬도 키스하고 싶어?>
<그건 그래. 하지만 빌려주지 않겠지?>
묘우미는 시루꼬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마사오를 입 안에 삼켰다.
이번에는 이로 살짝 깨물더니 안에서 혀를 휘돌렸다.
잠시 후에 천천히 얼굴을 들고 너그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이 괜찮다면 나도 좋아. 이 사람에게 물어 봐.>
묘우미는 양손으로 부드럽게 기둥 전체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시루꼬가 몸을 이불에서 빼내고 얼굴을 마사오의 얼굴에 가까이댔다.
<저, 잠깐 인사만 시켜 줘요.>
<아니, 사양하겠습니다. 묘우미 씨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묘우미는 괜찮다고 했어요.>
<나는 그렇기 않아요.>
<그래요? 그럼 포기하죠. 내가 어리석었군요. 아니, 저도 알고 있었어요.
참가할 수 없는 놀이에 그냥 한 번 손을 뻗어 본 거 뿐이예요.>
시루꼬는 이불로 돌아가 반듯이 눕더니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6. 삼중주
마사오는 묘우미를 위로 끌어다 눕혔다.
묘우미는 순순히 마사오에게 몸을 맡겼다.
마사오는 이불을 덮고 묘우미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시루꼬 씨가 화난 것 같아요. 놀림 당했다고 생각하나 봐요.>
<괜찮아. 이젠 둘 만이라서 좋아요.>
마사오는 묘우미의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흘러나온 꿀물이 엉덩이에까지 번져 있는 그 위를 손가락이 미끄러져 닿았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역시 시루꼬가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묘우미에게도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듯인데, 굳이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게 할 필요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본 뒤 마사오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방 주인인 시루꼬 씨가 화를 내고 있으면 곤란해요. 기분 좋게 타일러서 잠깐만 보여 주도록 하죠.>
이번에는 묘우미가 마사오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시루꼬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였다.
<보여 주고 싶어?>
바다를 이루고 있는 화원에 손가락을 띄우면서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안고 싶은 거야?>
<아뇨. 그렇지 않아요. 어디까지나 그녀는 엑스트라죠.>
<그럼 그것만이야. 키스 이상은 안 돼. 당신, 시루꼬에게 해 주면 안된다구.>
<알았어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시루꼬에게 마사오가 말을 걸기 위해 두 사람은 위치를 바꿔 누웠다.
마사오는 반듯이 눕고 손을 뻗어 시루꼬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름을 불렀다. 반응이 없다.
묘우미는 마사오의 주머니를 다섯 손가락 모두를 이용하여 만지작거렸다.
마사오는 다시 시루꼬를 불렀다.
<무슨 일이죠?>
탐탁지 않다는 듯 시루꼬가 응답을 했다.
<좀전 그것 받아들이고 싶은데요.>
시루꼬는 한참 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샐쭉한 태도를 지속할까, 아니면 놀이에 참가하고 싶은 본심으로 돌아갈까 망설이고 있구나.)
<이제는 싫은 모양이죠. 그럼 할 수 없죠.>
마사오는 시루꼬의 등에서 떨어져 배를 깔고 엎드렸다.
곧 묘우미가 다가와 마사오의 배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성기를 쥐었다.
<이제 시루꼬 일은 신결쓰지 말기로 하자.>
묘우미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루꼬가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알았어요.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인사나 나누죠.>
그러자 묘우미가 조금 불만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해.>
시루꼬가 상체를 일으켰다.
이불이 완전히 걷히자 벌거벗은 하반신이 노출됐다.
시루꼬는 윗도리마저 훌렁 벗어던지고 다가왔다.
<그럼 시작할게요.>
이불에 손을 대는 시루꼬에게 마사오는 눈빛으로 승낙을 표했다.
시루꼬는 이불을 걷었다.
마사오의 몸은 묘우미에게 잡혀 있었다.
<자, 잠깐 놔 줘야지.>
<아니, 이대로 인사해.>
<그럴 수는 없어.>
마사오를 가운데에 두고, 벌거벗은 두 여자가 잠시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시루꼬가 한 벌 양보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시루꼬는 묘우미의 고집스런 손을 그대로 둔 채 마사오의 덩어리에 얼굴을가까이했다.
동시에 오른 손바닥을 주머니 쪽에 갖다댔다.
다행히 묘우미는 시루꼬를 방해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시루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다섯 손가락 전부로 주머니를 어루만졌다.
마사오는 동시에 두 여자의 애무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루꼬는 묘우미의 손에서 빠져나온 빨간 부분에 입술을 대고 꾹 눌렀다.
그리고 조금씩 입술을 벌리며 그 끝에 혀를 대었다.
촉촉한 혀의 감촉과 타액이 마사오에게 느껴졌다.
시루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는 방법이 묘우미와는 다를 거예요.>
시루꼬의 본격적인 애무는 입술에 마사오의 끝을 살짝 머금고 혀로 강하게 누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묘우미가 할 때와는 또 다른 부드러운 쾌감이 느껴졌다.
묘우미는 손을 고정시킨 채 움직이지 않았다.
시루고의 얼굴을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시루꼬는 기둥을 삼키기 시작했다.
점점 입 안 깊숙이까지 집어삼키며 아래의 묘우미의 손을 압박했다.
그러자 묘우미는 저항하지 않고 손등이 수평이 되도록 고쳐 잡았다.
시루꼬는 반쯤 삼킨 상태에서 멈추고 혀만 크게 휘돌리기 시작했다.
묘우미보다 활발한 동작이었다.
묘우미가 마사오를 보았다.
<기분 좋겠군.>
이런 상황에서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말 이상한 일이다.
<묘우미 씨와 입 안 온도가 다르군요.>
<혀를 사용하고 있어?>
<예.>
마사오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묘우미가 갑자기 시루꼬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만! 이제 그 정도로 끝내는 게 어때.>
목구멍에 닿을 정도로 깊숙이 집어넣은 뒤 시루꼬는 토해내고 상체를 일으켰다.
젖은 눈으로 묘우미를 보았다.
<이 사람, 참 좋다. 이전에도 그렇게 느끼긴 했지만 지금 다시 확인했어.
묘우미, 소중히 여겨야겠는걸. 라이벌이 많이 생길만 해. 안 뺏길려면 묘우미도 여러 가지 연구해야 될 거야.>
묘우미는 준비했던 휴지로 시루꼬의 타액에 젖은 마사오를 부드럽게 닦아내고는 정성어린 손길로 어루만졌다.
<걱정했어. 시루꼬 입 안에서 터져 버리는 줄 알았어.>
옆에서 시루꼬가 손을 뻗어 집게손가락으로 묘우미와 다른 장소를 애무하면서 말했다.
<천만에. 난 그런 월권 해위는 안 하니까 안심하라구.>
그 약속 탓인지 묘우미는 비로소 시루꼬에게 다정한 투로 말을 붙였다.
<이 모양도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또 전부 이것처럼 잘 생긴 건 아니겠지?>
<물론이지. 묘우미도 이 사람에게만 매달리지 말고 여러 남자를 연구해 보는 게 좋을 거야.>
<지금으로선 그럴 마음은 없어. 그런데 마사오 씨, 나와 시루꼬 손도 온도가 다른가?>
<분명히 달라요.>
시루고가 묘우미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방해하고 있는 게 아냐. 동시에 두 여자에게 사랑을 받는 건 남자에게는 최고의 행복이니까. 이 사람은 지금 그런 황홀경을 즐기고 있는 거라구. 나는 이미 몇 번이나 꾀꼬리의 계곡 건너기를 해 보고 싶다는 제안
을 받은 적이 있어. 물론 모두 거절했지만.>
<왜죠?>
마사오의 질문이었다.
<다른 여자와 한 남자를 나누어 갖는다는 게 싫었어. 그런 역할에 만족할 여자도 좀처럼 없지. 사실 지금 난 괴로운 입장이야. 두 사람을 존중해서 나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거라구. 그 점은 알아 줘야 해.>
그 말의 이면에는 묘우미를 속이려는 계산이 있음을 마사오는 느꼈다.
<그럼 지금 누구한테든 가면 되겠네?>
묘우미는 넘어가지 않았다.
<아니, 가지 않겠어. 오늘밤은 이대로가 좋아. 묘우미가 절정에 도달했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고 싶어.>
<그럴 때 얼굴은 보이고 싶지 않아.>
문득 마사오는 묘우미가 마사오에게 애무받는 모습을 시루꼬에게 보여줌으로써 두 여자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상체를 일으켜 묘우미의 어깨를 안았다.
<자, 이번엔 묘우미 씨가 누워요.>
<어떻게 하려고?>
묘우미의 눈이 빛났다.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묘우미 씨의 소중한 곳에 키스하려는 거죠. 그걸 시루꼬 씨에게 보여 줍시다.>
묘우미가 대답하기 전에 시루꼬가 놀랐다.
<아니, 여자의 것에 키스하는 것을 알고 있단 말예요?>
<묘우미 씨한테는 항상 합니다.>
<정말? 그날 밤에는 전혀 그런 눈치를 보이지 않더니...>
<시루꼬 씨는 다른 남자의 여자잖아요.>
실은 그 이유 뿐만이 아니라 시루꼬 자신이 그럴 틈도 주지않고 급하게 마사오의 몸을 받아들이길 원했던 탓도 있었다.
<난 또 마사오 씨는 받는 것밖에 모르는 줄 알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난 묘우미 씨의 맛을 매우 좋아해요.>
마사오는 천천히 묘우미를 반듯이 눕혔다.
검은 수풀이 반짝였다.
묘우미가 두 손으로 텔타 지대를 가리며 말했다.
<이불을 덮어야지.>
<아뇨, 이대로가 좋아요. 시루꼬 씨에게 분명하게 보여 줘야 하니까요.>
<부끄러워.>
마사오는 시루꼬에게 들리지 않도록 묘우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기꾸 씨와도 이런 적이 있었잖아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어머! 당신, 너무 짖궂어.>
묘우미는 얼굴을 붉혔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손을 치우고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 미끈하게 뻗은 새하얀 다리 사이로 어깨를 넣었다.
까맣게 빛나는 수풀을 어루만졌다.
무릎을 펴고 얼굴을 낮췄다.
가까이 접근시켰다.
시루꼬가 다가왔다.
묘우미는 눈을 뜬 채 양손으로 자신의 젖가슴을 덮고 있었다.
꽃잎을 열었다.
선홍색의 세계가 떠오르고 영롱한 이슬이 계곡에 넘쳐났다.
옆에서 시루꼬가 마사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함께 들여다 보는 형태가 되었다.
<난 동성을 보는 건 처음인데 귀여운 느낌이 들어.>
그러자 묘우미가 다리를 오므리려고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중에 나도 보겠어.>
<좋아.>
시루꼬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사오의 귓볼을 물었다.
<자, 키스하세요.>
<예. 그대로 보고 계셔도 좋습니다.>
비너스가 꿈틀거리더니 새로운 샘물이 솟아났다.
구슬이 되어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이렇게 사랑의 샘이 계속해서 용출하고 있다는 것은 묘우미의 기분이 점점 상승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마사오는 시루꼬의 시선을 강하게 의식하면서 묘우미의 비너스에 입을 대었다.
묘우미는 희미한 신음을 냈다.
마사오는 우선 강하게 빤 다음 혀를 내밀어 화구를 핥기 시작했다.
<아아...>
묘우미는 괴로운 듯한 소리를 지르며 다리를 바르르 떨었다.
시루꼬도 마사오의 등을 쓰다듬다가 문득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사오 씨는 참 순진하게 생겼어요. 남자치고는 속눈썹이 길군요. 아, 맞아요. 눈을 깜박거려서 그 속눈썹으로 간지럽히면?>
<제발 넌 좀 가만히 있어.>
묘우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루꼬가 묘우미의 얼굴 쪽으로 다가앉았다.
<그래. 이제부터는 방해하지 않을게. 묘우미는 지금 기분 좋겠다. 그렇지?>
<그래. 아아...>
<나만 외톨이잖아. 따분해.>
점점 감각이 고조됨에 따라 묘우미는 시루꼬의 질문을 귀찮아했다.
묘우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감각을 쫓는 데 열중했다.
<이런 상황에선 남자의 것은 비어 있잖아. 그 동안 내가 위로해 주고 싶어.>
시루꼬는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몸을 눕혀 마사오의 허리로 접근해 왔다.
묘우미는 아무 항의를 하지 않았다.
좀전에도 시루꼬가 마사오를 입으로 맛보았는데, 새삼 그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옹졸하다고 생각한 걸까?
마사오는 혀를 비너스에서 단단해진 꽃봉오리로 옮기는 동시에 허리를 시루꼬의 얼굴 쪽으로 향했다.
시루꼬는 두 사람과 거꾸로 누운 상태에서 마사오를 잡고 그대로 입 안에 넣어 버렸다.
마사오의 시야에 묘우미의 머리를 향해 뻗어 있는 시루꼬의 발이 들어왔다.
시루꼬의 입술과 혀의 움직임이 점점 농밀해졌다.
남자의 예민한 감각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다.
마사오는 그 쾌감을 시루꼬에게 은밀히 알리기 위해 허리를 뒤틀었다.
시루꼬는 주머니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나는 시루꼬 입 속에서 폭발해 버리고 만다.)
혹시 시루꼬는 속으로 그러길 원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사오에게는 묘우미의 몸에서 절정을 맞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묘우미의 숨결이 가빠지면서 신음도 높아져갔다.
허리의 흔들림의 폭도 커졌다.
<이제 그만. 아아... 이제 곧 절정.>
흐트러진 목소리를 내고 손을 뻗어 마사오의 입과 자신의 꽃밭과의 사이를 막으려고 했다.
그러자 시루꼬가 말했다.
<이대로 마지막까지 한 번 가 봐. 동시에 이 사람도 발사하면 좋을 텐데.>
묘우미의 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마사오는 혀의 율동을 중단하고 입을 멀리했다.
묘우미의 허리는 아직도 진장한 채 떨리고 있었다.
시루꼬 쪽을 보았다.
시루꼬는 마사오를 반쯤 입에 넣고 혀를 크게 휘돌리고 있었다.
그 입에서 자신을 빼낸다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시루꼬는 엑스트라다.
마사오는 상체를 일으키고 시루꼬의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제 됐어요. 묘우미 씨와 하나가 되려면...>
시루고는 혀놀림을 계속하면서 고개를 흔들고 더 깊이 들이 마시는 시늉을 했다.
마사오의 얼굴 바로 앞에는 묘우미의 음부와 또 그 옆에 반대 방향으로 시루꼬의 다리 사이가 노출되어 있었다.
일부러 그런 건지, 아무튼 시루꼬의 화원은 마사오의 얼굴을 향해 열려 있었고 검은 숲 사이에서 빨간 꽃잎과 꽃눈이 살짝 드러났다.
마사오가 좀전에 입을 떼자 묘우미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고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마사오는 왼손을 시루꼬의 비경으로 뻗었다.
수풀을 지나 손가락을 곧장 계곡 사이로 밀어넣었다.
손 끝이 닿자 꽃잎은 자연히 벌어졌다.
묘우미처럼 그 화원도 흥건히 젖어 있었다.
마사오의 손가락은 따뜻한 용암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손가락이 꿈틀거리자 시루꼬는 허리를 떨며 일부러 마사오에서 입을 떼고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바로 거기예요.>
마사오로선 뜻밖의 사태였다.
순간 당황하여 손을 거두려다가 그만두었다.
시루꼬의 목소리가 마사오가 자신의 몸에 어떤 행동을 했다는 것을 묘우미에게 이미 알린 뒤였다.
묘우미는 양손을 얼굴에서 내리고 눈을 떠 마사오의 눈과 잠시 맞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마사오의 손이 시루꼬의 검은 숲을 덮고 았는 걸 확인하고 곧바로 마사오의 얼굴을 향했다.
눈살을 찌푸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고개를 저었다.
색기와 슬픔이 복합된 표정이었다.
무언의 항변이었다.
마사오는 그 모습에서 또 다른 묘우미의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시루꼬에게서 손을 빼내고 허리를 당겨 앉았다.
<조금만 더.>
시루꼬는 애교스럽게 말하고 허리를 앞뒤로 요동하며 마사오의 손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오히려 마사오는 기둥에서 시루꼬의 손을 떼어냈다.
시루꼬는 바둥거렸지만 그의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에이, 심술쟁이!>
시루꼬가 교태스런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사오는 시루고에게서 자유로워진 몸을 묘우미에게로 가져갔다.
묘우미의 다리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건 마사오를 받아들이고 싶다는 뜻이었다.
마사오가 덩어리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시루꼬가 이러나 옆으로 붙어 앉더니 마사오의 손등을 감쌌다.
<내가 넣어 드릴게요.>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마사오는 손을 떼고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묘우미의 양쪽 어깨를 안았다.
허리는 들린 채였다.
입술을 포갰다.
묘우미는 양팔로 마사오의 목과 어깨를 안고 열정적으로 입맞춤을 해왔다.
그리고 다리를 더 벌려 마사오의 다리에 감았다.
시루꼬는 일단 손을 빼고 마사오의 뒤로 돌아갔다.
뒤에서 한 손으로마사오의 주머니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묘우미를 향해 있는 기둥을 잡았다.
마사오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묘우미도 시루꼬의 행동을 거부하려 하지 않았다.
시루꼬는 기둥의 끝을 돌려 묘우미의 꽃잎을 헤집고 그 속으로 마사오를 밀어넣었다.
<자, 이제 됐어요. 밀어요.>
낮은 곳에서 들렸다.
아마 시트에 뺨을 대고 쳐다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사오는 천천히 전진했고 곧 묘우미의 따뜻함에 에워싸였다.
마사오는 움직이기 시작하자 시루꼬의 손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떨어져 나갔다.
묘우미는 소리를 지르며 밑에서 리듬을 맞춰왔다.
시루꼬가 두 사람의 결합부를 노골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마사오에게는 자극적인 쾌감과 더불어 욕망을 더욱 부채질했다.
인간에겐 상황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면이 있다.
자신이 애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 서로 즐겼을 경우 그것이 한 번 뿐이었을 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 번의 그 행위에 별로 비중을 두지 않고 단순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결론지어 버린다.
그러면서도 자기 애인이 똑같은 일을 저질렀다면 괴로워하거나 질투하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헤어져 버리는 경우도 많다.
자신에겐 관대하지만 애인의 잘못은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마사오에게 묘우미의 친구인 시루꼬와의 관계가 말하자면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특별히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그 뒤에도 집착 같은 건 생기지 않았다.
다시 시루꼬와 그런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그런 기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별로 생기지 않았다.
없었던 일로 하고 싶었다.
아마 시루꼬도 따로 애인이 있으므로 마사오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여름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토요일, 마침 시루꼬의 생일이었다.
마사오는 시루꼬의 집에 묘우미와 함께 초대를 받았다.
마사오에게 시루꼬의 생일 축하는 구실이고 궁극적인 목적은 묘우미와 함께 밤을 보내는 것이었다.
어쩌면 묘우미가 모처럼 외박 허락을 얻어 시루꼬에게 마사오를 데려가겠다고 먼저 말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거의 시루꼬의 아파트에 다 왔을 때 묘우미가 마사오의 팔을 잡
고 매달렸다.
<열 시쯤에 나와서 여관으로 가요.>
마사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단지 묘우미의 생각보다 한 시간 늦을 뿐이었다.
그 만큼 더 여유롭게 마음껏 즐길 수 있으므로 흔쾌히 승낙했다.
시루꼬는 전골 요리를 준비해 놓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시루꼬와의 일은 묘우미에겐 지금까지도 비밀이었다.
<후꾸이 씨도 오겠다고 했는데 거절했어. 오늘밤은 우리끼리 조용하게 마시고 싶어서.>
시루꼬는 손님은 예정대로 묘우미와 마사오 뿐이란 것을 새삼스럽게 밝혔다.
곧 술상이 차려졌다.
시루꼬는 술을 차갑게 해서 내왔다.
맨 처음 대화의 화제는 학생 운동을 주제로 한 소설이었다.
시루꼬와 묘우미 사이에 견해 차이가 생겼다.
마사오가 소외된 여자들끼리의 논쟁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계속되다가
이번에는 운동가들의 연애 문제로 화제가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묘우미도 알고 있는 좌익 계열 운동권인 학생이 좋지 못한 여자 관계로 제명 당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사람, 나한테도 추파를 던진 적이 있어.>
시루꼬는 눈살을 찌푸렸다.
<동거하던 요꼬가 내 친구인데 정말 뻔뻔스럽기도 하지. 남자가 여자를 꼬이는 데도 여러 수단이 있는데 그 사람의 경우는 혁명 이론이었어. 과격한
이론을 펼쳐서 여자를 멍하게 만든 다음, 그 틈을 이용하는 거야.>
묘우미가 물었다.
<그래서 꼬임에 넘어갔어?>
<중간까지는 넘어가는 척했지. 나는 그런 이론 따위에 정신을 놓을 만큼 순진하진 않아. 첫 남자도 그런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하는 수작이 눈이 빤
히 보이더군. 그가 한참 동안 열변을 토하더니 입을 맞추려고 했어.>
<그래서?>
<그냥 놔뒀지. 그 정도에서 몸을 빼면 재미 없잖아. 상당히 능숙한 키스이긴 했지만 어차피 내 쪽에서 남자를 놀리고 있는 것이라 이렇다 할 느낌은
없었어.>
<장소는?>
<이번에도 공원 잔디밭. 물론 시간은 밤이었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키스 다음엔 여기겠지?>
시루꼬가 자신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마사오를 봤다.
<키스하면서 손은 자연히 그 쪽으로 가겠죠. 그게 순서겠죠.>
<그런데 그 남자는 그렇지 않았어. 키스하면서 잔디 위에 나를 눕히고 다리를 더듬는 거야.>
<넌 어디까지 허용했는데?>
<손이 팬티에 닿았을 때까지. 손을 빼내고 몸을 일으켰어.>
마사오가 물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그 사람과 즐기고 싶다는 마음은 생기지 않던가요?>
<나 같은 바람둥이 여작 그만두었을 리가 없다 이거죠?>
시루꼬가 웃었다.
<꽤 기분이 고조되긴 했어요. 상당히 능숙했으니까. 하지만 그 정도에 자신을 쉽게 내던지진 않아요. 애초부터 호감이 가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나
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럴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일어섰어요. 그리고 그대로 공원을 나와서 입구에서 잠시 기다렸는데도 나타나지
않기에 그냥 와 버렸죠 뭐.>
<결국은 퇴짜를 놓은 거군요.>
<그렇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난 내가 유혹하는 걸 좋아하지 당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시루꼬는 대담한 눈으로 마사오를 보았다.
<요컨대 마사오 씨처럼 유혹하지 않고 유혹을 즐기는 타입에 흥미가 있어요. 스스로 행동한다는 것이 즐거운 거죠.>
<나라고 해서 언제나 유혹당하지만은 않습니다. 그저 웬지 이쪽이 하기 전에 상대 쪽에서 먼저 유혹해 오는경우가 많아서일 뿐이죠. 그 후에 그 사람
만났을 때 표정이 어땠습니까?>
<천연덕스러웠어요. -그때 생리였었나?-라고 묻기에 -착각하지 마-라고 말해 줬어요. 그냥 그 뿐이예요. 그보다 마사오 씨.>
시루꼬는 정색을 했다.
<묘우미와 이런 사이가 된 뒤로 여자를 몇이나 더 알았어요?>
<묘우미 씨를 만나 뒤로는 새 여자를 사귈 인연이 다했나 봅니다.>
정작은 질문라고 있는 시루꼬도 포함되지만 그것은 묘우미 앞에서 말할 필요도 없고 말해서도 안 된다.
<과연 정말일까?>
<정말일 거야.>
묘우미가 그렇게 말했다.
묘우미는 마음 속으로 아마 기꾸를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루꼬에겐 비밀이다.
마사오와 묘우미의 사이를 격하시켜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사람은 그럴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아.>
시루꼬가 제법 묘우미를 꾸짖는 투로 말했다.
<넌 지금 두 사람이 서로 신뢰하는 연인 사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넌 애인이 아냐. 애인은 따로 있고 넌 심심풀이 상대일 뿐이야. 단순한 여자 친
구에 지나지 않는다구.>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처음부터 그렇게 약속하고 시작했으니까.>
<그러니까 빨리 기요미즈 씨와 사귀어 보라는 거 아니겠어?>
묘우미는 마사오를 보았다.
<처음 듣는 이름이지?>
<예.>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어.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시루꼬의 권유에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야. 이번에 <구름> 동인으로 들
어온 사람인데 웬지 자꾸 나한테 접근하고 싶어해.>
<웬지가 아니라구요. 그는 묘우미한테 완전히 빠져 있어요. 부잣집 아들인 데다 키가 크고 잘 생겼지. 그리고 성격도 좋지. 빨리 승낙하라고. 계속 망
설이면 내가 가로채 버린다.>
<제발 그러시지.>
<네가 정 그렇게 나온다면, 사실을 얘기할까?>
시루꼬는 꽤 취해 있었다.
묘우미의 고루함에 화가 난 듯했다.
<말해도 될까요?>
마사오를 보는 시루꼬의 눈이 빛났다.
마사오는 당황스러웠다.
(이대로 여기서 혼자 나가게 될지도 모르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마사오는 수긍했다.
<좋을 대로.>
다음 순간, 마사오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내가 말하겠어요. 묘우미 씨, 내가 당신을 대신해서 나온 시루꼬 씨와 함께 술을 마셨을 때의 일입니다.>
묘우미는 마사오 쪽을 보지 않고, 술이 담긴 잔을 들고 그것만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날 밤, 이 방에서 시루꼬를 안았단 말이죠?>
마사오는 깜짝 놀랐다.
<이 방에서>라고 한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걸 뜻한다.
단순한 의심이나 추측이 아니다.
<그렇습니다.>
잔을 옆으로 흔들면서 묘우미가 질문했다.
<그날 밤에만? 그 뒤에는?>
<그날 밤 이후엔 아무 일도 없었어요.>
묘우미는 잔을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식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시루꼬를 보았다.
<나, 알고 있었어.>
<어떻게?>
<옆집 야마시타 씨에게 들었어. 그날 아침 일찍, 난 학교로 가지 않고 곧장 여기에 왔었어. 근처에서 출근하는 야마시타 씨와 마주쳤지. -남자가 있
으니 가지 말아요.-하는 거야. 그 사람이 말하는 인상 착의는 틀림없이 마사오 씨였어. 그래서 난 그대로 학교로 갔던 거야.> 시루꼬는 침착한 태도로 태연하게 말했다.
<그럼 문제는 간단하잖아. 너만 이 사람에게 정조를 지킬 이유는 없어. 자유로워지는 거야.>
지금까지 묘우미는 시루꼬와 마사오 사이의 일을 알고 있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날 점심 때 교내에서 만나 여관으로 갔을 때도 마사오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참을성 있게 잠자코 있었던 건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던 건지 알 수 없었다.
<알고 있었군요.>
마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동안의 묘우미에 대한 자신의 연극을 생각하니 무척 낯뜨거웠다.
묘우미는 마사오에게 다가와 그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
부드러운 태도다.
<너한테 숨기려 했어?>
시루꼬의 눈과 귀를 의식한 친절이었다.
<모를 거라고 안심하면서도 시루꼬 씨가 말해 버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어요.>
<그럼 나에 대한 양심의 가책은 전혀 없었어?>
<아니, 고민은 많이 했어요. 고백하는 것이 옳은 일이니까.>
묘우미는 술을 들이키고 나서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나는 나에게 숨기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기뻤어. 나와의 관계를 단순한 유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솔직하게 말했더라
면 오히려 난 실망했을 거야. 말해 주지 않는 것을 난 애정의 표현으로 해석했어.>
시루꼬가 반론을 펼쳤다.
<이 사람은 너를 단순한 욕구 해소의 수단으로밖에 생가지 않아. 편리한 도구가 없어지는 게 두려웠던 거지. 지금 이 사람에겐 너 말고는 여자가 없
어. 고향에 애인이 있다지만 거긴 너무 멀지. 교활하게 널 이용하고 있는 거야.>
<아니, 그렇지 않아요.>
마사오는 강하게 부정했다.
<전 묘우미 씨가 두려웠습니다. -그런 나도 한 번- 하는 기분으로 다른 남자를 사귈까 봐 걱정되었습니다.>
<정말?>
묘우미는 몸을 마사오 쪽으로 돌렸다.
<내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면 안 돼?>
<안 된다고 말할 자격은 없지만, 싫습니다 매우.>
묘우미는 반짝이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뻐.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어리석긴.>
시루꼬는 비웃었다.
묘우미는 다시 몸을 식탁 쪽으로 돌려 시루꼬를 응시했다.
<그보다 난 너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의문스러웠어. 왜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던 걸까? 곧바로 말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애초에 그러기로
하고 그날 밤에 나 대신 마사오 씨를 만나러 간 거잖아?>
<그건, 네게서 이 사람을 훔쳤다는 비밀을 간직하고 싶었고, 이 사람이 네게 알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 협조한 거야.>
<그럼 좀전엔 왜 폭로하려 했던 거지?>
<고루한 너의 사고를 너무 고집했기 때문에 난 화가 났어. 기를 꺾어 놓고 싶었어. 그런데 네가 이미 알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어.>
<그래.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
묘우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도전적인 눈빛으로 시루꼬를 응시했다.
묘우미와 시루꼬 사이에 살얼음 위를 걷는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계속하다간 진짜로 심한 말타툼을 벌일지도 모르는 분위기였다.
시간도 묘우미가 말한 열 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일어섰다.
<이제 그만 마시고 슬슬 일어날까요?>
그러자 시루꼬가 반사적으로 놀란 얼굴을 했다.
<벌써 가려구요? 오늘은 묘우미도 외박 허락을 받았을 텐데요?>
<예. 그래서 여관에 가려구요.>
<무슨 소리예요? 아깝잖아요. 그 돈이면 신간 서적 문고본을 열 권 이상도 살 수 있어요. 여기서 묵어요.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요. 잠자리를 두 개 만
들어 둘이서 함께 자면 되잖아요.>
묘우미가 마사오를 보았다.
<어떻게 하겠어?>
시루꼬의 권유에 따르고 싶다는 눈빛이었다.
시루꼬에 대한 대항 의식 때문일 것이다.
<전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옆에서 시루꼬가 거들었다.
<그렇게 하세요. 일부러 여관까지 갈 거 없잖아요. 우린 서로 조심해야 할 사이도 아니잖아요?>
마침내 마사오와 묘우미는 시루꼬의 권유를 받아들여 묵기로 했다.
마사오는 다시 앉으며 시루꼬의 눈에 묘한 빛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술자리를 치우고, 잠잘 준비를 시작한 건 열두 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한쪽 구석으로 쫓겨난 마사오는 두 여자가 함께 방을 치우는 광경을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다가 복도로 나왔다.
소변을 보고 방에 돌아오니 이불이 깔려 있었다.
시루꼬가 이인용 잠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 이리고 와서 주무세요.>
<예. 그럼.>
마사오는 셔츠와 바지를 벗어 옷장에 넣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묘우미가 재떨이와 담배를 머리맡에 갖다놓았다.
물도 가져왔다.
여느 때와 똑같은 태도였다.
5.친구의 방에서
언젠가 묘우미가 술에 취해 마사오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왜 당신을 만나는지 알아?>
마사오가 대답했다.
<내가 묘우미 씨를 원하기 때문이죠. 내 뜻에 응해 주는 묘우미 씨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그러자 묘우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틀렸어. 난 당신에게서 욱체적 쾌락을 얻기 위해 만나. 그러니까 만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즐기고 싶은 거야. 이런 내 입장을 기억해 주었으면 해. 감정보다는 육체적 욕망이 우선이라는 걸.>
묘우미는 진폭이 큰 여자였다.
어떤 때는 순정적이고 어떨 때는 또 진보적이었다.
극과 극 사이를 오고가며 흔들리고 있다.
일부러 그런 노골적인 표현을 하는 심리의 저변에는 초조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 결코 아니라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이 상황에 묘우미의 그 말을 액면 그대로 적용한다면 결국 시루꼬 앞에서라도 즐겨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마사오는 묘우미가 이불을 살짝 들추면서 그의 왼쪽 자리로 들어오자 몸을 돌려 그녀를 안았다.
방은 아직 환했고 시루꼬는 파자마 차림이긴 하지만 바늘질을 하고 있었다.
묘우미는 저항하지 않고 마사오의 귀에다 입을 대고 속삭였다.
<엎드려.>
<왜요.>
대답도 하지 않고 묘우미는 손으로 마사오의 성기를 더듬어 꼭 움켜쥐었다.
마사오는 이미 흥분된 상태였다.
마사오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팔을 풀고 엎드렸다.
왼쪽 허리를 조금 들어 묘우미의 손이 배에 깔리지 않도록 했다.
시루꼬는 옆 이불에서 이쪽을 향해 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마사오가 담배를 입에 물자 색기 어린 눈으로 흘깃 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곧 끝나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니에요. 천천히 하십시오.>
묘우미는 그의 팬티를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손가락을 미묘하게 움직였다.
시루꼬 앞에서 은밀히 그렇게 한다는 것이 더욱 자극적이었다.
<당신네들 언제까지 계속 만나게 될까?>
<전적으로 묘우미 씨가 결정할 문제죠.>
그러자 묘우미는 마사오 쪽으로 얼굴과 몸을 향하며 말했다.
<이 사람, 지금 아랫도리는 알몸이야.>
도전적인 말이었다.
<어차피 벗을 거라면 빨리 벗는 게 합리적이지.>
시루꼬는 냉정하고 대꾸라곤 한 마디를 덧붙였다.
<꽤 노숙해졌는데?>
그 말 속에는 남자에 관해서는 자기가 선배라는 뜻이 은근히 담겨 있었다.
묘우미 도지지 않았다.
<그건 그래. 이 사람의 이것을 알게 된지도 꽤 오래 전이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다른 남자를 꺼려하는 한, 너의 진보에는 한계가 있어.>
바느질감을 차곡차곡 접어 한 쪽으로 밀어놓고 시루꼬는 등을 쭉 펴며 이쪽을 봤다.
<자, 이제 끝났어. 불은 다 끌까, 아니면 꼬마 전구만 켜 둘까?>
묘우미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그냥 그대로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어두우면 이 사람이 담배 피우는 데불편할 것 같은데.>
시루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평소와는 다른 묘우미의 태도에 신경을 쓰는 게 틀림없었다.
묘우미는 마사오 쪽을 향해 누워 있었기 때문에 시루꼬에게 등을 보이고 있었다.
시루꼬는 마사오에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뭔가 뜻인 담긴 행동이었다.
그리고 시루꼬는 뜻밖의 행동을 보였다.
일어서더니 양손을 허리로 가져가 단숨에 파자마를 아래로 내리는 게 아닌가.
안에는 팬티도 입지 않았었다.
마사오는 당황하면서도 묘우미에게 당황한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아직 열한 시 반 도 안 됐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루꼬는 하반신을 나신으로 만들었다.
마사오의 눈에 비경이 먼저 들어왔다.
시루꼬는 허리를 쭉 펴서 하얀 다리와 검은 수풀을 잠시 과시하고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반듯이 누웠다.
묘우미의 손가락은 계속 마사오의 기둥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마사오가 담배를 끄고 묘우미 쪽으로 돌아누웠다.
그러자 묘우미가 입술을 가져왔다.
그에 응해 마사오가 조용히 입술을 맞추었다.
묘우미는 눈을 내리 감고 다른 손으로 그의 허리를 안았다.
입술을 뗀 묘우미가 시를 읊듯 속삭였다.
<나는 당신만을 깊이 추구하고, 연구하고, 맛봐.>
상당히 서정적인 언어를 구사했다.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남자들이 하는 말 같은데요?>
<여자가 그런 말 하면 안 되나?>
<아니오.>
마사오는 등을 감사고 있는 오른손을 유방으로 가져갔다.
왼손은 베개와 어깨 사이로 얹어 감싸안았다.
브래지어를 풀어 내고 천천히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좀전의 그 말, 정숙한 여자들이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항상 그렇게 생각하겠죠?>
<그렇지 않아요.>
시루꼬의 강경한 반박이었다.
<정숙한 척하는 여자들이 오히려 바람기가 있어요. 속으로는 다른 남자를 시험해 보고 싶어 한다구요. 한 남자에게 계속 매달리다 보면 지겨워지게 돼 있어요.>
묘우미가 낮은 소리로 응수했다.
<난 지겹지 않아.>
<너와 이 사람은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래. 한 반 년 정도만 더 지나면 새로운 개성을 찾게될걸. 그게 현대 여성들이니까.>
묘우미는 마사오의 기둥을 엄지와 검지로 링을 만들어 강하게 조이며 대꾸했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아.>
마사오는 눈을 감았다.
지금은 묘우미가 시루꼬와의 논쟁에 휘말려들 때가 아니다.
묘우미에게 상대할 여유를 주지 않음으로써 시루꼬가 스스로 잠잠해지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서 젖가슴을 만지던 손을 아래로 옮겨갔다.
아직 팬티를 입고 있었다.
마사오의 손은 고무줄을 들추고 수풀을 쓰다듬으며 더욱 아래로 내려갔다.
꽃잎을 열었다.
예상대로 묘우미는 넘치고 있었다.
마사오의 손가락은 따뜻한 애욕의 바다 속으로 빠져들었다.
손가락을 서서히 율동시켰다.
그에 웅해 묘우미의 왼손도 마사오의 기둥을 따라 회전 운동을 시작했다.
묘우미는 더 이상 시루꼬를 상대하지 않았다.
시루꼬도 잠잠해졌다.
마사오는 눈을 감은 채 묘우미를 애무하고 그녀의 애무를 받는 데 전념했다.
묘우미의 허리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입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두 사람, 벌써 시작한 거야?>
바로 귓전에서 시루꼬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사오는 눈을 떴다.
묘우미는 두 번 연이어 마사오를 강하게 조여 신호를 보냈다.
(묘우미는 분명한 대답을 원하는 거야.)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묘우미의 꽃눈을 가운뎃손가락 끝으로 누르며 시루꼬에게 말했다.
<그래요. 서로 애무하고 있습니다.>
꽃봉오리는 이미 단단하게 충혈되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마사오 씨는 흥분한 상태?>
시루꼬는 주저함이 없었다.
<물론이야. 뜨거운 철봉 같아.>
묘우미가 그렇게 대답했다.
<묘우미는 얼마나 젖어 있는 거야?>
이번엔 마사오가 대신 답했다.
<잔으로 퍼 마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시루꼬가 묘우미의 어깨를 안고 있는 마사오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그럼 마셔 보세요. 아니, 그 전에 묘우미가 당신 것을 핥는 걸 보고 싶어요. 묘우미가 그렇게 해 준 적 있어요?>
묘우미가 선뜻 가로막고 나섰다.
<없을 리가 없잖아. 난 그걸 좋아해.>
<그럼 해 보시지.>
<능숙치 못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겠지?>
<어머, 그런 심술궂은 생각은 없어. 묘우미가 이 사람에게 어느 정도까지 빠져 있는지 그걸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실은 이 사람의 서 있는 걸 보고 싶은 거 아냐?>
<응, 그것도 보고 싶어. 자, 일어나서 해 봐.>
잠시 사이를 두고 묘우미가 마사오의 의향을 물었다.
<괜찮겠어?>
<나는 상관없어요.>
<나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는 묘우미가 시루꼬에게 얼굴을 돌렸다.
<그럼 보여 주겠어. 대신 시루꼬는 손대지 마.>
<그건 걱정 마. 난 관찰만 할 테니까.>
놀이를 즐기려는 시루꼬와는 달리 묘우미의 심정은 더 복잡한 듯했다.
그 염두에는 마사오와 시루꼬가 하룻밤 즐겼다는 사실이 있는 게 분명했다.
묘우미는 재차 시루꼬에게 손을 대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은 뒤 마사오에게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해.>
마사오는 묘우미의 음부에서 손을 빼고 반듯이 누웠다.
위에서 묘우미가 입술을 합했다.
입맞춤을 하고 묘우미는 촉촉한 눈으로 마사오의 눈을 응시하며 마지막으로 동의를 구했다.
<정말 괜찮겠어?>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루꼬는 자기 이불 속에 누워서 이쪽을 향해 턱을 고였다.
약간 빈정대는 눈빛이었다.
묘우미는 상체를 일으키고 마사오의 러닝 셔츠를 벗기기 시작했다.
<이것도 벗어 버려.>
마사오는 금방 알몸이 되었다.
허리 아래는 이불에 덮여 있었다.
묘우미의 손이 그의 가슴을 더듬었다.
<묘우미 씨도 벗어요. 나만 벗으면 불공평해요.>
<그러죠. 시루꼬는 여자니까 그래도 괜찮겠지.>
묘우미는 앉은 채 옷을 다 벗었다.
이미 시루꼬도 하반신을 벗고 있다는 걸 마사오는 알고 있었다.
두 여자가 모두 팬티를 벗고 있는 상황이었다.
묘우미는 상체를 굽혀 마사오의 턱에서부터 핥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얼굴은 천장을 향하고 일부러 시루꼬 쪽은 보지 않았다.
턱에서 목으로, 어깨에서 가슴으로, 때때로 소리까지 내어가며 묘우미의 혀는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자연히 묘우미의 몸도 아래로 옮겨졌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유방을 우켜쥐었다.
젖가슴은 밑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탱탱해서 거의 쳐지지 않았다.
시루꼬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좋은 장면이군.>
그 말에 상관하지 않고 묘우미의 얼굴은 점점 더 밑으로 향했고 그만큼 이불이 벗겨졌다.
이윽고 혀가 마사오의 배꼽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마사오의 손은 막 묘우미의 유방을 떠나 어깨를 쓰다듬고 있었다.
묘우미는 천천히 이불을 벗기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천장을 향해 우뚝 서 있는 마사오의 성기를 내려다보았다.
시루꼬도 그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묘우미는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루꼬의 시선을 전혀 상관하지 않고 곧바로 오른손으로 잡으며 얼굴을 숙였다.
이어 왼손도 보태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먼저 뺨을 비벼댔다.
마사오는 시루꼬를 보았다.
마사오의 중심에 쏠리는 시루꼬의 눈빛에서 희미하나마 초조해 하는 기색
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묘우미의 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록한 부분을 따라 희롱했다.
마사오는 신음을 내어 쾌감을 분명하게 표현했다.
이어 묘우미가 위에서 입 안에 성기를 넣고 얼굴은 고정시킨 채 빨아대기 시작했다.
시루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벌거벗은 하반신은 이불 속에 둔 채 상체를 돌려 얼굴을 묘우미의 얼굴에 갖다댔다.
<맛이 어때?>
묘우미가 한 번 강하게 빤 뒤에 성기를 토해냈다.
<근사해. 입술에서부터 쾌감이 느껴져. 좋아하지 않으면 이런 기분은 못 느낄 거라고 생각해.>
곧장 다시 입 안에 넣은 묘우미는 이번에는 얼굴을 상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붉은 기둥과 묘우미의 하얀 손가락 그리고 붉은 입술이 함께 어울러진 가운데 그 색채의 대조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맛있겠는데?>
시루꼬의 목소리였다.
묘우미는 계속 움직이며 고개만 끄덕였다.
<혼자만 먹다니, 좀 인색하다고 생각지 않아?>
묘우미가 입을 뗐다.
양손으로 마사오를 감싸고 빠져 나온 빨간 부분을 엄지로 간지럽혔다.
<나에겐 이 것 하나밖에 없으니까 인색할 수밖에.>
그렇게 말하고 묘우미는 양손으로 감싼 채 양쪽 엄지로 기둥 끝의 좁은 문인 영구를 벌렸다.
그리고 혀를 갖다댔다.
<아니, 그런 방법까지 알고 있다니! 다시 봐야겠는 걸.>
시루꼬의 놀라움 섞인 비아냥에 묘우미는 대꾸하지 않고 영구를 핥았다.
그리고 새어나오는 투명한 물방울을 빨아 마셨다.
이윽고 묘우미가 반짝이는 눈으로 시루꼬를 보았다.
<시루꼬도 키스하고 싶어?>
<그건 그래. 하지만 빌려주지 않겠지?>
묘우미는 시루꼬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마사오를 입 안에 삼켰다.
이번에는 이로 살짝 깨물더니 안에서 혀를 휘돌렸다.
잠시 후에 천천히 얼굴을 들고 너그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이 괜찮다면 나도 좋아. 이 사람에게 물어 봐.>
묘우미는 양손으로 부드럽게 기둥 전체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시루꼬가 몸을 이불에서 빼내고 얼굴을 마사오의 얼굴에 가까이댔다.
<저, 잠깐 인사만 시켜 줘요.>
<아니, 사양하겠습니다. 묘우미 씨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묘우미는 괜찮다고 했어요.>
<나는 그렇기 않아요.>
<그래요? 그럼 포기하죠. 내가 어리석었군요. 아니, 저도 알고 있었어요.
참가할 수 없는 놀이에 그냥 한 번 손을 뻗어 본 거 뿐이예요.>
시루꼬는 이불로 돌아가 반듯이 눕더니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6. 삼중주
마사오는 묘우미를 위로 끌어다 눕혔다.
묘우미는 순순히 마사오에게 몸을 맡겼다.
마사오는 이불을 덮고 묘우미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시루꼬 씨가 화난 것 같아요. 놀림 당했다고 생각하나 봐요.>
<괜찮아. 이젠 둘 만이라서 좋아요.>
마사오는 묘우미의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흘러나온 꿀물이 엉덩이에까지 번져 있는 그 위를 손가락이 미끄러져 닿았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역시 시루꼬가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묘우미에게도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듯인데, 굳이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게 할 필요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본 뒤 마사오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방 주인인 시루꼬 씨가 화를 내고 있으면 곤란해요. 기분 좋게 타일러서 잠깐만 보여 주도록 하죠.>
이번에는 묘우미가 마사오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시루꼬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였다.
<보여 주고 싶어?>
바다를 이루고 있는 화원에 손가락을 띄우면서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안고 싶은 거야?>
<아뇨. 그렇지 않아요. 어디까지나 그녀는 엑스트라죠.>
<그럼 그것만이야. 키스 이상은 안 돼. 당신, 시루꼬에게 해 주면 안된다구.>
<알았어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시루꼬에게 마사오가 말을 걸기 위해 두 사람은 위치를 바꿔 누웠다.
마사오는 반듯이 눕고 손을 뻗어 시루꼬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름을 불렀다. 반응이 없다.
묘우미는 마사오의 주머니를 다섯 손가락 모두를 이용하여 만지작거렸다.
마사오는 다시 시루꼬를 불렀다.
<무슨 일이죠?>
탐탁지 않다는 듯 시루꼬가 응답을 했다.
<좀전 그것 받아들이고 싶은데요.>
시루꼬는 한참 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샐쭉한 태도를 지속할까, 아니면 놀이에 참가하고 싶은 본심으로 돌아갈까 망설이고 있구나.)
<이제는 싫은 모양이죠. 그럼 할 수 없죠.>
마사오는 시루꼬의 등에서 떨어져 배를 깔고 엎드렸다.
곧 묘우미가 다가와 마사오의 배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성기를 쥐었다.
<이제 시루꼬 일은 신결쓰지 말기로 하자.>
묘우미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루꼬가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알았어요.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인사나 나누죠.>
그러자 묘우미가 조금 불만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해.>
시루꼬가 상체를 일으켰다.
이불이 완전히 걷히자 벌거벗은 하반신이 노출됐다.
시루꼬는 윗도리마저 훌렁 벗어던지고 다가왔다.
<그럼 시작할게요.>
이불에 손을 대는 시루꼬에게 마사오는 눈빛으로 승낙을 표했다.
시루꼬는 이불을 걷었다.
마사오의 몸은 묘우미에게 잡혀 있었다.
<자, 잠깐 놔 줘야지.>
<아니, 이대로 인사해.>
<그럴 수는 없어.>
마사오를 가운데에 두고, 벌거벗은 두 여자가 잠시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시루꼬가 한 벌 양보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시루꼬는 묘우미의 고집스런 손을 그대로 둔 채 마사오의 덩어리에 얼굴을가까이했다.
동시에 오른 손바닥을 주머니 쪽에 갖다댔다.
다행히 묘우미는 시루꼬를 방해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시루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다섯 손가락 전부로 주머니를 어루만졌다.
마사오는 동시에 두 여자의 애무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루꼬는 묘우미의 손에서 빠져나온 빨간 부분에 입술을 대고 꾹 눌렀다.
그리고 조금씩 입술을 벌리며 그 끝에 혀를 대었다.
촉촉한 혀의 감촉과 타액이 마사오에게 느껴졌다.
시루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는 방법이 묘우미와는 다를 거예요.>
시루꼬의 본격적인 애무는 입술에 마사오의 끝을 살짝 머금고 혀로 강하게 누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묘우미가 할 때와는 또 다른 부드러운 쾌감이 느껴졌다.
묘우미는 손을 고정시킨 채 움직이지 않았다.
시루고의 얼굴을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시루꼬는 기둥을 삼키기 시작했다.
점점 입 안 깊숙이까지 집어삼키며 아래의 묘우미의 손을 압박했다.
그러자 묘우미는 저항하지 않고 손등이 수평이 되도록 고쳐 잡았다.
시루꼬는 반쯤 삼킨 상태에서 멈추고 혀만 크게 휘돌리기 시작했다.
묘우미보다 활발한 동작이었다.
묘우미가 마사오를 보았다.
<기분 좋겠군.>
이런 상황에서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말 이상한 일이다.
<묘우미 씨와 입 안 온도가 다르군요.>
<혀를 사용하고 있어?>
<예.>
마사오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묘우미가 갑자기 시루꼬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만! 이제 그 정도로 끝내는 게 어때.>
목구멍에 닿을 정도로 깊숙이 집어넣은 뒤 시루꼬는 토해내고 상체를 일으켰다.
젖은 눈으로 묘우미를 보았다.
<이 사람, 참 좋다. 이전에도 그렇게 느끼긴 했지만 지금 다시 확인했어.
묘우미, 소중히 여겨야겠는걸. 라이벌이 많이 생길만 해. 안 뺏길려면 묘우미도 여러 가지 연구해야 될 거야.>
묘우미는 준비했던 휴지로 시루꼬의 타액에 젖은 마사오를 부드럽게 닦아내고는 정성어린 손길로 어루만졌다.
<걱정했어. 시루꼬 입 안에서 터져 버리는 줄 알았어.>
옆에서 시루꼬가 손을 뻗어 집게손가락으로 묘우미와 다른 장소를 애무하면서 말했다.
<천만에. 난 그런 월권 해위는 안 하니까 안심하라구.>
그 약속 탓인지 묘우미는 비로소 시루꼬에게 다정한 투로 말을 붙였다.
<이 모양도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또 전부 이것처럼 잘 생긴 건 아니겠지?>
<물론이지. 묘우미도 이 사람에게만 매달리지 말고 여러 남자를 연구해 보는 게 좋을 거야.>
<지금으로선 그럴 마음은 없어. 그런데 마사오 씨, 나와 시루꼬 손도 온도가 다른가?>
<분명히 달라요.>
시루고가 묘우미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방해하고 있는 게 아냐. 동시에 두 여자에게 사랑을 받는 건 남자에게는 최고의 행복이니까. 이 사람은 지금 그런 황홀경을 즐기고 있는 거라구. 나는 이미 몇 번이나 꾀꼬리의 계곡 건너기를 해 보고 싶다는 제안
을 받은 적이 있어. 물론 모두 거절했지만.>
<왜죠?>
마사오의 질문이었다.
<다른 여자와 한 남자를 나누어 갖는다는 게 싫었어. 그런 역할에 만족할 여자도 좀처럼 없지. 사실 지금 난 괴로운 입장이야. 두 사람을 존중해서 나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거라구. 그 점은 알아 줘야 해.>
그 말의 이면에는 묘우미를 속이려는 계산이 있음을 마사오는 느꼈다.
<그럼 지금 누구한테든 가면 되겠네?>
묘우미는 넘어가지 않았다.
<아니, 가지 않겠어. 오늘밤은 이대로가 좋아. 묘우미가 절정에 도달했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고 싶어.>
<그럴 때 얼굴은 보이고 싶지 않아.>
문득 마사오는 묘우미가 마사오에게 애무받는 모습을 시루꼬에게 보여줌으로써 두 여자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상체를 일으켜 묘우미의 어깨를 안았다.
<자, 이번엔 묘우미 씨가 누워요.>
<어떻게 하려고?>
묘우미의 눈이 빛났다.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묘우미 씨의 소중한 곳에 키스하려는 거죠. 그걸 시루꼬 씨에게 보여 줍시다.>
묘우미가 대답하기 전에 시루꼬가 놀랐다.
<아니, 여자의 것에 키스하는 것을 알고 있단 말예요?>
<묘우미 씨한테는 항상 합니다.>
<정말? 그날 밤에는 전혀 그런 눈치를 보이지 않더니...>
<시루꼬 씨는 다른 남자의 여자잖아요.>
실은 그 이유 뿐만이 아니라 시루꼬 자신이 그럴 틈도 주지않고 급하게 마사오의 몸을 받아들이길 원했던 탓도 있었다.
<난 또 마사오 씨는 받는 것밖에 모르는 줄 알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난 묘우미 씨의 맛을 매우 좋아해요.>
마사오는 천천히 묘우미를 반듯이 눕혔다.
검은 수풀이 반짝였다.
묘우미가 두 손으로 텔타 지대를 가리며 말했다.
<이불을 덮어야지.>
<아뇨, 이대로가 좋아요. 시루꼬 씨에게 분명하게 보여 줘야 하니까요.>
<부끄러워.>
마사오는 시루꼬에게 들리지 않도록 묘우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기꾸 씨와도 이런 적이 있었잖아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어머! 당신, 너무 짖궂어.>
묘우미는 얼굴을 붉혔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손을 치우고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 미끈하게 뻗은 새하얀 다리 사이로 어깨를 넣었다.
까맣게 빛나는 수풀을 어루만졌다.
무릎을 펴고 얼굴을 낮췄다.
가까이 접근시켰다.
시루꼬가 다가왔다.
묘우미는 눈을 뜬 채 양손으로 자신의 젖가슴을 덮고 있었다.
꽃잎을 열었다.
선홍색의 세계가 떠오르고 영롱한 이슬이 계곡에 넘쳐났다.
옆에서 시루꼬가 마사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함께 들여다 보는 형태가 되었다.
<난 동성을 보는 건 처음인데 귀여운 느낌이 들어.>
그러자 묘우미가 다리를 오므리려고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중에 나도 보겠어.>
<좋아.>
시루꼬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사오의 귓볼을 물었다.
<자, 키스하세요.>
<예. 그대로 보고 계셔도 좋습니다.>
비너스가 꿈틀거리더니 새로운 샘물이 솟아났다.
구슬이 되어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이렇게 사랑의 샘이 계속해서 용출하고 있다는 것은 묘우미의 기분이 점점 상승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마사오는 시루꼬의 시선을 강하게 의식하면서 묘우미의 비너스에 입을 대었다.
묘우미는 희미한 신음을 냈다.
마사오는 우선 강하게 빤 다음 혀를 내밀어 화구를 핥기 시작했다.
<아아...>
묘우미는 괴로운 듯한 소리를 지르며 다리를 바르르 떨었다.
시루꼬도 마사오의 등을 쓰다듬다가 문득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사오 씨는 참 순진하게 생겼어요. 남자치고는 속눈썹이 길군요. 아, 맞아요. 눈을 깜박거려서 그 속눈썹으로 간지럽히면?>
<제발 넌 좀 가만히 있어.>
묘우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루꼬가 묘우미의 얼굴 쪽으로 다가앉았다.
<그래. 이제부터는 방해하지 않을게. 묘우미는 지금 기분 좋겠다. 그렇지?>
<그래. 아아...>
<나만 외톨이잖아. 따분해.>
점점 감각이 고조됨에 따라 묘우미는 시루꼬의 질문을 귀찮아했다.
묘우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감각을 쫓는 데 열중했다.
<이런 상황에선 남자의 것은 비어 있잖아. 그 동안 내가 위로해 주고 싶어.>
시루꼬는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몸을 눕혀 마사오의 허리로 접근해 왔다.
묘우미는 아무 항의를 하지 않았다.
좀전에도 시루꼬가 마사오를 입으로 맛보았는데, 새삼 그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옹졸하다고 생각한 걸까?
마사오는 혀를 비너스에서 단단해진 꽃봉오리로 옮기는 동시에 허리를 시루꼬의 얼굴 쪽으로 향했다.
시루꼬는 두 사람과 거꾸로 누운 상태에서 마사오를 잡고 그대로 입 안에 넣어 버렸다.
마사오의 시야에 묘우미의 머리를 향해 뻗어 있는 시루꼬의 발이 들어왔다.
시루꼬의 입술과 혀의 움직임이 점점 농밀해졌다.
남자의 예민한 감각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다.
마사오는 그 쾌감을 시루꼬에게 은밀히 알리기 위해 허리를 뒤틀었다.
시루꼬는 주머니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나는 시루꼬 입 속에서 폭발해 버리고 만다.)
혹시 시루꼬는 속으로 그러길 원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사오에게는 묘우미의 몸에서 절정을 맞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묘우미의 숨결이 가빠지면서 신음도 높아져갔다.
허리의 흔들림의 폭도 커졌다.
<이제 그만. 아아... 이제 곧 절정.>
흐트러진 목소리를 내고 손을 뻗어 마사오의 입과 자신의 꽃밭과의 사이를 막으려고 했다.
그러자 시루꼬가 말했다.
<이대로 마지막까지 한 번 가 봐. 동시에 이 사람도 발사하면 좋을 텐데.>
묘우미의 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마사오는 혀의 율동을 중단하고 입을 멀리했다.
묘우미의 허리는 아직도 진장한 채 떨리고 있었다.
시루꼬 쪽을 보았다.
시루꼬는 마사오를 반쯤 입에 넣고 혀를 크게 휘돌리고 있었다.
그 입에서 자신을 빼낸다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시루꼬는 엑스트라다.
마사오는 상체를 일으키고 시루꼬의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제 됐어요. 묘우미 씨와 하나가 되려면...>
시루고는 혀놀림을 계속하면서 고개를 흔들고 더 깊이 들이 마시는 시늉을 했다.
마사오의 얼굴 바로 앞에는 묘우미의 음부와 또 그 옆에 반대 방향으로 시루꼬의 다리 사이가 노출되어 있었다.
일부러 그런 건지, 아무튼 시루꼬의 화원은 마사오의 얼굴을 향해 열려 있었고 검은 숲 사이에서 빨간 꽃잎과 꽃눈이 살짝 드러났다.
마사오가 좀전에 입을 떼자 묘우미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고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마사오는 왼손을 시루꼬의 비경으로 뻗었다.
수풀을 지나 손가락을 곧장 계곡 사이로 밀어넣었다.
손 끝이 닿자 꽃잎은 자연히 벌어졌다.
묘우미처럼 그 화원도 흥건히 젖어 있었다.
마사오의 손가락은 따뜻한 용암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손가락이 꿈틀거리자 시루꼬는 허리를 떨며 일부러 마사오에서 입을 떼고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바로 거기예요.>
마사오로선 뜻밖의 사태였다.
순간 당황하여 손을 거두려다가 그만두었다.
시루꼬의 목소리가 마사오가 자신의 몸에 어떤 행동을 했다는 것을 묘우미에게 이미 알린 뒤였다.
묘우미는 양손을 얼굴에서 내리고 눈을 떠 마사오의 눈과 잠시 맞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마사오의 손이 시루꼬의 검은 숲을 덮고 았는 걸 확인하고 곧바로 마사오의 얼굴을 향했다.
눈살을 찌푸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고개를 저었다.
색기와 슬픔이 복합된 표정이었다.
무언의 항변이었다.
마사오는 그 모습에서 또 다른 묘우미의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시루꼬에게서 손을 빼내고 허리를 당겨 앉았다.
<조금만 더.>
시루꼬는 애교스럽게 말하고 허리를 앞뒤로 요동하며 마사오의 손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오히려 마사오는 기둥에서 시루꼬의 손을 떼어냈다.
시루꼬는 바둥거렸지만 그의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에이, 심술쟁이!>
시루꼬가 교태스런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사오는 시루고에게서 자유로워진 몸을 묘우미에게로 가져갔다.
묘우미의 다리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건 마사오를 받아들이고 싶다는 뜻이었다.
마사오가 덩어리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시루꼬가 이러나 옆으로 붙어 앉더니 마사오의 손등을 감쌌다.
<내가 넣어 드릴게요.>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마사오는 손을 떼고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묘우미의 양쪽 어깨를 안았다.
허리는 들린 채였다.
입술을 포갰다.
묘우미는 양팔로 마사오의 목과 어깨를 안고 열정적으로 입맞춤을 해왔다.
그리고 다리를 더 벌려 마사오의 다리에 감았다.
시루꼬는 일단 손을 빼고 마사오의 뒤로 돌아갔다.
뒤에서 한 손으로마사오의 주머니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묘우미를 향해 있는 기둥을 잡았다.
마사오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묘우미도 시루꼬의 행동을 거부하려 하지 않았다.
시루꼬는 기둥의 끝을 돌려 묘우미의 꽃잎을 헤집고 그 속으로 마사오를 밀어넣었다.
<자, 이제 됐어요. 밀어요.>
낮은 곳에서 들렸다.
아마 시트에 뺨을 대고 쳐다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사오는 천천히 전진했고 곧 묘우미의 따뜻함에 에워싸였다.
마사오는 움직이기 시작하자 시루꼬의 손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떨어져 나갔다.
묘우미는 소리를 지르며 밑에서 리듬을 맞춰왔다.
시루꼬가 두 사람의 결합부를 노골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마사오에게는 자극적인 쾌감과 더불어 욕망을 더욱 부채질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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