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제대로 발기했다.
정말 단단하게....
아마도 이렇게 아플 정도로 발기한 것은 기억 속에서도 낯설다
한 부장은 씨클로를 나와 1층에서 담배를 피우며 불끈 일어선 물건을 이쪽저쪽으로 옮기며 생각했다.
뭘까...? 뭐가 자극적인지 모르겠다..
주희의 가슴에.? 의외라서.?
아니 그건 둘째치고 자위한 건 어떻게 안 거지?
사실 씨클로 앞에서 시간을 눙치는 것은 벌떡 선 물건이 난감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핑계였고
주희가 가게를 닫고 나오면 어떻게 해볼까 하는 마음이 컸다.
[ 띠링~ ]
마침 주희의 문자가 왔다.
‘ 오늘은 기대해도 별거 없으니 들어가셔요~ㅋㅋ
뭘 기대하는 거여요..ㅋㅋㅋ”
…머리 위에 앉아 있다.
얼굴이 벌게진 한 부장은 위를 올려다볼 용기는 차마 나지 않아 머리 위로 손을 흔들어 주고는
휘적휘적 밤거리로 걸어나갔다.
간만에 발기한 물건을 위해 안마도 생각해 봤지만, 오늘은 아니다.
‘ 에이 오늘은 그냥 집에 가자 ‘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가는 한 부장.
뒷좌석에서 주희에게 문자를 보내본다.
‘ 근데 어떻게 알았냐 ’
[ 띠링~ ]
‘ 뭘요? ‘ ‘
‘ 내가 자위한 거 ’
‘ 아, 오빠 딸딸이요? ㅋㅋㅋㅋㅋㅋ ‘
딸딸이란 말이 이렇게 자극적이었나….?
아랫도리가 다시 뻐근해진다.
‘ 야야… 너무 웃지 말라고… ‘
‘ 오빠 집게손가락 ‘
손가락에 뭐가…? 이런 제길 휴지가 말라붙어 있다.
손을 닦는다고 닦았는데 정액에 말라붙어 잘 안 떨어 진 모양…
‘ 휴지가 붙어 있길래 넘겨 짚었네요. ㅋㅋㅋㅋㅋ
오빠 너무 단순한 거 아님? ㅋㅋㅋㅋㅋ ‘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 너무 놀리지 말라고.ㅋ ‘
‘ ㅋㅋㅋ 한창이라고 생각할게요.
그리고 요건 잘 놔뒀다가 써먹을 테니 그리 아셔요~ ‘
‘ 10년짜리 놀림감이구만.ㅠㅠ ’
‘ 여자친구 만들면 안 놀리고 대신 상 드릴게요.’
‘ 상? 무슨 상? “
‘ 가능하면 시작할 때부터 이야기해주기. 그럼 작은 상부터 드리지요~ㅋㅋㅋ’
‘ ㅎㅎㅎ 유부남이 여친 만들다 걸려서 이혼당하면 니가 책임지냐.? ‘
‘ 훗. 인생은 어차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알아서 하시고 어여 들어가셔요~’
긴 문자질이 끝나고 한 부장은 밤거리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 연애라… ‘
## 다음 날 아침
와이프, 미진이 깨운다.
“ 으이구 좀 작작 마시구 다녀~ 출근 안 할 거야?“
신미진.
나이는 한 부장과 두 살 터울이니 이제 38살이다.
한 부장이 다니는 디자인회사의 거래처인 대행사의 AE였다.
같이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몇 개 있어 몇 번 같이 일한 것이 호감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레 술자리를 가지고 또 그것이 하룻밤으로 이어져 정말 무난하게 연애를 하게 되었달까…?
미진은 정말 무난하다.
키는 160 정도에 통통한 편이라 55킬로그램 정도…몸매가 좋은 편도 아니고 예쁜 편도 아니다.
하지만 한 부장과는 정말 죽이 잘 맞았다.
취미나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법. 삶의 태도 등 정말 좋은 친구사이라도 이렇게 닮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똑똑한 여자이기도 했지만 지혜로운 사람이기도 했으니 한 부장은 스스로도 잘한 결혼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둘 사이의 문제는 섹스였는데…
미진은 사실 섹스에 관심이 없었다.
오래된 싱글 기간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성적인 지식은 거의 제로였고, 그녀가 아는 섹스는 삽입이 전부였다.
한 번은 한 부장이 혀로 성기를 애무하려고 하자 펄쩍 뛰며 한 달 동안 근처에도 못 오게 했을 정도이니….
그나마 4년이랑 시간이 지난 지금 한 달에 한번 할까 말까 하는 섹스에서
후배위가 가능해진 정도가 발전이라면 발전이랄까….
연애 초엔 한 부장도 짜증을 냈으나 이내 익숙해졌고 이제 이런 생활에 불만은 없었다.
게다가 둘 다 아이에 관심이 없어 아이도 없었다.
별을 볼 일이 없으니 별을 따기는 요원하다.
“ 어우..난 좀 천천히 나가도 되는 거 알잖아~ ”
“ 그래도 좀 일어나서 움직이고 좀 해~ 아침 시간이 아깝잖어~ “
“ 그래 알았어. 알았어~”
한 부장은 느릿느릿 일어나 식탁에 앉아 커피를 내려 마신다.
“ 나 먼저 출근한다~ 오늘도 늦어?
“ 아니 뭐 별건 없는데… 알잖아. 이 바닥 예고없이 시작하는 거 “
“ 그려 아주 요즘 남편 얼굴 보기도 힘들더라? 몸은 자기가 알아서 챙기고 해 “
“ 알았어요. 어서 출근이나 하시죠. 마눌님~ “
“ 하하하 그래~ “
미진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대충 입고 출근한다.
원래 그런 데엔 관심도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 한 부장은 미진이 출근한 것을 확인하고는 담배를 입에 문다.
집에서 담배피우는 것을 들키면 큰일이지만 모닝커피와 담배는 그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해야 할 만큼
매력적인 조합이었다.
어제 주희가 한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연애라….
한 부장은 출근 준비를 한다.
## 사무실
“여어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부장님~”
얼마 전 준비하던 PT가 끝나고 간만에 한가한 사무실이었다.
한 부장이 다니는 디자인 회사는 부티크 대행사이긴 하지만 일은 쉼 없이 있었고
나름 업계에서 평판이 좋아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회사다.
매출이 크진 않지만 적지도 않고. 누구 하나 욕심부리는 사람 없이 나름 화목한(?) 회사라고 해야 할까.
한 부장은 자신의 방이 따로 있다.
회사 내 최 고참의 대우도 있지만 미팅등의 대외비적인 문제로 공간이 필요한 업무라 대표는 방을 하나 내어줬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켜는 한 부장.
어영부영 메일과 뉴스 등을 보다 보니 점심시간이다.
" 밥 먹으러 갑시다~”
다들 주섬주섬 일어난다.
" 한 부장님 전 좀 빠질게요.... 일이 좀 있어서 “
박아름 차장. 31살.
요즘치곤 빠른 나이인 28살에 결혼했고 한 부장과 같이 일한 지는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않은 악바리다.
계속되는 격무에도 흐트러짐이 없어 바늘 하나 안 들어갈 듯한 이미지.
덕분에 이른 나이에도 디자인 1팀 차장을 하고 있으며 서너 명 남짓한 팀을 잘 이끌고 있다.
그런데 웬일로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식사마저 거른다니 의외다.
“ 어….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몸이 안 좋은가…? ”
“ 아 네…. 뭐 좀 그렇네요. 쉬는 게 나을 듯해서요“
“…. 그래요. 좀 쉬시고 약이라도 사다 줄까요? “
“ 아니에요. 쉬면 괜찮아지겠죠 “
“ 그래요 좀 쉬세요 “
## 회사 앞 식당
“ 아름 차장님 집에서 되게 시달리나 봐요 “
디자인팀 윤이의 이야기다.
순댓국에 새우젓을 털어 넣으며 한 부장이 묻는다.
“ 엉? 뭔 소리야 그게? “
“ 아름 차장님 남편분이 일하는 거 별로 맘에 안 들어 하잖아요.
그거 땜에 어제도 한 판 하신 모양이더라고요 “
사실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집이 평온한 경우는 별로 못 봤다.
박아름 차장도 마찬가지.
특히나 규모가 이 정도인 회사라면 업무의 수준은 격무라 할 수 있다.
야근은 물론이고 못 들어가는 날도 부지기수인데 자신의 아내가 일찍 오면 밤 12시라든가, 아니면 안 들어온다든가.
게다가 주말이라고 쉬는 날도 별로 없으면 부처님이라도 화낼 만 하지 싶다.
물론 한 부장은 동종 업계의 미진과 결혼 했으니 많이 이해해 주는 편이었다.
“ 어렵지…어려워. 이 쪽 사람이면 이해라도 하지…. 아니면 힘들어 “
“ 참 아름 차장님 불쌍한거 같아요….
집에서 좀 쉬기라도 해야 하는데 맨날 그렇게 싸우시니….”
윤이는 밥이 넘어가지 않는지 순댓국을 뒤적거리고 있다.
“ 야야 김윤이. 네가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밥이나 먹어 “
“ ….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한 부장님은 은근히 냉정하다구요. “
“ 난 대놓고 냉정해. 킬킬킬~ ”
순댓국을 먹으며 한 부장은 박아름 차장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매일 그렇게 업무에 시달리고 집에서도 바람 잘 날이 없는데 흐트러짐이 없다.
보통 디자인 업무면 내근직이니 청바지에 편한 차림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언제나 깔끔한 정장차림에 바지조차 입지 않고 짙은색의 원피스나 투피스 정장차림.
그리고 검은색의 스타킹에 10센티에 가까운 힐을 신고 다닌다.
160 중반의 키에 그 정도 힐을 신으니 늘씬한 모델 같은 이미지.
물론 업무 중엔 굽이 낮은 구두를 신고는 있지만 슬리퍼 같은 것을 신는 걸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똑소리 나게 챙기는 화장, 세팅이 잘 된 머리까지….
그 모습은 연일 계속되던 밤샘에도 변하지 않는다.
한 부장은 새삼 박아름 차장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어찌 보면 그것은 아름 차장이 세상을 대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박 아름의 갑옷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그 갑옷 안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
그렇게 철벽같은 몸가짐의 내면은 어떨까 하고 생각한 것이었지만 갑자기 박아름 차장의 하얀 목선이 떠올랐다.
철야 중에 아름 차장의 자리에서 제작물을 같이 보며 이것저것 의논하던 중
타블렛의 펜을 비녀처럼 꽂아 올리고 집중하던 아름 차장.
가까이서 바라본 아름 차장의 목선은 시원하게 뻗어 있었다.
매일 머리를 늘어뜨려 전혀 보지 못하던 모습이었는데 머리를 틀어올린 아름 차장의 모습은 고혹적이었다.
그리고 은은히 풍기는 체취….
“ 한 부장님~! 숟가락 떨어지겠어요~! ”
숟가락을 입에 가져가다가 말고 생각이 길었나 보다.
윤이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뭔 생각이 그리 깊으세요? “
“…. 아 맛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
“ 뭐래…. “
## 사무실
직원들은 커피 한 잔 하고 들어온다고 했고
한 부장은 먼저 사무실에 들어왔다.
들어오면서 사온 김밥과 커피.
아름 차장은 필요 없다곤 했지만 그래도 뭔가를 먹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오는 길에 사왔다.
그런데 들어온 사무실엔 아무도 없었다
‘ 응? 어디 나갔나 ? ’
점심약속이라도 있었나 싶어 사온 김밥과 커피를 탕비실 냉장고에 넣어두려 하였지만
그래도 혹시 싶어 아름 차장의 자리에 올려두었다.
[ 탁! ]
책상에 물건을 올려놓자 조금 미동이 있었는지 아름 차장의 컴이 화면을 밝힌다.
김밥을 놔두고 돌아서려던 한 부장은 눈에 뭔가 보인 듯한 느낌에 아름 차장의 컴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여자구만….
아름 차장이 열어놓은 창은 구두 쇼핑몰이었다.
‘ 참 종류도 많다…. ‘
미진은 절대 이런 힐, 구두 같은걸 신지 않는다.
편한 게 좋다는 지론으로 언제나 운동화와 낮은 펌프스 정도….
그에 비하면 아름 차장의 구두는 언제나 화려했다.
장식이 화려하게 붙은 타입은 아니었지만, 소재나 디자인이 과감하달까.
구두코가 뾰족해서 발이 아플 거 같은데도 신는 걸 보면 용하다 싶었다.
‘음? 이 창은 뭐야….?”
인터넷 창에 탭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 딸깍 ‘
한 부장은 아무 생각 없이 그 탭을 클릭했다.
‘ 헛…! ’
속옷쇼핑몰의 창이었다.
그런데 일반적인 속옷이라 보기엔 정말…정말 화려했다.
옷이나 구두취향과는 전혀 다른, 망사와 레이스, 끈의 향연이었다.
그렇다고 전신망사나 밑 트임 팬티 같은 본격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도발적인 디자인들만 취급하는 쇼핑몰이었다.
‘ 오…. 이런 취향이셨네…. ‘
‘ 이야…. 이야….’
아름 차장의 정장 안에 이런 속옷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아랫도리가 꿈틀거린다.
검은색 스타킹의 위엔 가터벨트를 했나…?
가터벨트를 할 정도면 팬티는 최소한 이 정도로 과감하겠네….
이야…이 팬티랑 세트인 브래지어는 유두가 다 비치는구만..
[ 또각…또각… ]
멀리서 들려오는 구두 소리!
분명히 이건 아름 차장이다.
망상에 빠져 있던 한 부장은 허둥지둥 창을 원래대로 구두 쇼핑몰로 돌려놓고 자리로 가려고 한 순간,
‘ 앗! 이게 화면이 켜져 있으면 안 되는데…?! ‘
화면보호기로 화면이 꺼져 있어야 자연스럽다.
켜져 있으면 한 부장이 자연스럽게 보았든 훔쳐보았든 화면의 내용을 봤다는 소리가 되니까….
처음에 있었던 페이지가 맞나? 속옷 쇼핑몰 쪽은 어디가 처음이었지..?
뻘쭘해지는 상황은 정말 싫은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 부장은 과감하게 벽에 연결된 디자인 팀 메인 전원을 뽑아버렸다.
[ 삐~!…. ]
컴퓨터가 꺼진 순간 박아름 차장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 한 부장님? 저 찾으셨어요? “
휴우~
한 부장은 크게 숨을 한번 쉬고 돌아섰다.
“ 아~ 그래도 호..혹시나해서 간단하게 점심 사왔는데 자리에 없어서요.
점심약속 있어 나갔나 했어요. “
“ 아…. 잠시 화장실에….”
“ 하하하…. 잘 되었네요. 하하…. 김밥이랑 마실 것 사왔으니 좀 들어요 ”
“ 감사해요. 굳이 신경 안 써주셔도 되는데…. “
“ 에이 그래도 좀 먹어야 일하죠. 괜히 안 먹으면 오후 업무 힘들어요~”
한 부장은 자리를 비켜주며 너스레를 떤다.
“ 그럼 천천히 들어요~ “
“ 네 감사합니다. 부장님~ ”
한 부장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 저기 한 부장님 “
“ 네?! 네? ”
갑자기 아름 차장이 부르는 소리에 흠칫하며 돌아서는 한 부장.
“ 저…. 컴퓨터가 안켜져서요. 이게 왜 그런지…. ”
“ 네? 그게 왜 그럴까….? 제….제가 한번 봐 드릴께요 “
원인이야 알지만 제가 코드를 뽑았어요. 할 수는 없으니 봐주는 척이라도 해야한다.
책상 밑의 애꿎은 멀티 탭이 문제인 것처럼 책상 아래를 살펴본다.
“ 멀티 탭이 합선이 되었나….”
아름 차장은 책상 밑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여분의 구두와 편하게 신는 낮은 굽의 펌프스.
보통은 지저분하게 늘어진 코드도 깔끔히 케이블 타이로 묶어 놓았다.
“ 멀티 탭이…. 어 이거 왜 안 들어오나….”
슬쩍 쳐다본 아름 차장의 다리는 미끈하다.
순간 스타킹을 핥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벽을 가리키며 한 부장이 말한다.
“ 아, 이게 빠졌네~! “
“ 어머 이게 왜…? 빠졌지….?
“ 어이쿠, 이거 디자인팀 메인 전원인데 뭐 진행하던 거 없어요? “
“ 네 다행히 별거 없어요. 아직 다음 프로젝트 전이라서요 “
“ 다행이네요. 이거 제가 나중에 전원 안 뽑히게 뭐 좀 달아줄게요 “
“ 아 감사해요. 아까 화장실 간다고 일어나다가 빠졌나 보네요.
여튼 감사해요. 이것저것 신경 써주시고….”
“ 하하하 뭘 이런 거 가지고요.”
컴퓨터를 부팅하는 아름 차장을 뒤로하고 자리로 돌아서는 한 부장.
아름 차장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본다.
매우 옅은 핑크색의 블라우스에 짙은 회색의 랩스커트.
몸매가 늘씬하긴 하지만 좀 마른 편이라 아쉽다.
그래도 허리가 가늘어 크지 않은 골반이 예쁘게 벌어져 보이고….
틀어올린 뒷머리 아래로 잔머리가 솜털 같다.
그 솜털들 밑으로 뻗은 목선이 블라우스의 옷깃 속으로 사라진다.
‘ 응? ‘
블라우스에 슬쩍 비치는 아름 차장의….
레이스로 된 브래지어 끈이 슬쩍슬쩍 비치고 있다.
한데 좀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이다.
자신의 방으로 온 한 부장은
곧 그 디자인이 어디서 본 것인지 생각났다.
아까 쇼핑몰에서 본 유두가 다 비치는 브래지어의 디자인이었다.
그까짓게 무슨 대수라고….
사춘기 중학생도 아니고 브래지어 끈을 보고 싱숭생숭하다니….
사실 속옷 좀 보았다고 흥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스스로 더 잘 안다.
박아름 차장을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 그런 스타일이 이상형인 것도 아니다.
근데 이 흥분감과 고양감은 무얼까?
" 한 부장님 ~ "
갑자기 윤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어우.. 야 노크 좀 해. "
“ 어머? 뭐하셨길래 놀래시고 그러세요? 뭐 이상한 거 보신 거 아녜요? 킥킥 “
“ 뭐래…. 무슨 일이야? “
“ 뭐 별다른 건 아니고요. 저녁에 뭐하시나 해서요 “
“ 별거 없는데? 왜? ”
“ 아니 뭐 프로젝트도 하나 끝났고 하니 저희 디자인팀 회식하려구 하는데 같이 하시자 구요~”
“…. 나야? 법인카드야? “
“ 힛힛 들켰나용? 꼭 그런 건 아니구요 “
“ 니들끼리 드세요~ 난 별 생각 없다~ “
“ 하하하…. “
윤이가 슬쩍 뒤를 보더니 가까이 와선 소리죽여 말한다.
“ 그게 박 차장님 기분 좀 풀어 드릴까 하는데…. 저희 팀 다 어린 거 아시잖아요….
그나마 한 부장님이 직급도 비슷하시고 나이도 뭐…. 저희보단 어른이시니까 나을 것 같아서 그래요.”
“ 어이구?…. ”
이제 27살밖에 안되었는데 생각이 깊다고 해야 하나. 나름 사람 배려도 할 줄알고 많이 컸다 싶다.
“ 이야…윤이 너 코 찔찔 흘리던 게 많이 컸다? 사람 배려도 할 줄 알고…. 꼬시는 재주도 있네? “
“ 훗…. 그럼 가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
의기양양한 미소를 띠며 문도 제대로 닫지 않고 윤이가 나간다.
“ 야야 문 좀….”
이미 지들끼리 이야기하느라 듣지도 않는다.
뭐 그러려니 하고 웹서핑을 시작하는 한 부장.
회식이야 팀별로 알아서 하지만 사장까지 같이하는 전체회식은 언제인지 가물가물 할 정도고
한 부장은 1인 팀이라 회식에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
간만에 회식이니 미진에게는 이야기해두려고 전화를 건다.
[ 뚜르르르~ 딸깍!]
’ 어 왜? ‘
‘ 여보세요는 좀 하자…. 왜가 뭐냐? ‘
‘ 맨날 보는 사람 그렇게 반가워 해야 하는 거야? 호호홋 ‘
‘ 으이구…. 나 오늘 회식이야 ‘
‘ 회식? 갑자기 뭔 회식이야? ‘
‘ 저번에 PT 들어간 거 다 넣었잖아. 그래서 결과 나오기 전에 간단히 한다고 그러네. ‘
‘ 또 대차게 먹겠네? 먹었다 하면 새벽이잖아? ‘
‘ 에이 그래도 외박은 안하잖냐~ 적당히 먹고 들어갈게 ‘
‘ 외박 같은 소리하네. 적당히 먹고 빨리 와~!’
‘ 알았어. 저녁 알아서 챙겨~ ‘
전화를 끊고 지갑의 법인카드를 확인해 본다.
법인카드를 가진 사람이야 사장 외엔 한 부장밖엔 없다.
여간해서 사용하지 않는 카드라 가끔은 있는지 깜박할 정도이니….
지갑을 넣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한 부장의 눈에 문 열린 게 거슬린다.
‘ 저놈의 기집애 꼬리 참 길구만…. ‘
문을 닫으려 일어나려고 할 때 한 부장의 눈에 뭔가가 밟힌다.
‘ 응? ‘
책상 밑으로 보이는 박아름 차장의 다리가 열린 문틈으로 보인다.
평소에 문밖에 뭐가 있는지 신경 쓴 적이 없어 의식하지 않았는데
한 부장의 방에서 아름 차장의 책상이 바로 보이는 것이다.
물론 정면은 가슴께까지 있는 파티션으로 얼굴이 마주칠 일이 없고
아름 차장의 맞은편엔 윤이가 앉아 있으니 보통은 보일 일이 없다.
윤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책상 밑으로 아름 차장의 다리가 보이는 것이었다.
[ 꿀꺽…. ]
아름 차장의 쭉 뻗은 다리가 시야를 어지럽힌다.
검은색 스타킹이지만 재질이 얇아서 다리의 잔 근육까지 잘 보인다.
다리를 포개고 위로 올린 다리의 발은 신발을 벗어 까딱거리고 있었다.
발가락 끝의 스타킹의 짙은 팁 토가 섹시하게 보였다.
스타킹 색 때문에 정확히 무슨 색인지는 모르겠지만, 발가락 끝의 페디큐어가 귀엽다.
짧지 않은 발가락 위로 올라가는 발등의 곡선이 부드럽게 정강이와 이어지고
뒤꿈치에서 이어지는 가느다란 아킬레스건이 가느다란 발목에 굴곡을 준다.
발목을 훑으며 올라간 한 부장의 시선은 도톰한 종아리에 머문다.
살짝 근육이 잡혀 있긴 했지만 보기 싫지는 않다.
조금만 살집이 있으면 보기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선을 위로 올리자
책상에 가려 점점 어두워지는 허벅지의 라인이 보인다.
조금 더 보고 싶지만 이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시는 한 부장….
다시 한 번 시선으로 다리를 훑으며 모니터로 눈을 돌리려는 순간.
겹쳐 있던 아름 차장의 다리가 벌어진다.
쭉 펴고 있던 다리를 의자 밑으로 넣으며 다리를 벌렸다.
순간 한 부장은 저 사이에 얼굴을 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리 사이에 머리를 넣고 싶었다.
치마 속이 궁금하다.
한 부장이 잔머리를 굴렸다.
[ 타닥~! ]
“ 에이~~ ”
자신의 책상 밑으로 볼펜을 던진 한 부장이 줍는 척하며 바닥에 엎드렸다.
볼펜으로 두었던 시선을 스윽 올리자….
아름 차장의 치마 속이 보인다!
사실 짙은 색의 스커트라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랩스커트의 한 쪽 틈새로
아름 차장이 신고 있는 스타킹이 밴드스타킹인 것은 똑똑히 보였다.
그리고 밴드 부분에 연결된 가터벨트.
한 부장은 침을 꼴깍 삼키며 그 절경을 감상했다.
다리를 조금만 더 벌리면 무슨 팬티를 입었는지도 보일 텐데….
치마 속에 전등이라도 비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살짝살짝 좌우로 흔들리는 다리들...
벌어졌다 오므려지는 다리는 한 부장의 입을 바싹바싹 마르게 한다.
[ 타닥~! ]
갑자기 크게 벌어지는 다리.
아름 차장의 책상 아래로 무언가가 떨어지며 손이 내려온다.
아차 싶어 일어서려고 하는 한 부장의 눈에 아름 차장의 치마 속이 훤히 보였다.
앞부분이 망사로 되어 안이 훤히 보이는 과감한 팬티.
그런데 안에 보여야 할 게 안 보인다.
팬티 앞부분에 거뭇하게 있어야 할 수풀이 보이지 않는다.
“ !! ”
그 때 허리를 숙인 아름 차장과 눈이 마주쳤다.
<< 2부 끝 >>
정말 단단하게....
아마도 이렇게 아플 정도로 발기한 것은 기억 속에서도 낯설다
한 부장은 씨클로를 나와 1층에서 담배를 피우며 불끈 일어선 물건을 이쪽저쪽으로 옮기며 생각했다.
뭘까...? 뭐가 자극적인지 모르겠다..
주희의 가슴에.? 의외라서.?
아니 그건 둘째치고 자위한 건 어떻게 안 거지?
사실 씨클로 앞에서 시간을 눙치는 것은 벌떡 선 물건이 난감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핑계였고
주희가 가게를 닫고 나오면 어떻게 해볼까 하는 마음이 컸다.
[ 띠링~ ]
마침 주희의 문자가 왔다.
‘ 오늘은 기대해도 별거 없으니 들어가셔요~ㅋㅋ
뭘 기대하는 거여요..ㅋㅋㅋ”
…머리 위에 앉아 있다.
얼굴이 벌게진 한 부장은 위를 올려다볼 용기는 차마 나지 않아 머리 위로 손을 흔들어 주고는
휘적휘적 밤거리로 걸어나갔다.
간만에 발기한 물건을 위해 안마도 생각해 봤지만, 오늘은 아니다.
‘ 에이 오늘은 그냥 집에 가자 ‘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가는 한 부장.
뒷좌석에서 주희에게 문자를 보내본다.
‘ 근데 어떻게 알았냐 ’
[ 띠링~ ]
‘ 뭘요? ‘ ‘
‘ 내가 자위한 거 ’
‘ 아, 오빠 딸딸이요? ㅋㅋㅋㅋㅋㅋ ‘
딸딸이란 말이 이렇게 자극적이었나….?
아랫도리가 다시 뻐근해진다.
‘ 야야… 너무 웃지 말라고… ‘
‘ 오빠 집게손가락 ‘
손가락에 뭐가…? 이런 제길 휴지가 말라붙어 있다.
손을 닦는다고 닦았는데 정액에 말라붙어 잘 안 떨어 진 모양…
‘ 휴지가 붙어 있길래 넘겨 짚었네요. ㅋㅋㅋㅋㅋ
오빠 너무 단순한 거 아님? ㅋㅋㅋㅋㅋ ‘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 너무 놀리지 말라고.ㅋ ‘
‘ ㅋㅋㅋ 한창이라고 생각할게요.
그리고 요건 잘 놔뒀다가 써먹을 테니 그리 아셔요~ ‘
‘ 10년짜리 놀림감이구만.ㅠㅠ ’
‘ 여자친구 만들면 안 놀리고 대신 상 드릴게요.’
‘ 상? 무슨 상? “
‘ 가능하면 시작할 때부터 이야기해주기. 그럼 작은 상부터 드리지요~ㅋㅋㅋ’
‘ ㅎㅎㅎ 유부남이 여친 만들다 걸려서 이혼당하면 니가 책임지냐.? ‘
‘ 훗. 인생은 어차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알아서 하시고 어여 들어가셔요~’
긴 문자질이 끝나고 한 부장은 밤거리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 연애라… ‘
## 다음 날 아침
와이프, 미진이 깨운다.
“ 으이구 좀 작작 마시구 다녀~ 출근 안 할 거야?“
신미진.
나이는 한 부장과 두 살 터울이니 이제 38살이다.
한 부장이 다니는 디자인회사의 거래처인 대행사의 AE였다.
같이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몇 개 있어 몇 번 같이 일한 것이 호감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레 술자리를 가지고 또 그것이 하룻밤으로 이어져 정말 무난하게 연애를 하게 되었달까…?
미진은 정말 무난하다.
키는 160 정도에 통통한 편이라 55킬로그램 정도…몸매가 좋은 편도 아니고 예쁜 편도 아니다.
하지만 한 부장과는 정말 죽이 잘 맞았다.
취미나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법. 삶의 태도 등 정말 좋은 친구사이라도 이렇게 닮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똑똑한 여자이기도 했지만 지혜로운 사람이기도 했으니 한 부장은 스스로도 잘한 결혼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둘 사이의 문제는 섹스였는데…
미진은 사실 섹스에 관심이 없었다.
오래된 싱글 기간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성적인 지식은 거의 제로였고, 그녀가 아는 섹스는 삽입이 전부였다.
한 번은 한 부장이 혀로 성기를 애무하려고 하자 펄쩍 뛰며 한 달 동안 근처에도 못 오게 했을 정도이니….
그나마 4년이랑 시간이 지난 지금 한 달에 한번 할까 말까 하는 섹스에서
후배위가 가능해진 정도가 발전이라면 발전이랄까….
연애 초엔 한 부장도 짜증을 냈으나 이내 익숙해졌고 이제 이런 생활에 불만은 없었다.
게다가 둘 다 아이에 관심이 없어 아이도 없었다.
별을 볼 일이 없으니 별을 따기는 요원하다.
“ 어우..난 좀 천천히 나가도 되는 거 알잖아~ ”
“ 그래도 좀 일어나서 움직이고 좀 해~ 아침 시간이 아깝잖어~ “
“ 그래 알았어. 알았어~”
한 부장은 느릿느릿 일어나 식탁에 앉아 커피를 내려 마신다.
“ 나 먼저 출근한다~ 오늘도 늦어?
“ 아니 뭐 별건 없는데… 알잖아. 이 바닥 예고없이 시작하는 거 “
“ 그려 아주 요즘 남편 얼굴 보기도 힘들더라? 몸은 자기가 알아서 챙기고 해 “
“ 알았어요. 어서 출근이나 하시죠. 마눌님~ “
“ 하하하 그래~ “
미진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대충 입고 출근한다.
원래 그런 데엔 관심도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 한 부장은 미진이 출근한 것을 확인하고는 담배를 입에 문다.
집에서 담배피우는 것을 들키면 큰일이지만 모닝커피와 담배는 그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해야 할 만큼
매력적인 조합이었다.
어제 주희가 한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연애라….
한 부장은 출근 준비를 한다.
## 사무실
“여어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부장님~”
얼마 전 준비하던 PT가 끝나고 간만에 한가한 사무실이었다.
한 부장이 다니는 디자인 회사는 부티크 대행사이긴 하지만 일은 쉼 없이 있었고
나름 업계에서 평판이 좋아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회사다.
매출이 크진 않지만 적지도 않고. 누구 하나 욕심부리는 사람 없이 나름 화목한(?) 회사라고 해야 할까.
한 부장은 자신의 방이 따로 있다.
회사 내 최 고참의 대우도 있지만 미팅등의 대외비적인 문제로 공간이 필요한 업무라 대표는 방을 하나 내어줬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켜는 한 부장.
어영부영 메일과 뉴스 등을 보다 보니 점심시간이다.
" 밥 먹으러 갑시다~”
다들 주섬주섬 일어난다.
" 한 부장님 전 좀 빠질게요.... 일이 좀 있어서 “
박아름 차장. 31살.
요즘치곤 빠른 나이인 28살에 결혼했고 한 부장과 같이 일한 지는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않은 악바리다.
계속되는 격무에도 흐트러짐이 없어 바늘 하나 안 들어갈 듯한 이미지.
덕분에 이른 나이에도 디자인 1팀 차장을 하고 있으며 서너 명 남짓한 팀을 잘 이끌고 있다.
그런데 웬일로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식사마저 거른다니 의외다.
“ 어….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몸이 안 좋은가…? ”
“ 아 네…. 뭐 좀 그렇네요. 쉬는 게 나을 듯해서요“
“…. 그래요. 좀 쉬시고 약이라도 사다 줄까요? “
“ 아니에요. 쉬면 괜찮아지겠죠 “
“ 그래요 좀 쉬세요 “
## 회사 앞 식당
“ 아름 차장님 집에서 되게 시달리나 봐요 “
디자인팀 윤이의 이야기다.
순댓국에 새우젓을 털어 넣으며 한 부장이 묻는다.
“ 엉? 뭔 소리야 그게? “
“ 아름 차장님 남편분이 일하는 거 별로 맘에 안 들어 하잖아요.
그거 땜에 어제도 한 판 하신 모양이더라고요 “
사실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집이 평온한 경우는 별로 못 봤다.
박아름 차장도 마찬가지.
특히나 규모가 이 정도인 회사라면 업무의 수준은 격무라 할 수 있다.
야근은 물론이고 못 들어가는 날도 부지기수인데 자신의 아내가 일찍 오면 밤 12시라든가, 아니면 안 들어온다든가.
게다가 주말이라고 쉬는 날도 별로 없으면 부처님이라도 화낼 만 하지 싶다.
물론 한 부장은 동종 업계의 미진과 결혼 했으니 많이 이해해 주는 편이었다.
“ 어렵지…어려워. 이 쪽 사람이면 이해라도 하지…. 아니면 힘들어 “
“ 참 아름 차장님 불쌍한거 같아요….
집에서 좀 쉬기라도 해야 하는데 맨날 그렇게 싸우시니….”
윤이는 밥이 넘어가지 않는지 순댓국을 뒤적거리고 있다.
“ 야야 김윤이. 네가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밥이나 먹어 “
“ ….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한 부장님은 은근히 냉정하다구요. “
“ 난 대놓고 냉정해. 킬킬킬~ ”
순댓국을 먹으며 한 부장은 박아름 차장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매일 그렇게 업무에 시달리고 집에서도 바람 잘 날이 없는데 흐트러짐이 없다.
보통 디자인 업무면 내근직이니 청바지에 편한 차림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언제나 깔끔한 정장차림에 바지조차 입지 않고 짙은색의 원피스나 투피스 정장차림.
그리고 검은색의 스타킹에 10센티에 가까운 힐을 신고 다닌다.
160 중반의 키에 그 정도 힐을 신으니 늘씬한 모델 같은 이미지.
물론 업무 중엔 굽이 낮은 구두를 신고는 있지만 슬리퍼 같은 것을 신는 걸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똑소리 나게 챙기는 화장, 세팅이 잘 된 머리까지….
그 모습은 연일 계속되던 밤샘에도 변하지 않는다.
한 부장은 새삼 박아름 차장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어찌 보면 그것은 아름 차장이 세상을 대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박 아름의 갑옷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그 갑옷 안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
그렇게 철벽같은 몸가짐의 내면은 어떨까 하고 생각한 것이었지만 갑자기 박아름 차장의 하얀 목선이 떠올랐다.
철야 중에 아름 차장의 자리에서 제작물을 같이 보며 이것저것 의논하던 중
타블렛의 펜을 비녀처럼 꽂아 올리고 집중하던 아름 차장.
가까이서 바라본 아름 차장의 목선은 시원하게 뻗어 있었다.
매일 머리를 늘어뜨려 전혀 보지 못하던 모습이었는데 머리를 틀어올린 아름 차장의 모습은 고혹적이었다.
그리고 은은히 풍기는 체취….
“ 한 부장님~! 숟가락 떨어지겠어요~! ”
숟가락을 입에 가져가다가 말고 생각이 길었나 보다.
윤이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뭔 생각이 그리 깊으세요? “
“…. 아 맛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
“ 뭐래…. “
## 사무실
직원들은 커피 한 잔 하고 들어온다고 했고
한 부장은 먼저 사무실에 들어왔다.
들어오면서 사온 김밥과 커피.
아름 차장은 필요 없다곤 했지만 그래도 뭔가를 먹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오는 길에 사왔다.
그런데 들어온 사무실엔 아무도 없었다
‘ 응? 어디 나갔나 ? ’
점심약속이라도 있었나 싶어 사온 김밥과 커피를 탕비실 냉장고에 넣어두려 하였지만
그래도 혹시 싶어 아름 차장의 자리에 올려두었다.
[ 탁! ]
책상에 물건을 올려놓자 조금 미동이 있었는지 아름 차장의 컴이 화면을 밝힌다.
김밥을 놔두고 돌아서려던 한 부장은 눈에 뭔가 보인 듯한 느낌에 아름 차장의 컴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여자구만….
아름 차장이 열어놓은 창은 구두 쇼핑몰이었다.
‘ 참 종류도 많다…. ‘
미진은 절대 이런 힐, 구두 같은걸 신지 않는다.
편한 게 좋다는 지론으로 언제나 운동화와 낮은 펌프스 정도….
그에 비하면 아름 차장의 구두는 언제나 화려했다.
장식이 화려하게 붙은 타입은 아니었지만, 소재나 디자인이 과감하달까.
구두코가 뾰족해서 발이 아플 거 같은데도 신는 걸 보면 용하다 싶었다.
‘음? 이 창은 뭐야….?”
인터넷 창에 탭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 딸깍 ‘
한 부장은 아무 생각 없이 그 탭을 클릭했다.
‘ 헛…! ’
속옷쇼핑몰의 창이었다.
그런데 일반적인 속옷이라 보기엔 정말…정말 화려했다.
옷이나 구두취향과는 전혀 다른, 망사와 레이스, 끈의 향연이었다.
그렇다고 전신망사나 밑 트임 팬티 같은 본격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도발적인 디자인들만 취급하는 쇼핑몰이었다.
‘ 오…. 이런 취향이셨네…. ‘
‘ 이야…. 이야….’
아름 차장의 정장 안에 이런 속옷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아랫도리가 꿈틀거린다.
검은색 스타킹의 위엔 가터벨트를 했나…?
가터벨트를 할 정도면 팬티는 최소한 이 정도로 과감하겠네….
이야…이 팬티랑 세트인 브래지어는 유두가 다 비치는구만..
[ 또각…또각… ]
멀리서 들려오는 구두 소리!
분명히 이건 아름 차장이다.
망상에 빠져 있던 한 부장은 허둥지둥 창을 원래대로 구두 쇼핑몰로 돌려놓고 자리로 가려고 한 순간,
‘ 앗! 이게 화면이 켜져 있으면 안 되는데…?! ‘
화면보호기로 화면이 꺼져 있어야 자연스럽다.
켜져 있으면 한 부장이 자연스럽게 보았든 훔쳐보았든 화면의 내용을 봤다는 소리가 되니까….
처음에 있었던 페이지가 맞나? 속옷 쇼핑몰 쪽은 어디가 처음이었지..?
뻘쭘해지는 상황은 정말 싫은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 부장은 과감하게 벽에 연결된 디자인 팀 메인 전원을 뽑아버렸다.
[ 삐~!…. ]
컴퓨터가 꺼진 순간 박아름 차장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 한 부장님? 저 찾으셨어요? “
휴우~
한 부장은 크게 숨을 한번 쉬고 돌아섰다.
“ 아~ 그래도 호..혹시나해서 간단하게 점심 사왔는데 자리에 없어서요.
점심약속 있어 나갔나 했어요. “
“ 아…. 잠시 화장실에….”
“ 하하하…. 잘 되었네요. 하하…. 김밥이랑 마실 것 사왔으니 좀 들어요 ”
“ 감사해요. 굳이 신경 안 써주셔도 되는데…. “
“ 에이 그래도 좀 먹어야 일하죠. 괜히 안 먹으면 오후 업무 힘들어요~”
한 부장은 자리를 비켜주며 너스레를 떤다.
“ 그럼 천천히 들어요~ “
“ 네 감사합니다. 부장님~ ”
한 부장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 저기 한 부장님 “
“ 네?! 네? ”
갑자기 아름 차장이 부르는 소리에 흠칫하며 돌아서는 한 부장.
“ 저…. 컴퓨터가 안켜져서요. 이게 왜 그런지…. ”
“ 네? 그게 왜 그럴까….? 제….제가 한번 봐 드릴께요 “
원인이야 알지만 제가 코드를 뽑았어요. 할 수는 없으니 봐주는 척이라도 해야한다.
책상 밑의 애꿎은 멀티 탭이 문제인 것처럼 책상 아래를 살펴본다.
“ 멀티 탭이 합선이 되었나….”
아름 차장은 책상 밑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여분의 구두와 편하게 신는 낮은 굽의 펌프스.
보통은 지저분하게 늘어진 코드도 깔끔히 케이블 타이로 묶어 놓았다.
“ 멀티 탭이…. 어 이거 왜 안 들어오나….”
슬쩍 쳐다본 아름 차장의 다리는 미끈하다.
순간 스타킹을 핥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벽을 가리키며 한 부장이 말한다.
“ 아, 이게 빠졌네~! “
“ 어머 이게 왜…? 빠졌지….?
“ 어이쿠, 이거 디자인팀 메인 전원인데 뭐 진행하던 거 없어요? “
“ 네 다행히 별거 없어요. 아직 다음 프로젝트 전이라서요 “
“ 다행이네요. 이거 제가 나중에 전원 안 뽑히게 뭐 좀 달아줄게요 “
“ 아 감사해요. 아까 화장실 간다고 일어나다가 빠졌나 보네요.
여튼 감사해요. 이것저것 신경 써주시고….”
“ 하하하 뭘 이런 거 가지고요.”
컴퓨터를 부팅하는 아름 차장을 뒤로하고 자리로 돌아서는 한 부장.
아름 차장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본다.
매우 옅은 핑크색의 블라우스에 짙은 회색의 랩스커트.
몸매가 늘씬하긴 하지만 좀 마른 편이라 아쉽다.
그래도 허리가 가늘어 크지 않은 골반이 예쁘게 벌어져 보이고….
틀어올린 뒷머리 아래로 잔머리가 솜털 같다.
그 솜털들 밑으로 뻗은 목선이 블라우스의 옷깃 속으로 사라진다.
‘ 응? ‘
블라우스에 슬쩍 비치는 아름 차장의….
레이스로 된 브래지어 끈이 슬쩍슬쩍 비치고 있다.
한데 좀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이다.
자신의 방으로 온 한 부장은
곧 그 디자인이 어디서 본 것인지 생각났다.
아까 쇼핑몰에서 본 유두가 다 비치는 브래지어의 디자인이었다.
그까짓게 무슨 대수라고….
사춘기 중학생도 아니고 브래지어 끈을 보고 싱숭생숭하다니….
사실 속옷 좀 보았다고 흥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스스로 더 잘 안다.
박아름 차장을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 그런 스타일이 이상형인 것도 아니다.
근데 이 흥분감과 고양감은 무얼까?
" 한 부장님 ~ "
갑자기 윤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어우.. 야 노크 좀 해. "
“ 어머? 뭐하셨길래 놀래시고 그러세요? 뭐 이상한 거 보신 거 아녜요? 킥킥 “
“ 뭐래…. 무슨 일이야? “
“ 뭐 별다른 건 아니고요. 저녁에 뭐하시나 해서요 “
“ 별거 없는데? 왜? ”
“ 아니 뭐 프로젝트도 하나 끝났고 하니 저희 디자인팀 회식하려구 하는데 같이 하시자 구요~”
“…. 나야? 법인카드야? “
“ 힛힛 들켰나용? 꼭 그런 건 아니구요 “
“ 니들끼리 드세요~ 난 별 생각 없다~ “
“ 하하하…. “
윤이가 슬쩍 뒤를 보더니 가까이 와선 소리죽여 말한다.
“ 그게 박 차장님 기분 좀 풀어 드릴까 하는데…. 저희 팀 다 어린 거 아시잖아요….
그나마 한 부장님이 직급도 비슷하시고 나이도 뭐…. 저희보단 어른이시니까 나을 것 같아서 그래요.”
“ 어이구?…. ”
이제 27살밖에 안되었는데 생각이 깊다고 해야 하나. 나름 사람 배려도 할 줄알고 많이 컸다 싶다.
“ 이야…윤이 너 코 찔찔 흘리던 게 많이 컸다? 사람 배려도 할 줄 알고…. 꼬시는 재주도 있네? “
“ 훗…. 그럼 가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
의기양양한 미소를 띠며 문도 제대로 닫지 않고 윤이가 나간다.
“ 야야 문 좀….”
이미 지들끼리 이야기하느라 듣지도 않는다.
뭐 그러려니 하고 웹서핑을 시작하는 한 부장.
회식이야 팀별로 알아서 하지만 사장까지 같이하는 전체회식은 언제인지 가물가물 할 정도고
한 부장은 1인 팀이라 회식에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
간만에 회식이니 미진에게는 이야기해두려고 전화를 건다.
[ 뚜르르르~ 딸깍!]
’ 어 왜? ‘
‘ 여보세요는 좀 하자…. 왜가 뭐냐? ‘
‘ 맨날 보는 사람 그렇게 반가워 해야 하는 거야? 호호홋 ‘
‘ 으이구…. 나 오늘 회식이야 ‘
‘ 회식? 갑자기 뭔 회식이야? ‘
‘ 저번에 PT 들어간 거 다 넣었잖아. 그래서 결과 나오기 전에 간단히 한다고 그러네. ‘
‘ 또 대차게 먹겠네? 먹었다 하면 새벽이잖아? ‘
‘ 에이 그래도 외박은 안하잖냐~ 적당히 먹고 들어갈게 ‘
‘ 외박 같은 소리하네. 적당히 먹고 빨리 와~!’
‘ 알았어. 저녁 알아서 챙겨~ ‘
전화를 끊고 지갑의 법인카드를 확인해 본다.
법인카드를 가진 사람이야 사장 외엔 한 부장밖엔 없다.
여간해서 사용하지 않는 카드라 가끔은 있는지 깜박할 정도이니….
지갑을 넣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한 부장의 눈에 문 열린 게 거슬린다.
‘ 저놈의 기집애 꼬리 참 길구만…. ‘
문을 닫으려 일어나려고 할 때 한 부장의 눈에 뭔가가 밟힌다.
‘ 응? ‘
책상 밑으로 보이는 박아름 차장의 다리가 열린 문틈으로 보인다.
평소에 문밖에 뭐가 있는지 신경 쓴 적이 없어 의식하지 않았는데
한 부장의 방에서 아름 차장의 책상이 바로 보이는 것이다.
물론 정면은 가슴께까지 있는 파티션으로 얼굴이 마주칠 일이 없고
아름 차장의 맞은편엔 윤이가 앉아 있으니 보통은 보일 일이 없다.
윤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책상 밑으로 아름 차장의 다리가 보이는 것이었다.
[ 꿀꺽…. ]
아름 차장의 쭉 뻗은 다리가 시야를 어지럽힌다.
검은색 스타킹이지만 재질이 얇아서 다리의 잔 근육까지 잘 보인다.
다리를 포개고 위로 올린 다리의 발은 신발을 벗어 까딱거리고 있었다.
발가락 끝의 스타킹의 짙은 팁 토가 섹시하게 보였다.
스타킹 색 때문에 정확히 무슨 색인지는 모르겠지만, 발가락 끝의 페디큐어가 귀엽다.
짧지 않은 발가락 위로 올라가는 발등의 곡선이 부드럽게 정강이와 이어지고
뒤꿈치에서 이어지는 가느다란 아킬레스건이 가느다란 발목에 굴곡을 준다.
발목을 훑으며 올라간 한 부장의 시선은 도톰한 종아리에 머문다.
살짝 근육이 잡혀 있긴 했지만 보기 싫지는 않다.
조금만 살집이 있으면 보기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선을 위로 올리자
책상에 가려 점점 어두워지는 허벅지의 라인이 보인다.
조금 더 보고 싶지만 이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시는 한 부장….
다시 한 번 시선으로 다리를 훑으며 모니터로 눈을 돌리려는 순간.
겹쳐 있던 아름 차장의 다리가 벌어진다.
쭉 펴고 있던 다리를 의자 밑으로 넣으며 다리를 벌렸다.
순간 한 부장은 저 사이에 얼굴을 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리 사이에 머리를 넣고 싶었다.
치마 속이 궁금하다.
한 부장이 잔머리를 굴렸다.
[ 타닥~! ]
“ 에이~~ ”
자신의 책상 밑으로 볼펜을 던진 한 부장이 줍는 척하며 바닥에 엎드렸다.
볼펜으로 두었던 시선을 스윽 올리자….
아름 차장의 치마 속이 보인다!
사실 짙은 색의 스커트라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랩스커트의 한 쪽 틈새로
아름 차장이 신고 있는 스타킹이 밴드스타킹인 것은 똑똑히 보였다.
그리고 밴드 부분에 연결된 가터벨트.
한 부장은 침을 꼴깍 삼키며 그 절경을 감상했다.
다리를 조금만 더 벌리면 무슨 팬티를 입었는지도 보일 텐데….
치마 속에 전등이라도 비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살짝살짝 좌우로 흔들리는 다리들...
벌어졌다 오므려지는 다리는 한 부장의 입을 바싹바싹 마르게 한다.
[ 타닥~! ]
갑자기 크게 벌어지는 다리.
아름 차장의 책상 아래로 무언가가 떨어지며 손이 내려온다.
아차 싶어 일어서려고 하는 한 부장의 눈에 아름 차장의 치마 속이 훤히 보였다.
앞부분이 망사로 되어 안이 훤히 보이는 과감한 팬티.
그런데 안에 보여야 할 게 안 보인다.
팬티 앞부분에 거뭇하게 있어야 할 수풀이 보이지 않는다.
“ !! ”
그 때 허리를 숙인 아름 차장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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